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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BRIDGE Dec 14. 2016

무비 브릿지 - 싱 스트리트

우리의 라피나는 어디에 있을까

    영화는 1980년대 아일랜드에서 시작한다. 마치 지금의 대한민국같이 희망이 안 보이던 그 때의 아일랜드. 그곳의 젊은이들은 꿈을 찾아, 희망을 찾아 조국을 떠나 영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더블린의 소년 코너는 새로운 학교와 금 간 가정 속에서 괴로워한다. 영화는 코너가 음악을 통해 시련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모습 덕에 이 영화는 훌륭한 성장영화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주인공 코너는 정말이지 찌질하다. 만 15세, 이제 갓 고등학교 1학년. 어리숙할 수밖에 없는 나이지만, 이 녀석이 하는 짓거리를 보고 있으면 정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밴드를 만든 계기부터가 좋아하는 여자 번호 따기 위해서니, 말 다 한 거지. 그리고 또 기껏 여자애를 위해 노래를 만들어 놓고, "다른 모델 이야기야." 라고 말하는 건 또 뭐람. 게다가 낭만적인 첫 키스 뒤에 한다는 말이, "남친은 어쩌고?" 김풍의 만화 "찌질의 역사" 의 주인공, 민기가 절로 떠오른다.

민기나 얘나, 얼굴은 멀쩡하다. 그런데 그 잘 생긴 얼굴 두고 행동은 대체 왜 그렇게....

    이런 못난이 코너를 변화시키는 사람이 바로 라피나다. 라피나는 코너의 밴드처럼, 미래주의자이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코너가 쫓아야 하는 꿈으로 그려진다. 그에게 새로운 이름인 "코스모" 를 주는 것도 라피나이며, 때로는 "절대로 적당히 해서는 안 돼" 라며 따끔한 한 마디를 건네기도 한다. 코너는 그녀를 위해 밴드를 만들고, 그녀를 위해 노래를 짓고, 또 그녀를 위해 고향을 떠나 런던으로 향한다. 이쯤 되면 라피나는 영락없이 코너의 "꿈" 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코너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듯, 그녀와의 관계 역시 쉽지만은 않다. 그녀 옆의 나이 많은 남자친구 같은 현실적인 제약들도 있고, 그녀가 닿지 않는 곳으로 멀리 떠나기도 한다. 그런 과정들 속에서 코너의 밴드 생활 역시 교장의 억압으로, 부모님의 이혼으로 흔들리기도 한다. 그리고 두 시련들은 늘 비슷한 시기에 코너에게 찾아온다. 

코너의 꿈, 코너의 사랑 라피나

    그리고 또 영화 내내 코너의 멘토가 되어 준 형, 브랜든도 있다. 갑작스레 생긴 탓에 사랑도 받지 못한 채 자란 그의 형. 강제로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그지만, 코너만큼은 그런 일을 겪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동생을 응원한다. 늘 멋지게만 그려지던 브랜든의 뒷모습에 숨어 있던 깊은 좌절감이 드러날 때, 관객들은 스스로에게 되묻는다."혹시 저 모습이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 라고. 브랜든의 말의 말처럼 "하늘을 날던 비행기였는데, 지금은 아닌" 모습이 언뜻 고시촌에서,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우는 많은 '우리'들의 거울처럼 느껴지는 순간. 브랜든은 꿈을 포기한 코너의 미래였던 것이다. 

영화 속,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슬픈 인물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코너는 자신에게 다가온 시련들을 모두 이겨낸다. 라피나가 런던에서 돌아올 즈음에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과 화해하고 친구가 된다. 그리고 그녀가 코너에게 점점 가까이 가고 있을 때, 학교에서 공연을 하며 자신의 날개를 펼친다. 늘상 그를 짓누르던 교장과 그의 가식적인 규칙에 대한 저항은 유쾌한 보너스. 그는 그렇게 눈앞에 놓인 수많은 허들들을 뛰어넘어 날아간다. 그의 꿈, 라피나와 함께. 


    영화는 코너와 라피나의 미래를 끝끝내 보여 주지 않은 채 끝이 난다. 어찌 보면 현명한 선택이다. 꿈을 찾아 달려가는 그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원하는 곳에 서는 것은 아니니까. 활짝 열린 채로 결말을 지은 덕분에, 영화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 지 되묻게 만든다. 모 방송인의 말처럼, "하고 싶은 거 하세요." 라고 우리들에게 힘껏 소리친다. 그리고 그 외침은 관객들을 들썩이게 만든다. 마음을 굳히고 나아가는 코너의 모습이 영화 중에서 가장 듬직하게 보이는 것은 그 들썩임 때문이리라. 영화는 그렇게 꿈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힘찬 응원을 건낸다.


총평: 영화 내내 발을 구르고, 몸을 들썩이게 만든다.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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