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이 세상을 살아볼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Soul(소울, 2020)

by 정긍정

엉엉 울진 않았지만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났다. 코로나로 그렇게 좋아하는 영화관도 마다해야 했다. 그런 나를 거진 1년 만에 영화관을 찾게 한 영화. 나도 몰랐었던 내 감정을 알려줬고 날 위로해준 영화라고 소개하고 싶다. 여기서 내가 몰랐던 감정이라 하면, 내가 바라던 삶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가는 느낌이었는데 그건 나라는 물고기가 이미 바다에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줬기 때문이다.


조 가드너(주인공)의 불꽃은 재즈다.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고 정규직으로 자리를 잡았음에도 그는 무대에 목마르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직전 그는 죽는다. 영화는 죽은 이후, 그의 영혼이 나타나고부터가 시작이다. 영화는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가 강한 영혼(조 가드너)과 삶의 의지가 전혀 없는 영혼(22)이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꿈에 그리던 무대를 서기 위해 조는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려고 애쓰는데 어쩌다 22의 영혼이 그의 몸에 들어가게 된다. 조의 몸으로 삶을 살아가게 된 22. 어떠한 인생이든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나 보다. 시끄러운 도시지만 맛있는 피자가 있고, 가슴을 울리게 하는 버스킹도 있다. 엄마의 실타래, 미용실에 누구든지 먹을 수 있는 사탕도 22에겐 이 잠깐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이 된다. 인생은 역시 살아봐야 하는 것일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정답은 없다한들 역시 해보는 쪽이 더 나은듯하다.


'삶'이란 걸 얻게 된 22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분명 좌절과 슬픔도 경험했겠지. 그럴 때마다 그를 위로해주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을 것이고, 조 가드너 또한 꿈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갖고 살아가고 있겠구나 싶다. 그리고 난 이 영화를 본 후엔 가만히 미세먼지 없는 하늘에 구름이 떠가는 것만 바라봐도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이 잦아졌다. 내가 가고 있는 길목에 수많은 물음표 중 몇 개는 지워진 느낌이다.


대학교를 졸업하며 성적으로 줄을 세웠던 지난날 같은 경쟁은 이제 없겠구나 생각하니, 어른으로 사는 것이 훨씬 낫다는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누구보다~'라는 상대적인 잣대는 지금까지도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이유다. 시험을 보고 답이 틀린 거라면 나의 실수를 인정하는 건 그렇게 굴욕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정답 없는 삶에서 누군가와의 비교는 한없이 나를 초라하게 했다. 이젠 그런 순간들이 드물어지고 있는 중이다. 내 하루하루의 삶만 곱씹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는 참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그냥 그렇다. 쉬는 시간의 커피 한잔이 하루를 버티기 위한 카페인 충전인 줄 알았는데, 그 잠깐의 산책과 커피 한 모금이 사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처음으로 큰숨을 내쉬며 나를 여유롭게 하는 순간이었다는 걸 깨닫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그런 순간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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