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0살이라면

2021년 새해는 그저 2020년 12월 31일의 다음날일 뿐일 텐데

by 정긍정

해가 바뀌는 것에 연연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아마도 난 대학을 졸업하고부터 한 해가 가고 1살을 먹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문득 지금보다 훨씬 세상을 몰랐던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했다. 그저 새해라는 건 나의 학년이 바뀌는 것,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지금은 연말이나 새해가 되면 자꾸 무엇을 이루었고, 또 무엇을 이루어야 할지 자신을 닦달한다. 꽤 괜찮은 1년이었다고 위로하고 거창한 신년 계획을 세운다. 조금은 기계적이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생각하는 시간. 좋다. 근데 해가 갈수록 그 위로와 계획이 점점 거창해져야 한다는 것이 문제일 뿐.


31살이 아니라 10살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일은 이게 다가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누구든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데, 왜 어른들의 마음은 그렇게 헤아려지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그건 우리가 크면서 '척'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나 또한 슬프고 힘들수록 내색하지 않으려 하는 게 우선이 되었고 언제부턴가 기쁜 일이 있어도 기쁘다기보단 다행이다라는 마음이 먼저 들기 시작했다. 억울하고 분하지만 남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한 적이 더 많고, 나마저 이런데 누군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거나 내가 누군가의 진짜 마음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단순한 세상을 살고 있다고들 말하나 보다. 여기서 '단순한'의 의미가 '쉬운'보단 '편안한'에 가깝게 느껴지는 건 내가 지금 생각이 너무 많다는 증거일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무언가로 채워지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요샌 점점 잃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예를 들면, 앞서 말했던 감정의 솔직함이라든가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나름의 열정 같은 것들이다. 이젠 정말 채워지는 느낌을 받도록 하려고 한다. 해야 하는 것들을 나열하기보단 하고 싶은 것을 먼저 적어야겠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날 위해 그걸 해주고 싶다. 마치 정신승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정말 무의미했던 1년이 있었던 적은 없다. 다만, 온전히 나를 위한 1년도 없었다. 2021년, 나의 31살은 나를 진정한 나로 채우는 한 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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