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DMZ는 철조망, 탱크 방어선, 경계초소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었다. 전쟁 이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 상태의 자연, 야생 동식물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생태환경을 상상하곤 했다. DMZ는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이자 신비로운 장소 그 자체였다.
임미려 대표가 작년 여름 DMZ숲 영상 콘텐츠 제작을 부탁했을 때, 많이 망설였다. 그녀는 인간적으로 너무 끌리는 사람이었고, 어쩌면 꽤 오랜 시간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일로 만났다가 관계를 해치는 상황이 생기진 않을까 겁이 날 정도로 마음이 많이 쓰이는 사람이었다.
작업실로 찾아온 그녀에게 빙빙 돌리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마치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겠다고 거짓을 고백하는 사람처럼...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숲에서 함께 일하는 팀장님과 동행하더니, 다음번엔 이사님까지 모시고 와서 날 설득했다.
나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삼고초려라니! 더 거절했다간 이 사람을 다신 못 보게 될 것 같아서 해보겠다고 했다. 순전히 이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 때문이었다.
‘한 번도 DMZ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해 본 적 없던 내가, 민간인통제구역(CCZ)에서 7년째 손수 15,000평 숲을 일궈온 그녀의 이야기를 잘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몇 날 며칠 밤잠을 설쳤었다.
임미려 대표가 정성스레 재배하는 이끼를 만나고, 일본에서 찾아온 연구자들을 안내하던 모습을 영상에 담고, DMZ 오픈 해커톤에서 대상 받던 날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 민북 지역 최초의 유리온실을 건축하고 비전선포식을 하던 날도 온종일 곁에 머물렀다.
이젠 조금 알 것 같다. 그녀가 꿈꾸는 DMZ숲의 미래가 어떤 것인지... ‘DMZ SPACE’ 크루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