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미션에 대하여
지옥으로 가든 왕좌로 가든 홀로 가는 자가 가장 빠른 법
이는 영화 초반, 에린 무어 장군이 미션을 수행하러 가는 두 주인공에게 하는 말이다. 영화를 다 본 순간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대사.
좋아하는 배우의 필모는 모두 보고 야마는 끈질긴 취미가 있다. 조지 맥카이의 존재를 알린 영화이자, 소장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영화다.
원테이크의 기법을 쓴 것은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터.
그 보다, 한 번도 끊기지 않았던 그들의 길목에 펼쳐진 참혹한 전쟁의 잔해들이 마음을 아리게 했다. 직접적인 전투 장면은 없었지만 충분히 그 참담함을 느낄 수 있었던..
이 영화의 시작은 '뜻밖의 미션'에서 비롯된다. 이 영화의 스코필드처럼, 내게도 언젠가 내 의지와 상관없고 내가 선택한 적도 없는 책임이 막중한 임무가 주어질지도 모른다. 살아보니 인생이란 게 그렇게 친절하지 않으니 분명 예고 없이 찾아오겠지.
전쟁터에서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상황만 아니라면, 그가 미션을 수행해야 했던 하루가 나의 인생 전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이 지났던 진흙탕의 그 길들이 나의 인생의 길목에 있는 시련이라면.. 지금 나는 스코필드와 다를 바 없다. 나도 그처럼 왜 나냐고, 왜 나여야만 했냐고 원망해 본 적도 있다.
그런 순간마다 힘이 되는 건 '내 사람들' 때문이다. 스코필드가 위기의 순간마다 가장 깊은 가슴속 주머니에서 꺼내 보는 가족사진처럼, 나에게도 그런 원동력이 있다. 힘들지만 내가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그런 존재들. 내가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들. 존재만으로도 나의 삶의 이유가 되는 그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영화 초반의 스코필드와 달리, 어느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임무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듯했다. 꼭 나여야만 한다는 확신으로 바뀌는 계기. 아마도 동료였던 블레이크의 죽음 이후였던 것 같다. 힘든 일일수록 누군가의 또는 무언가의 희생이 동반된다는 것이 너무 가혹하고 싫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희생으로 그 목표가 더 또렷해질 수 있다는 게 또 한 번 가혹하고 싫었다.
난 '책임감'을 나눌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둘이 나눠 들었던 마음의 짐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었을 때 당연히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은 셈이 되니까.
지옥으로 가든 왕좌로 가든 홀로 가는 자가 가장 빠른건 맞을 지라도, 난 조금 느리더라도 내 사람들과 함께 가는 길을 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