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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BRIDGE May 05. 2017

무비 브릿지 - 월플라워

우리가 우리로서 설 수 있도록

   때때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잃곤 한다. 주위 사람의 말에 흔들리기도 하고, 내 선택에 확신을 갖지 못해 계속 머뭇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로서 먼저 있어야 한다. 결국 우리 삶의 주체는 우리이기 때문에, 우리가 내린 그 모든 선택의 책임은 우리가 져야 하기 때문에 말이다. 다른 사람에 기대어 내린 선택은, 혹은 타인의 시선으로 내린 선택은 결국 후회만을 남긴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삶을 살 때, 그제서야 비로소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


    영화는 주인공 찰리가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찰리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학생의 전형이다. 아는 것이 있어도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비웃어도 그저 도망칠 뿐이다. 그냥 하루하루 버텨나가면서 졸업할 날만을 기다리는 그런 아이. 가까운 두 사람을 떠나보낸 슬픔을 그저 부둥켜 안고만 있는 아이가 바로 찰리다.


그런 찰리에게 패트릭과 샘이 다가온다. 찰리와는 다르게, 패트릭은 늘 쾌활하며, 모두를 즐겁게 하고, 또 한편으론 사려깊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샘은 두말할 것 없이 아름다운 소녀다. 찰리가 첫눈에 반할 만큼 말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같은 음악을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찰리를 이끈다. 학교에서 모두에게 외면받던 찰리에게 패트릭은 이런 말을 건넨다.

우리도 이렇게 멋진 친구가 숨어 있는 줄 몰랐어.

    그렇게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그들 덕분에 찰리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한 발자국씩, 밖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패트릭과 샘으로 인한 찰리의 변화는 앤더슨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첫 수업때, "첫날 사귄 하나뿐인 친구가 영어 선생이면, 좀 그렇잖아요?" 라고 퉁명스레 내뱉던 찰리는 이제 방과후마다 그에게 가서 책을 추천받고,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 조금씩 그의 세상은 넓어져 간다.


 하지만 찰리를 변화시킨 건 친구들뿐만이 아니었다. 메리 엘리자베스와의 짧은 연애도 찰리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 자신에게 호감을 표하는 메리를 차마 거절하지 못한 찰리는 그렇게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심지어 찰리 본인은 샘을 좋아하고 있는데도!

 그런 식으로 어영부영 시작된 연애는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찰리는 친구들과의 파티에서 큰 실수를 하게 되고, 그 탓에 샘과도, 메리와도 멀어지게 된다. 다행스레 모든 일이 잘 해결된 후에, 샘은 찰리에게 충고를 건넨다.

다른 모든 사람의 삶들을 네 인생보다 우선시해놓고 그걸 사랑이라고 말하면 안 되는 거야

 그래도 찰리에겐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거대한 난관이 하나 남아 있었다. 어린 시절 떠나간 이모와의 기억. 헬렌 이모의 죽음이 너무 강렬해서 잊어 버린 트라우마들. 찰리는 문득 그 기억들과 마주하게 되고, 죄책감과 자기혐오로 괴로워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잠깐의 괴로움이 지나자 찰리는 다시 회복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털어놓고,꾸밈없이 이야기한다. 비록 샘과 패트릭은 학교를 졸업했지만, 찰리는 더이상 외로워하지 않는다.


 찰리의 성장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난다. 찰리는 이제 떠나간 친구에게 편지를 자주 쓰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젠 찰리가 기댈 또다른 친구들이 생겼기 때문에. 그리고 굳이 친구들이 아니더라도 이젠 찰리 자신으로서 설 수 있기 때문에. 그는 무한하기 때문에 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찰리와 같은 시기를 겪는다. 친구나 연인에게, 트라우마에, 타인의 시선에 묶인 채 정작 나 자신을 바라보지 못한다. 리뷰는 찰리만을 중심으로 썼지만, 샘이나 찰리의 누나도 연인에게 얽메여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던 찰리에게 앤더슨 선생님은 한 마디를 남긴다.

We Accept the Love We Think We Deserve

 결국 영화는 계속해서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늘상 흔들리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자존감이라는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그래서 덜 흔들릴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뿌리를 내린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유를 느낀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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