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ped(플립)

진정한 대화에 대하여

by 정긍정

주인공인 줄리와 브라이스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둘이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나는 '진정한 대화', '대화다운'대화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그 사람과 대화를 하고 상대에 대해 알아갈 때, 알고 지낸 시간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거기 서서 깨달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제대로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는 걸... 하지만 우리는 그날 얘기를 시작했다. 나는 우리가 오래도록 얘기를 나눌 것을 알았다.

위의 대사는, 마지막에 브라이스의 진심을 느낀 줄리의 내레이션이다. 나에게 진정한 대화에 대해 고민하게 해 준 대사.



누군가 영화 속 주인공 중 가장 닮고 싶은 인물이 누구냐고 물으면, 난 단연 줄리다. 줄리 같은 사람이고 싶다. 줄리 같은 사람이라는 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첫 키스는 브라이스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확신과 인내, 자신이 사랑하는 나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눈앞의 불도저도 두려워않는 의지, 자신의 프로젝트로 태어난 닭들을 끝까지 애정으로 길러내는 책임감.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의 나는 브라이스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내 감정에 확신을 가지지 못해 자기감정에 솔직하지 못할 때가 더 많고, 거절은 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또 나쁜 사람은 되기 싫은 마음..


영화 속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왜 이렇게 극명할까라고 생각했을 때, 난 그들의 가정에서 비롯된 것일 거라 스스로 결론지었다. 줄리가 자기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건, 자신들의 딸의 감정을 소중히 여겨준 부모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줄리는 아빠가 그림을 그릴 때 진솔한 대화를 많이 나눈다.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이다. 결국 애정 하는 나무를 잃게 됐을 때도, 그 나무 위에서 느꼈던 감정을 절대 잃지 말라며 그림을 선물해주는 아빠. 인상 깊었다.

여느 가정처럼, 저녁자리에서 부모님의 언성이 높아질 때도 있지만 그 후 딸의 방에 들러 자신들의 마음이 어땠는지를 말해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주는 모습에선, 미래의 나의 가정을 위한 매뉴얼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 간의 진정한 대화가 점점 힘들어짐을 느낀다. 각자 학업에, 직장에.. 어느 순간 우리 집은 우리 집이 아니라 단순히 잠만 자고 아침밥 정도를 먹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대학시절, 고은 시인의 인문학 강연에서 '관계가 존재를 만든다'는 말을 듣고 마음에 새긴 적이 있다. 엄마 아빠의 자랑스러운 딸과 누나로, 사랑스러운 누군가의 여자친구로, 누군가의 믿음직한 친구로 관계를 맺으면서 대화만큼 중요한게 있을까.


현재시간 금요일 오후10시22분. '내 사람들'과 오랜 대화를 나누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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