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서 잠깐 누웠는데 세 시간이 흘렀다. 다정이가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는데, 정말 기절한 모습이었다.
할 일이 쌓여 있어 밤 9시가 다 되어 작업실로 나왔다. 8월에 한 차례 진행할 예정인 지속가능관광 프로그램 홍보물과 신청서를 만들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이유 조합원 김지현 선생님이 김영사출판사와 함께 기획했다. 올해 일곱 차례 기획된 ‘이유있는여행’ 중 세 번째 여행이다. 성악가와 피아니스트가 함께하는 클래식 인문학 콘서트, 동화작가와의 북토크, 다양성 쿠키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주출판도시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가능했던 이유는 결국 ‘관계’다. 김지현 조합원이 김영사와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와 협력의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출판도시는 파주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지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 안의 출판 콘텐츠를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건축물의 외형만 보고 가거나 대형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전부다.
이번 여행은 조금 더 머물 수 있는 여행으로 기획했다. 지역 출판사와 예술인, 작가들이 서로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 자체가 여행의 핵심이다. 협동조합은 이 사이를 잇는 실무자이자 기획자 역할을 맡는다.
지역 기반 협동조합이 지속가능관광을 기획하는 것은 그저 여행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기반의 로컬 콘텐츠를 실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기존 자원을 새롭게 조명하고, 그 안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 공간과 콘텐츠가 연결되는 흐름을 만든다. 지속가능관광은 자원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원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협동조합의 여행은 그렇기 때문에 다녀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머물고 남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에서의 여행이 소비가 아니라 전환이 되도록, 이번 이유있는여행도 그렇게 길을 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