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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착함이 아니라 예측가능성에서

by 이유 임민아

예측가능성은 곧 신뢰다.
말과 행동이 크게 다르지 않고, 상황이 바뀌어도 대응 방식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준비할 수 있다. 그래서 안심하게 된다. 신뢰는 호감이 아니라 예측에서 만들어진다.

반대로 흔히 말하는 ‘착한 사람’은 다른 의미일 수 있다.
여기서의 착함은 윤리나 원칙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불편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태도에 가깝다. 갈등을 피하고 싶고, 손해 보기도 싫고, 문제의 책임을 지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그때그때 분위기에 맞춰 행동한다.

이런 사람은 혼자서 나쁜 짓을 주도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이 조금씩 편법이나 무책임한 선택을 할 때, 굳이 제동을 걸지 않는다. 오히려 “다들 그러니까”, “나만 튀지 말자”라며 스리슬쩍 함께 간다. 자기만 편하면 된다는 기준이, 윤리의 경계를 밀어내는 순간이다.

그래서 진짜 위험한 건 노골적인 악의보다도, 예측할 수 없는 착함이다.
원칙이 보이지 않으면 다음 행동을 가늠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으면 맡길 수 없고, 맡길 수 없으면 신뢰도 없다.

결국 사람을 신뢰하게 만드는 건 친절함이 아니라 일관성이고,
사람을 경계하게 만드는 건 나쁨이 아니라 기준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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