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려움까지 마주하게 해 준 영화
이 영화가 가스 라이팅과 같은 데이트 폭력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을 후기를 읽으며 알게 됐다. 상대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하는 점과 나만 아는 공포라는 점에서 어떤 형태의 데이트 폭력이든 너무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 세실리아에게 그와의 헤어짐은 생존문제였다. 거의 목숨을 걸고 탈출하지만 그의 사망 소식마저도 세실리아를 안심하게 만들 순 없었다.
애드리안은 죽음을 위장하면서까지 그녀에게 집착한다. 너무 슬픈 건 주변 사람들마저 세실리아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철저하게 그녀를 혼자로 만들어버렸다. 이로써 누군가에게 도움조차 받을 수 없는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 세실리아.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내 편이 없다는 건 상상해본 적이 없는데.. 나 마저도 트라우마가 만들어 낸 세실리아의 허상이 아닐까 섣부른 예측을 했었던 것이 미안할 정도의 외로움 싸움이었다. 그를 내 손으로 제거해야만 끝나는 싸움을 다 보고 나선 안타까움만 남았다.
난 겁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의 보이지 않는 두려움은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나만 아는 것이라 나만이 극복할 수 있는 두려움 말이다. 나에게 그런 것이 있다면 남들에게 비치는 내 모습이다. 어느 순간 누군가를 만나서 내가 선택권을 갖는 게 겁이 났다. 단순히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이라기보단 내 선택이 상대방 맘에 들지 않을 바엔 그들이 좋아하는 걸 선택하게 하는 것이 내 맘이 편했기 때문이다. 아마 남들은 모르겠지만 ,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을 거야.''저렇게 하면 실망하겠지.'같은 두려움 때문에 솔직하지 못한 순간들이 많았다. 나도 그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한다. 세실리아처럼 치열한 싸움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더 건강한 관계를 위해 어느 정도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너무 극단적인 영화를 봤다고 느꼈다. 하지만 한 개인이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은 그 이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이나 나에게는 더더욱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겠지만 누군가는 저런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필요는 있다. 또 영화 덕분에, 내가 가진 두려움도 마주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간섭이나 어떠한 부담을 주고 있진 않았나 돌이켜보기도 했다. 이런 영화를 곱씹는 걸 좋아하진 않는데 그래도 이런 생각들이 남은 영화라 그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