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면

고무적인 관계에 대하여

by 정긍정

학창 시절에 진작 이 영화를 보지 못했던 게 아쉽다. 시즈쿠라는 16살 소녀의 학창 시절을 잔잔하게 들여다본 느낌이었다. 꿈이 있는 소년(세이지)과 소녀(시즈쿠)가 만났을 때, 그들은 더 무한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사랑이란 감정까지.



직업상 많은 학생들을 만난다. 어른들은 늘 그때가 좋을 때라고 하지만, 내가 어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나이가 된 지금도 나는 학생들을 부러워해본 적이 없다. 그 나름의 힘듬을 이해해서라고 해야 할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그땐 전부일 수도 있었던 시절들을 돌이켜보면, 나름 아팠고 나름 고민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선 중학교 시절이 좀 그리워졌다. 첫 문장을 학창 시절에 진작 이 영화를 보지 못했던 게 아쉽다고 한 이유도, 무언가 나를 고무시키는 영화를 이제야 본 것이 그저 아쉬워서다.


세이지처럼 자신의 주관이 확실한 사람은 늘 멋있다. 본받을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이 약간은 추상적이지만, 시즈쿠에게 세이지가 꼭 그런 사람이다. 나를 좋은 사람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건 행운이다. 그 사람을 꼭 연인으로 한정하고 싶진 않다.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 대화 자체로 나를 더 좋은 사람이고 싶게 만드는 친구들이 있다. 그 전제는 그 상대방이 나를 애정 한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나의 좋은 점을 들여다봐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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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친구의 친구로 알고 지낸 친구가 있다. 계속 소식만 듣다가 30살이 되던 해, 그 친구의 추진력으로 단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아는 사이에서 친구 사이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티카 타카였다. 마음이 편했고 그 친구도 그래 보였다. 그때부터 자주 만남을 가지게 됐다. 알차고 배울게 많은 친구. 나라는 사람에게 어떠한 지적과 조언도 하지 않지만, 그 친구의 행동으로 나를 돌아보게 해 준다. 내가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던 때도 그때(친구와의 대화 중)였던 것 같다.



같은 감성을 가진 사람. 감성이라는 단어는 주파수가치관 같은 말들로 대체될 듯싶다. 세이지와 시즈쿠를 보며 같은 감성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반대로, 나도 누군가를 고무시키는 사람이고 싶다. 다이어리에 쓰고 늘 다짐하는 글귀 중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라는 부분이 있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무심코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삶이 누군가에겐 어떤 깨달음을 줄 수 있기를.

16살의 난 내가 다 컸다고 생각했다. 진짜 어른이 되고 난 지금, 나는 16살의 나보다 자신이 없다. 내가 정말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이 아니란 건 알고 있다. 뭔가 더 많은 미래가 남아있었던 그때가 그리우면서, 그런 것들을 잊어 갈 때쯤 이 영화를 보고 나에게 귀 기울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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