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는 새우, 아보카도, 양상추, 계란, 방울토마토, 올리브, 옥수수, 아몬드. 각기 다른 맛과 질감, 향이 모여야만 ‘한 그릇’이 완성된다. 이름은 ‘새우 아보카도 샐러드’일지라도, 다른 재료들이 빠지면 이렇게 풍성한 맛은 결코 나올 수 없다. 드레싱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전한 샐러드가 된다.
주민자치회도 그렇다.
주민 각자가 가진 목소리와 경험, 관심사가 모여야만 ‘주민자치회’라는 이름이 의미를 갖는다. 어느 누구도 전체를 대표할 수 없고, 한 사람의 생각이 곧 결론이 될 수도 없다. 민주적 절차와 합의,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드레싱처럼 골고루 스며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건강한 주민자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운정2동 주민자치회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샐러드가 아니라, 한 사람이 주방을 장악해 자기 입맛대로 만들어낸 단일 요리처럼 보인다. 다른 재료들은 장식에 불과하고, ‘주민’이라는 이름은 껍데기만 남았다. 회의는 형식이 되고, 논의와 합의는 생략되며, 회장의 지시가 곧 결론이 된다. 이것은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민주적 운영 원칙을 무너뜨리는 구조적 문제다.
주민자치회는 사조직이 아니라, 지역의 갈등을 풀고 생활 의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공적 조직이다. 이 조직이 한 사람의 권한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주민자치라는 제도 자체가 흔들린다. 다양성과 합의가 사라진 곳에서는 참여의 동력도 금세 꺼져버린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기록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겪었는지, 어떤 방식이 공동체의 힘을 약화시켰는지 꼼꼼히 남겨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주민자치회가 다시 본래의 자리를 찾을 수 있다. 독선적 운영이 남긴 상처를 넘어, 진짜 샐러드처럼 다양한 재료가 어울려 풍성한 맛을 내는 공동체로 회복될 수 있도록 말이다.
- 출판기념회 때 더 자세한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