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마을공동체미디어연대에 소속된 활동가 모두 누군가의 삶을 빛나게 해주는 사람들이다. 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고, 기록하면서 미디어라는 확성기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마을미디어, 마을공동체미디어, 공동체미디어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 말하는 이들을 들여다보면 활동 계기, 매체 특징, 조직 형태, 운영 원리 등 모양새가 매우 다양하다. 활동 내용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명칭이나 개념을 쉽게 정의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언론이 다루지 못하는 지역사회 이슈를 조명하기도 하고,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직접 현장에 적용하기도 한다. 지역 기반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지역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공공영역에 제공하기도 한다.
10년 이상 활동을 지속해온 활동가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 문화예술, 시민사회 등 전방위에서 ‘기록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연대 출범 준비 과정
‘진정한 연대와 협력’
지난 3월, 서울 마포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대회가 열렸다. 서울, 경기 권역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최남단 제주에서 접경지역인 파주까지 신문·잡지·라디오·영상·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폐지 이슈와 함께 그간의 성과와 과제를 돌아보는 발제에 이어, 경기권역 지역미디어센터를 중심으로 현황을 공유하는 발제가 이어졌다.
이날 참석한 경기권역 세 개 단체가 경기마을공동체미디어연대 조직을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시흥 ‘인재숲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첫 번째 모임을 시작했고, ‘마을미디어 인스토리 협동조합’이 사회적경제 기업과 함께 입주해 사용하는 공간에서 두 번째 모임을, ‘협동조합 커뮤니티플랫폼 이유’가 운영하는 파주출판도시 내 문화공간에서 세 번째 모임을 이어갔다. 공교롭게도 세 개 단체가 비슷한 시기에 협동조합 법인을 설립했고,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 평생교육, 문화예술, 도시재생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4월부터 매월 시흥, 용인, 파주, 의정부, 남양주, 화성 등 지역을 순회하며 활동가들을 만났다. 10개 단체가 양평에 모여 1박 2일 숙박을 하면서 출범식을 준비했고, 창립총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워크숍에 참석한 단체 대표자를 중심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했고, 출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연대와 협력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행사 운영, 포럼 기획, 홍보, 기념품 준비까지 운영위원들은 일당백으로 역할을 해냈다.
워크숍 비용과 출범식 준비에 필요한 비용도 외부 자원을 끌어오지 않고, 오롯이 회원 단체들이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마련했다. 회비를 안내한 지 열흘 만에 300만 원을 모았다. 내년에 내야 할 회비까지 완납한 단체도 있다. 경기마을공동체미디어연대라는 배에 스스로 올라탄 사람들은 ‘연대와 협력’이라는 메시지를 선언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줬다.
우리는 지역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의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담아냈다. 사회적·문화적 현상을 콘텐츠로 제작해 공유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판을 깔기도 했다. 활동가들은 현장을 누비며 인식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분야와 경계를 넘나드는 연대와 협력이 이루어졌다.
‘안 가는 데가 없고, 안 끼는 곳이 없다.’라는 말을 듣거나 ‘분신술을 쓰는 것 아니냐?’ 하는 의혹 제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미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의 과제와 비전
‘전문성 확보와 열린 네트워크’
경기마을공동체미디어연대는 내년 사업계획을 논의하면서 자체적으로 단계별 컨설팅을 지원하기로 했다. 진입단계에 있는 단체에 전담 멘토를 매칭하고 설립 및 운영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성장단계로 올라선 단체에는 구성원들이 가진 달란트로 사업화하는 방안을 알려주고, 법인 설립 및 운영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또한 단체 간 협업을 통해 공동 사업을 발굴하고 수행하기로 했다.
또한 전문성 확보를위해 ‘콘텐츠 제작 아카데미’를 열고, 마을공동체미디어 콘텐츠를 발굴하고 기획하고 제작하는 전 과정을 안내할 계획이다. 뿐만아니라, 지역사회를 다층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할 예정이다.
함께하는 데 필요한 건 결국 열린 마음이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지만, 이제는 경계를 허물고 맞손을 잡아야 할 때다. 누군가 덧씌운 프레임을 걷어버리고, 견고한 협력과 연대가 필요한 시기다. 만약 이런 얘기에 동의한다면, 누구나 위기라고 말하는 지금이 우리에겐 기회일 수 있다. 쪼개고 분리하는 것이 익숙했다면, 이제는 붙이고 연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