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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BRIDGE Mar 08. 2019

무비 브릿지 - 캡틴 마블

도전이 두려웠던 마블

    케빈 파이기를 필두로 한 마블 스튜디오는 그동안 전례없는 성공을 거두어 왔다. 파격과 고전을 넘나들며 팬들을 만족시켰으며, 그들의 영화 예고편 하나에 온 지구가 열광한다. 케빈 파이기는 분명 21세기의 월트 디즈니와도 같은 명성을 떨치고 있는 성공적인 영화 제작자이다. 하지만 너무 커진 명성에 짓눌린 것인지, 아니면 '어벤져스: 엔드 게임' 에 대한 중압감이 극심했던 것인지, 이번에 개봉한 '캡틴 마블' 은 너무나도 어설프기 그지없다. 

    지금껏 세계관을 이끌어온 마블의 가장 큰 장점은 고전적인 영화가 필요한 곳엔 고전적인 영화를, 파격적인 영화가 필요한 곳엔 파격적인 영화를 배치했다는 점이다. 첫 어벤져스 영화를 개봉하기 직전에는 다소 고전적인 오리진 시리즈들을 배치함으로써, 이어질 팀업 무비에서 관객들이 캡틴, 토르, 그리고 아이언맨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이후에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를 상영함으로써 그들이 일구어 낸 팀을 무너뜨리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뿐인가. 페이즈 3의 대장정인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를 상영하기 직전엔, 셰익스피어식 영어를 구사하던 토르에게 래드 재플린의 Immigrant Song을 붙여 주고, 스페이스 오페라에 가까운 영상미를 보여줌으로써 또 하나의 파격을, 관객에겐 새로운 기대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하지만 캡틴 마블은 이 중 어느 것도 해내지 못했다. 왜 캐롤 댄버스가 "캡틴" 마블인지도 설명해 내지 못했으며, 영화는 어디서 본 듯한 것들의 열화판이었다. 우주에서의 전투 씬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가 보여 주었던 잔다르 전투 시퀀스의 분명한 하위호환에, 빌런의 등장을 표현한 부분은 '스파이더맨 : 홈 커밍' 에서 마이클 키튼이 보여 준 위압감의 반의 반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다. 후반부 격투 씬에서 등장한 90년대 팝 송은 끔찍하게도 안 어울려서 헛웃음만 새어나오게 만들 뿐이었다. 여담이지만 해당 장면의 음악을 삽입한 사람은 해고되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캡틴 마블 자체의 액션도 새로울 것이 전혀 없었다. 새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대했던 바와도 달랐다.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초인이라는 말을 듣고 떠올린 것은 슈퍼맨, 그리고 토르의 액션 씬이었다. '맨 오브 스틸' 에 나왔던 파괴적이고 직선적인 움직임, '토르 : 라그나로크' 의 바이프로스트에서 나왔던, 단순한 동작들 하나하나로 엑스트라를 쓸어 버리는 카타르시스. 하지만 실상은 '아이언맨' 에서 얼핏 본 듯한 나선적인 움직임에, 파괴력 역시 캡틴 마블의 시선이 아닌, 상대역의 시선에서 보여주거나, 지나치게 먼 구도로 촬영한 탓에 그저 불꽃놀이로만 보일 뿐이었다. 

캡틴 마블의 액션 시퀀스가 이렇게만이라도 나왔으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물론 이 영화가 세기의 망작이라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저스티스 리그' 라든가, '배트맨 대 슈퍼맨' 따위와 비교할 생각도 없다. 걔네는 파격이나 고전을 논하기 이전에 기본이 안 되어 있으니깐. 이 영화는 적어도 기본은 갖추고 있는 영화이다. 하지만 마블 스튜디오에서 '엔드 게임' 을 앞두고 기존 자사에서 보여 줬던 여러 요소들을 옅게 첨부해 버무린 듯한 영화라는 점이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분명 더 좋은 작품을 뽑아낼 수 있었기에, 캡틴 마블을 더 나은 방식으로 소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남는 것이다. 하지만 그 토르 트릴로지마저 결국에는 멋들어지게 만든 마블이기에, 팬들은 여전히 기대할 것이다. 


총평 : 도전이 두려웠던 마블, 캡틴답지 않았던 캡틴.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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