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ind Side(블라인드 사이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에 대하여

by 정긍정

미식축구 선수인 마이클 오어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는 바로 짧은 시가 떠올랐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

마이클을 자세히 그리고 오래 지켜봐 준 투오이 가족. 내 머릿속 마이클은 늘'투오이 가족이 아니었다면'이라는 가정을 달고 오는 사람이다. 영화가 투오이 가족의 시각으로만 그려진 것 같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돕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하는 막연한 의문은 조금 풀렸다. 그냥 그 사람을 알게 되고 난 후의 무조건적인 믿음과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응원과 지지. 심지어 그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마저 행여나 (도와줬을 때 어떠한 결과를 바라는) 나를 위한 일이 아닐까 미안해하는..

누군가의 불행한 상황으로 비로소 나의 처지가 나은 거구나 위로하고 안심하며 현재 내 삶에 감사하게 될 때마다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꼈다.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사는 게 맞지만 그런 생각이 나보다 더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삶을 목격한 후에야 든다는 게 씁쓸했는데, 자신을 위로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투오이 가족처럼 자신들이 가진 것을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나누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냥 존경스럽다.


남이었던 마이클이 투오이의 가족이 될 때, 마치 마이클에게 그들을 몰랐었던 과거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마이클이라는 사람의 인생은 그들과 가족이 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느낌이랄까. 적어도 마이클은 그래 보였다. 반면에, 투오이 가족에겐 마이클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이 통째로 오는 것이었을 텐데.. 그 사람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다면 '가족'도 될 수 있는 거구나.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베푸는 선행을 넘어 가족이 된 것인데 그건 마이클이라는 사람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도와주고 싶었고, 그다음엔 그에 대해 알고 싶었고, 알고 난 후엔 그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랬다. 그의 행복에 그들이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대목에서 투오이 가족은 행복한 가족임이 틀림없어졌다.


내가 그들처럼 부유하지 않아서, 그런 상황에 놓여본 적이 없어서 누군가를 도와본 적이 없다는 건 핑계일지 모른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1인으로서, 애써 선행을 찾아 하진 못하더라도 그런 상황과 사람을 마주친다면 외면하고 싶진 않다. 어쩌면 내가 그 사람들을 모른척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날 불행하다고 여기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내가 되는 거니까.

"어려운 사람을 돕자!"라는 캠페인의 슬로건 같은 말을 하고자 하는 건 아니었다. 선행을 하고 안하고의 선행 여부가 아닌.. 내가 남을 돕게 되면, 도울 수 있게 된다면 그건 내가 더 잘나서, 그들보다 더 나아서, 덜 불행해서, 남을 도울 때 동반하는 뿌듯함.. 같은 이유가 아니라 온전히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조건 없이'라는 말은 정말 어렵다. 자신조차 그 '조건'을 모를 때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돕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일인 것 같다.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고 생각되게 하는 일이다. 그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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