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직원에 대하여
직장에서 만나 일에 치이다 보면 '친하다'라는 기준이 모호해지고, '남에게 피해만 끼치지 말자' 같은 방어적인 관계론을 가지게 된다. 나도 회사생활을 할 땐, 칭찬을 받고 싶다기보다 욕을 먹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회사라는 사회에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내가 사람을 진심으로밖에 대할 수 없는 사람이라 그런 거라고 스스로 위안삼은 적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늘 상처가 됐다. 그런 면에서, 줄스가 벤에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 장면들은 말 그대로 '영화같이' 느껴졌다.
지난 회사생활에 대한 기억이 스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스쳐갔다. 나를 더 생각에 잠기게 만든 건 벤이라는 사람 그 자체. 영화를 다시 보고 되새기면서 줄스라는 인물에 더 공감하게 될 줄 알았는데, 70대 시니어 인턴인 벤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내가 줄스처럼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생활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벤을 떠올릴 때마다 부모님이 함께 떠올라서일까. 아마 둘 다 일 듯 싶다.
환갑이 넘으신 부모님은 두 분 다 아직 일을 하고 계시다. 이번 글은 부모님에 대한 글이 될 수도 있겠다. 증권회사를 다니던 엄마께선 내가 생기면서 일을 그만두셨다고 했다. 할머니께 나를 맡겨도 됐지만, 연세가 있으셨던 할머니에게 애를 봐주는 고생을 시키시고 싶지 않으셨다고 했다.
엄마는 여전히 똑똑하다. 젊은 날, 엄마가 얼마나 똑똑하고 총명한 사람이었을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런 엄마가 지금은 집에서 놀면 뭐하냐는 핑계로 일을 한다. 자식으로서, 일하고 돌아와 자신의 손으로 어깨를 주무르고 있는 엄마를 보고 있자면 마음은 아프지만 그럴 때마다 이 나이에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엄마. 그 열정에 가끔은 엄마와 내 몸을 바꿔주고 싶다. 늘 나를 반성하게 하는 부지런함과 뭔가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
나이가 들어.. 내가 어딘가에 소속되고, 무언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뿌듯함일까. 영화 초반, 벤이 시니어 인턴에 지원하기 위해 영상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장면의 모든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부모님의 마음이 그와 같지 않을까 싶어 곱씹게 됐다.
매일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도전적인 걸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 하지만 배울 수 있어요. 배우고 싶어요.
어느 순간부터 나도 어른들의 연륜이란 것을 무시했는지도 모른다.'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말은 전형적인 꼰대들의 언어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내 삶의 끝을 생각한다는 건 슬픈 일이지만 어쩌면 그 끝에 가까워질수록 내 삶에 대한 애착과 절실함이 더 커질지 모르겠다. 그 조바심으로 내가 하고 싶은 걸 시작하기 전에 그걸 깨달은 지금 이 순간부터 열심히 살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 그리고 나와 같은 젊음과 열정을 안고 사는 수많은 시니어들에게 마음속 응원을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