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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BRIDGE May 11. 2017

무비 브릿지 - 캡틴 아메리카 트릴로지 & 브루클린

우리의 집은 어디에 있을까

    집은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사람이 처음으로 소속감을 느끼는 장소이자, 유년기 생활 반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집이다. 그런 이유로, 기존의 집을 떠나 다른 장소로 향할 때 - 첫 등교일, 또는 이사하는 날 - 사람들은 낯설고 두려운 감정을 느낀다.

    얼핏 보기엔 개미와 북극곰만큼의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두 영화, "캡틴 아메리카"와 "브루클린"은 주인공들이 새로운 집을 찾아나서고,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같은 지점에 도달한다. 브루클린의 뒷골목에서 쉴드로, 쉴드에서 어벤져스 맨션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와칸다로까지. 스티브 로저스의 집은 그가 등장하는 영화마다 바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의 정체성 역시 조금씩 바뀌어 간다.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군인, 캡틴 아메리카

    1940년대 브루클린에서, 스티브 로저스는 애국심 넘치면서도 따뜻한 소년이다. 몸이 지나치게 약한 것이 흠이지만. 그랬던 스티브는 슈퍼솔져 혈청을 맞고 캡틴 아메리카로 재탄생한다. 여기서 그의 아이덴티티가 처음으로 변화한다. 정의감 넘치는 소년에서 까라면 까는 군인으로. 그는 건장한 육체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국채팔이를 위한 아이돌로 전락한다. 하지만 그는 '군인'이기 때문에, 그 명령에 따른다.

    하지만 그를 군인이 아닌 '스티브 로저스'로 되돌려 주는 인물이 있는데, 같은 브루클린 출신 소꿉친구, '버키 반즈'다. 그가 납치되었다는 소식에 캡틴 아메리카는 처음으로 단독 행동을 하고, 이후 '스티브 로저스'로서 전쟁에 참여한다. 하지만 버키의 실종 이후, 그리고 수십년간의 냉동 이후 그는 다시 '캡틴 아메리카'로서 쉴드 밑에서 일하게 된다.


    "윈터 솔저" 부터의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는 이런 '스티브 로저스'로서의 정체성과 '군인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캡틴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 내적 갈등의 방아쇠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같은 브루클린 출신인 버키. 버키가 계기가 되어 스티브는 자신의 새로운 집이었던 쉴드를 스스로 무너뜨린다. 그리고 군인 과 히어로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게 된다.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지만, 때로 그것이 신념에 위배될 때는, 단호하게 거부하는. "어벤져스2"와 "시빌 워" 초반부의 모습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시빌 워"에서 캡틴은 소코비아 협약으로 인해, 그리고 또다시 버키로 인해 변화를 겪는다. 상명하복하는 군인의 포지션에 있던 그가, UN의 통제에 따르기를 거부하는 모습은 마찬가지로 같은 군인인 워머신의 태도와 대비된다. 뿐만 아니라 영화 최후반부에서는 지금까지 그를 상징해 왔던 방패까지 내던짐으로서 더이상 그가 '군인 캡틴 아메리카'가 아닌, '히어로 스티브 로저스'로서 정체성을 확립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들은 그 일련의 변화를 그의 '집'을 바꿈으로써 또다시 보여준다.

    반면에 "브루클린"은 좀더 직접적으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아일랜드 시골에 살던 소녀 에일리스는 머나먼 미국 브루클린으로 홀로 떠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온갖 고초 끝에 겨우 적응해나갈 무렵,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진다.

    이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또다른 소재는 '결혼' 이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집'을 짓는다는 뜻이다. 영화에선 Home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그래서 주인공이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단순한 연애 고민이 아닌, '어디에 뿌리를 내릴까?'라는 고민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 고민은 꽤 오랜 시간 동안, 관객의 입장에선 상당히 답답하게 다뤄지는데, 주인공이 고민을 끝내고 본인을 드러내는 순간, 답답함은 한 순간에 해소되고,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다만 끊임없이 고향 브루클린을 떠올리며 그 곳으로, 그 때로 되돌아가려는 스티브 로저스와는 달리, "브루클린"의 에일리스는 고향과 집 사이에서 확실히 선을 긋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나아가 그녀는 브루클린을 '또다른 고향', '진짜 집'으로 받아들임으로서 정체성을 확정한다.


    이는 아마 두 인물의 배경 차이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고향에서 부정적인 경험만을 했고, 그곳에 염증을 느끼게 된 에일리스와는 달리, 스티브 로저스는 브루클린에서 지켜나가던 본인의 신념, 그리고 그것을 부축해 주던 친구 버키에 대한 기억이 강하다. 일련의 사건 속에서 둘은 모두 고향에 대한 기억을 잠시 잊지만, 결국 그것을 떠올림으로 인해 본인들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해 나간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에일리스와 스티브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대부분 과거의 나와는 다르다. 그래서 때로는 과거로 되돌아갈지, 아니면 지금 이대로를 고집할지 하는 갈림길에서 고민을 한다. 그럴 때, 우리의 두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 처럼, 지난 기억들을 찬찬히 되짚어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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