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3일 _ 미술감독들과 '수카라'에서
23일, 토요일엔 미술감독 두 분과 차를 마셨다. (다음은 미술감독님들에게 보내는 편지글이다)
미감님들, ‘수카라’에서 던졌던 질문에 대해 나름의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미감님들이 머릿속에서 <당신과 함께 춤을>을 그리시는데 도움이 될까해서 몇 자 적어봅니다.
관객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요소가 뭐가 있을까 물으셨는데요, 저는 <당신과 함께 춤을>에 미술적으로 관객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요소가 뭐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왜 그런 고 하니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늘상 이렇게 말합니다. “영화 보러가자” 고. 근데 보여지는 그림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다니 말이 안 된다고 하시겠지만 실제 그러합니다. 왜냐하면 <당신과 함께 춤을> 생각하면서 저는 감추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연쇄살인마가 나오는 영화에서 살해 장면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 스릴러영화에서 나오는 수사하는 형사라든지, 밤장면이라든지 지하실이라든지 이런 분위기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피해야할 것들. 있지만 드러내지 말아야 할 것들. 뭐 이런 식에 생각이 집중되다 보니 보여지는 것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도리어 이렇게 간절히 부탁하고 싶습니다.
미감님들이 보여지는 것에 대해 찾아달라고 말입니다. 다만 보여지는 미술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당신과 함께 춤을>에서 나오는 모든 미술적인 요소는 수연에서 비롯되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그녀의 기분, 성격, 그녀를 둘러싼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 그 관계의 변이에 따라 공간, 의상, 소품, 그리고 날씨까지 말입니다. 그렇게 수연을 통해 <당신과 함께 춤을>의 미술을 생각하시면 막연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어떤 씬이 있습니다. 그 씬의 공간은 수연에게 어떤 의미의 공간인지.. 수연의 지금 기분은 어떤지... 그 기분에는 어떠한 색깔의 의상을 입을 것인지... 수연의 기분이 우울하다면 날씨는 반대로 화창했으면 좋겠다든지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든지. 오늘 밤은 보조등만 키고 싶다든지... 뭐 이런 식으로 접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관계로 얽히면 더 복잡해질 겁니다. 오늘의 수연의 기분에 따라 명호의 의상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진영이의 의상은 바뀔 것입니다. 그러니까 수연의 중심으로 해서 공간, 본인 의상 뿐 아니라 주변의 소폼, 진영, 명호의 의상까지 수연이 지배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뭐 의상만 얘기했는데 모든 소품이 그러합니다. 영화미술이라 해서 거대한 우주선을 만들고 가상의 괴물을 만드는 것이 미술의 핵심은 아닐 것입니다. 영화미술은 앞에 영화가 전제 되어 있는 것은 영화적인 스토리 안의 미술이라는 것이고 그 스토리를 <당신과 함께 춤을>에서는 수연이 만들어 갑니다.
저에게 있어 벚꽃이라는 이미지는 수연을 대변해주는 그런 이미지입니다. 또한 남편 명호와의 관계를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 장르를 비꼬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영화에서 이런 요소를 찾아봤으면 합니다.
결국 그렇지만 돈이 없다면 시간으로 메꿔야 한다.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다보면 좋은 것이 나올 것이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치는 미술감독들이 좋은 에너지를 <당신과 함께 춤을>에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