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스몰테이블 - 인디프레스, 작은 출판의 시대
교하도서관이 기획하고 주최하고 주관한 '2024 스몰테이블 - 인디프레스, 작은 출판의 시대'에 셀러로 참여했다. 이것저것 챙기느라 전날 늦게까지 작업실에 있었다. 아마추어같이 왜 이렇게 설레는 건지... 참으로 요상했다.
아파트 주민들이랑 글쓰기 모임하면서 쓴 에세이를 엮어 출간한 <아파트에서 다정한 이웃을 만나기까지>, 파주읍에서 마을방송국 운영할 때 썼던 <인터뷰가 즐겁다. 임사장이 간다>, 열일곱 서이가 쓰고 다람진이 그린 동화책 <문>을 챙겨서 현장에 나갔다.
파주 법원읍 '삼표연탄' 빈집재생 프로젝트를 홍보하려고 샘플로 만든 '삶표연탄' 에코백과 키링도 챙겼다. 책을 구매하신 분들에게 선물로 드리려고 작은 이벤트도 준비했다.
손승희 작가는 북페어 구경하러 왔다가 누드 드로잉북과 마스킹 테이프를 맡기고 갔다. 내가 팔아볼 테니 가지고 오라고 큰소리를 쳤기 때문이다. 행사 끝나기 직전에 드로잉북 한 권, 마테 하나 판매에 성공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터뷰가 즐겁다. 임사장이간다> 50권은 비매품이라 현장에서 파주 시민들에게 무료 배포했고, <아파트에서 다정한 이웃을 만나기까지> 4권, <문> 4권, 누드드로잉북 1권까지 총 9권을 판매했다.
마테 1개 판매한 것까지 더하면 매출은 총 13만 6,000원. 오전 10시 오픈해서 오후 4시까지 여섯 시간 동안 김밥 먹는 시간 빼곤 줄곧 현장에 있었다.
행사 전날, 북페어 경험이 있는 박 작가님께 책을 얼마나 챙겨야 하냐고 물어봤다. 페어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종별 3권 정도 판매된다는 말에 솔직히 설마설마했다. 그런데 정말 박 작가님이 말씀하신 딱 고만큼 팔렸다.
'아무리 못해도 스무 권은 팔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행사 끝나기 한 시간 전, 주변 셀러들을 둘러봤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책갈피로 만들어 오신 분도 있었고, 직접 동네 문방구를 다니면서 아카이빙한 책을 들고나온 분도 있었다. 정성스럽게 책을 포장해 주시는 분도 있고, 직접 그린 그림으로 만든 엽서와 스티커를 선물로 넣어주시는 분도 있었다.
한 권도 판매를 못 하셨다는 셀러가 있어서 두 권을 사드렸다. 우리 아파트 작은도서관에 한 권 기부하고, 한 권은 작업실 책장에 꽂아뒀다. 고양시에서 오셨다는데, 나랑 비슷한 일을 하는 분인 것 같아서 꼭 다시 만나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책이랑 굿즈 구매하는데 5만 6,000원 지출했다. 쓴 돈보다 번 돈이 더 많으니 성공적인 북페어였다고 결론을 내리기로...
이날 북페어에서 가장 큰 수확은 <어쩌면 황금기> 팝업북을 제작한 우야다 작가님을 만난 것이었다. 내 작업실에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야다 작가의 패브릭 포스터와 팝업북을 촬영해서 포토프린터로 인화해갔다. (사인 받으려고...)
우야다 작가님을 알게 된 건, 2022년 4월 10일 열린 제주북페어. 이날은 내 생일이었고, 홀로 제주여행을 떠난 날이기도 했다. 우야다 작가의 <어쩌면 황금기> 팝업북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나도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꽉 찬 마흔한 살 생일을 맞이한 나에게 우야다 작가의 팝업북과 패브릭 포스터를 선물했다. 그렇게 우야다의 책과 포스터는 내 최애 소장품이 됐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내가 지역 도서관에서 열린 작은 북페어에 참여하면서 이리도 들뜨고 설레고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독자는 물론이고 작가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는 것!
특히 열일곱 살에 학교를 자퇴하고 학교 밖 청소년이 된 서이의 스무 살 독립자금을 마련하게 위해 책을 함께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다 넘겨보고 구매해 주신 분도 있었고, 아이에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면서 기꺼이 지갑을 열어주신 분도 있었다.
올해 나오게 될 서이 작가의 다섯 번째 책도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