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꺼지지 않는 촛불을 켜고
촛불은 바람에 꺼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우리는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야 행복해질 줄 알았다. 그래야 성공이란 걸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우리는 늘 경쟁해야만 했다.
서열이 매겨지니 당연히 그래야만 했다.
그런 경쟁 속에서 만 20세의 한 청년은 사법고시에 패스했다.
그리고 그는 검사가 되었다.
검사가 된 그는 전직 대통령도 사정없이 조사했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별명이 ‘기브스’였다.
경쟁에서 진 적이 없는 그는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었다.
그는 누가 봐도 성공한 인생의 표본이었다.
부모에게는 늘 자랑이었을 아들이었다.
결혼을 해서는 늠름한 남편, 사위로서는 자랑 이상이었다.
장모께 헐값에 부동산을 매입하게 해주었음은 부수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자랑스러운 그는 이번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의 중심 우병우 민정수석이다.
거슬리는 질문을 하는 여기자를 입을 꾹 다물고 째려보는 그의 모습에서 아직도 성공에 도취되어 있음을 본다.
그뿐 아니라 이번 일을 통해 드러나는 성공의 극단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나에게도 아이가 태어난다면 저들처럼 되라고 하지 않았을까?
저들이 누군가를 밟고 성공을 쟁취했듯이 우리도 주위 사람들을 경쟁자로 생각하며 살고 있지 않았을까?
11월 26일 눈발이 지나간 광화문에서 촛불을 켜고 박근혜 퇴진을 외친다.
누구의 말처럼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지기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옆에 있는 처음 보는 아저씨가 불을 붙여준다.
혹은 불 꺼진 아줌마가 불쑥 내 초를 당겨 불을 옮겨 붙이신다.
작은 촛불과 함께 서로의 심장이 연결되는 기분이 든다.
밤 8시가 되어서는 촛불을 동시에 끄는 소등 퍼포먼스 시간도 있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촛불이 타올랐다.
하나의 촛불이 옆으로 뒤로 앞으로 전달되면서 말이다.
촛불을 전달하는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었다.
옆에 있는 사람으로 인해 든든했고,
옆에 있는 사람들의 외침 소리로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 뜨거워진 가슴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 같았다.
그 순간은 촛불로 연결된 150만 명의 심장이 동시에 뛰고 있었다.
지금도 내 심장에는 바람이 불어도 절대 꺼지지 않을 촛불 하나가 조용히 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