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추억일 때 아름다운 법
내 비슷한 또래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는 "해리 포터" 와 함께 자랐고, 매년 새로운 시리즈를 기다려 왔다. 책이 완결이 난 다음에는 영화를 기다렸고, 십대의 끝무렵에서 영화가 완결이 났을 땐,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졸업을 하는 듯한 느낌이라 해야 할까? 해리가 떠남과 동시에 나의 어린 시절이 끝나는 것만 같았다. 해리의 부엉이 헤드위그가 죽으면서 해리의 유년기가 끝나듯, 나의 유년기는 영화 속에서 볼드모트가 죽어 가루가 되면서 끝이 났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나의 십 대 그 자체였다.
해리가 처음 호그와트 마법 학교 입학 편지를 받았을 때, 나는 마치 내가 마법학교 입학 편지라도 받은 양 설렜고, 그가 비밀의 방에서 괴물 뱀을 상대로 칼을 뽑아들었을 때, 십삼 년 동안이나 떨어져 지낸 대부, 시리우스를 만났을 때, 그리고 해리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차례차례 잃어갈 떄, 나는 그와 같이 웃고, 울었다. 비단 나만 그런 것이 아니리라. 나뿐 아니라 수많은 90년대생 소년 소녀들은 해리와 함께 자랐고, 마법 세계에 대한 환상을 떠올리며 자라 왔고,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시리즈가 끝난 지 십 년이 넘은 지금도 해리 포터 팬 페이지인 포터모어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몸소 보여 준다.
해리 포터를 추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성원에 힘입어, J.K 롤링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새로운 시리즈, "신비한 동물" 시리즈를 런칭했다. 마법 대결이래봤자 고작 지팡이에서 빛줄기 두개가 뿜어져 나와 부딪히던 기존 시리즈완 달리, 신비한 동물 시리즈에선 발전한 CG를 바탕으로 훨씬 더 '마법 같은' 마법 세계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많은 팬보이들이 궁금해하던 덤블도어의 젊은 시절, 그린델왈드와의 대결을 다루다니. 열렬한 팬의 입장에선 공중제비를 열세 바퀴 돌고 티켓을 사러 갈 만큼 떨렸다. 그리고 시리즈의 첫 작품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기대를 채워 주었다. 영국과는 또 다른 미국의 마법사 사회, 훨씬 더 즐거운 눈. 그리고 떡밥들. 영화를 보고 난 뒤 한 일주일 정도는 침대 위에서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탭댄스를 추는 심장을 부여잡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추억이 불러일으킨 설렘의 향기는 딱 첫 작품까지만이었다. 2년만에 새로 개봉한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은 반가움보다는 당혹스러움을, 추억보다는 의문만을 남겼다. 캐릭터들은 충분히 매력적이지 못했고, 과거 이야기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기를 원했던 관객들은 두 시간짜리 후속편 예고와 함께 의문의 안개 속에 가라앉았다. 갑자기 등장한 내기니나, 알려지지 않은 덤블도어의 또다른 동생은 작가의 의도를 충실하게 이행했다. 그것이 관객들에게 혼란과 의문을 품게 하는 것이었다면 말이다. "뭐? 내기니가 원래는 사람이었다고?" 라거나 "뭐? 덤블도어한테 또다른 동생이 있었다고?" 하는 등의 생각들은 호기심보다는 당혹감을 불러일으켰다.
발전한 컴퓨터 그래픽의 위엄도 딱히 효과적이진 않았다. 과거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두 불꽃이 부딪히는 장면에선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시리즈에서 두 지팡이가 맞부딪히는 장면을 떠올려 보라. 두 불꽃이 황금색으로 이어지고 해리와 볼드모트가 얼굴을 있는 힘껏 일그러뜨려가며 기합을 넣을 때, 우리 모두 한마음이 되어 가녀린 해리를 응원하지 않았나. 새로운 시리즈에선 비록 화려한 마법들과 마법생물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해리 포터 특유의 긴장감이 사라진 채였다. 덕분에 보는 내내 이게 '피터 잭슨과 번개도둑' 인지, '해리 포터' 프리퀄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최근 DC 확장 유니버스나 '스타 워즈' 시리즈를 향한 혹평은 단순히 팬보이들만 믿고 영화를 만들었다간 큰코다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경고했다. 하지만, JK 롤링과 예이츠 감독은 이를 신중히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 후속작에선 보다 많은 개선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