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30일 _ 부부 프로듀서를 만나다
28일, 목요일 하피디한테서 문자가 왔다. 시나리오 얘기를 했으면 좋겠으니 만나자고. 하여 오늘 만났다.
그 자리엔 최피디도 함께 자리하였다. 최피디는 누구냐하면 하피디의 남편이다. 둘은 ‘나비픽처스’에서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나는 최피디와는 그다지 친분이 없지만 내 나름으로는 눈여겨보고 있던 분이다. 왜냐하면 뚝심과 인내심이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여 언제가 독립장편에서 프로듀서를 할 뻔 한 적이 있었는데, 그 프로듀서 역할을 함께 하자고 제의를 한 적도 있다. 물론 거절당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잘 된 일이다. 그 영화는 엎어졌으니 말이다. 여하간. 그렇게 두 분이 함께 나왔다. 그 분들이 나온 이유는 내 <당신과 함께 춤을>에 관심이 있어서 였다. 저예산 영화로 함 움직여 보겠다는 거였다.
(다음은 두 분께 보낸 편지글이다)
하피디님, 최피디님.
오늘 저희가 한 얘기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시나리오 이야기를 하면서는, 앞부분에 뒤에 있을 상황의 기미를 느끼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요. 누군가가 이미 실종되었다든지 하는 식. 이 부분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분홍이 남편에 대해 얘기해주는 부분도. - 이 부분은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많이 생각해보았는데 새로운 생각이 잘 안 나네요) - 그리고 후반부에서 미소를 죽이는 마지막 장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고요. 근데 그 부분은 금방 고칠 수 있는 부분임으로 더 이상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렸듯이 <7년의 밤>에서 착안한 이혼이라는 설정. 그 설정을 가지고 와서 한 챕터가 더 들어가는 버전을 써보겠다는 것입니다. 하여 시나리오는 6월 까지 고치자는 것이지요.
그 버전을 갖고 움직이는. 그러니까 펀딩, 캐스팅이 되겠지요. 그렇게 움직여 보시겠다고 하셨는데 전 좋습니다. 어떤 방식이 될지는 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거기다 우려하신 ‘봄’에 대한 생각은 이렇습니다. ‘봄’에게서 연락이 온다면. 그쪽 입장을 들어볼 것입니다. 만에 하나 ‘봄’에서 연락이 오고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을 하피디님, 최피디님과 공유할 것입니다.
영화음악으로 고상지를 찜해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음 버전이 나오면 고상지씨는 접촉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음악을 확정짓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이 흔히 후반작업을 생각하기 쉬운데요. 음악을 정해놓는 것은 영화의 리듬과 분위기, 이미지를 미리 정해놓는 일이라 엄밀히 촬영 전에 정해놓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적은 예산에 좋은 영화를 만든 다는 것은 달리 말해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많은 시간의 투자는 적은 예산을 보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당신과 함께 춤을>이 그러합니다. 그런 면에서 음악감독을 정하고 (음악이 정해지고) 촬영에 임하는 방법은 영화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미술감독은 정해져 있구요. 미술감독은 젊지만 재능이 많은 친구들입니다. 그들의 젊은 감각과 재능이 <당신과 함께 춤을>에 영감을 주리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적은 예산으로 어떻게 영화를 잘 찍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잠깐 했는데.. 이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하니 이 지면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저는 어떠한 여건이라도 찍는다, 가 기본 생각입니다.
그 여정 길에 하피디님과 최피디님이 끝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2억 아래는 프로듀서로서 할 일이 없다고 하셨잖아요. 물론 거기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프로덕션 상황일 때의 일입니다. 아무리 예산이 적은 영화라 치더라도 제작, 프로듀서의 위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억 아래의 영화라도 현장에서 프로듀서가 있는 것이 좋구요. 다 찍혀진 영화를 어떻게 배급하여 관객과 만나게 할 것인가까지가 프로듀서의 역할이니 그러합니다. 현장에 나오지 않더라도 과연 5,000만원짜리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방식으로 관객에까지 유통되는지 말입니다. 그 전체가 영화 만드는 일이잖아요. 그런 방법을 모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프로듀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디까지나 이것은 최악의 상황이고요. 더 나아지기를 위해 함께 힘을 모은다면 방법은 있지 않을까요? (말로는 내년 봄 촬영이라 하지만 저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또 기다린다고 한들 후년 봄까지도 답이 안 나온다면 그 작품은 그 다음 해에도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러니 힘을 합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할 거 같습니다.)
영화는 누군가의 의지가 모이고 더해져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 한 명의 의지만 갖고는 절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여러 사람이 모여 만드는 거잖아요.
저는 함께 하기를 원합니다.
그것은 ‘이게모야의 것’을 도와주는 개념이 아닌 ‘우리꺼’가 됨을 말하는 겁니다. 특히 프로듀서는 도와주는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자리입니다. 영화라는 배에 진짜 선장은 프로듀서입니다. 감독은 키를 잡은 사람밖에는 아니지요. 그래서 바로 앞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위치. 그렇게 저는 앞만 바라보기에 이 항해에 목숨을 내놓고 출항을 결심한 겁니다. 그래서 특히 저는 아둔하고 어리석음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피디님과 최피디님은 목숨까지 담보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목숨까지 던진다고 덤비는 이 우둔한 저를 통제해달라는 겁니다. 선장의 자격으로 <당신과 함께 춤을>에 탑승해 달라는 겁니다. 당당히 선장으로 말입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한 발 더 나가는 회의가 되기 위해 시나리오를 서둘러 고치도록 할게요. 그럼 담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