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기분이 좋았던 날의 기록
올해 들어 갑자기 비가 오고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가 익숙하지 않아 지금처럼 우산을 잘 챙겨 다니지 않을 때입니다. 우연히 일이 일찍 끝나 제가 사는 동네로 오는 친구를 지하철역 앞에서 기다린 적이 있습니다. 1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이었는데 오고 가는 사람들 구경에 마스크 안에서 연신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지하철이 와서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에서 우르르 쏟아질 때마다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빠가 딸을, 나이가 좀 있으신 아주머니는 일끝 나신 아저씨를, 남자 친구는 여자 친구를 데리러 왔더랍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든지. 다들 나를 데리러 온 그 사람을 찾으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두리번거리고 그 사람을 발견하면 하나 같이 얼굴에 미소를 짓습니다. 그 얼굴들을 보느라 우산을 들고 서서 친구를 몇 분이나 기다렸는지 어느덧 제 지인도 보였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우산을 건네주려 기다려준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 같습니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는 것도, 언제 출구로 나올까 기다리는 것도 모두 행복한 순간일 것 같아요. 그냥 그렇게 출구를 떠나는 사람들만 봐도 기분이 좋은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