온천 김이 스며드는 카페 창문 – 공간의 숨결

by 온천라떼

제가 머무는 카페의 가장 큰 창문은 마을 온천탕과 마주 보고 있습니다. 아침이 되면 김이 피어올라 바람을 타고 천천히 흘러와, 가게 안으로 스며듭니다. 그 습기는 유리창을 뿌옇게 덮었다가 이내 맑게 사라지곤 하지요. 마치 공간이 숨을 쉬듯, 하루의 호흡을 느끼게 합니다.


서울에서의 공간은 언제나 인위적이었습니다. 사무실의 형광등은 늘 일정한 빛을 뿜었고, 창문을 열어도 매연과 자동차 소음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이곳의 창문은 다릅니다. 바깥의 온천 김이, 바람과 햇살이 그대로 안으로 들어옵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온도와 빛의 결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창문 곁에 앉아 커피를 내리다 보면, 제 몸도 그 리듬에 맞춰 조용히 느려집니다. 증기가 가득 차오르면 카페 안은 잠시 다른 공간이 된 듯 아늑해지고, 햇살이 비칠 때는 김 사이로 번지는 빛이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손님들도 그 풍경 앞에서는 말수가 줄어듭니다. 자연이 만든 연극을 감상하듯 잠시 멈추어 서서 바라보는 순간이 생기는 것이지요.


저는 그 창문을 가게의 심장이라고 부릅니다. 하루의 공기와 빛, 사람들의 표정과 대화가 모두 그 창문을 통해 흐르고 지나갑니다. 온천 김이 스며드는 창문 덕분에 이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마을의 공기를 담아내는 작은 그릇이 되었습니다.


결국 공간은 사람이 만드는 동시에, 자연이 함께 완성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창문을 열어 두는 일. 그러면 마을의 숨결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오늘도 이곳의 하루를 특별하게 바꿔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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