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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게바라 Sep 18. 2018

나의 아저씨   제 3 회

 특기가 달리기

우리는 2화 엔딩에 ​
<나의 아저씨> 의 '나', 이지안이 어떤 인물인지는 알 수 있었습니다.
회사 대표인 도준영과 거래를 하는 장면에서 말이에요.
헌데 <나의 아저씨> 의 '아저씨', 박동훈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요.
억울하게 생긴 이미지의 그는 욕망보다는 양심을 선택하다는 사람이지만
오천만원 상품권에 흔들렸고.
그로 인해 회사에서 짤릴 뻔하고.
거기다 의심이 간다고 지안을 뒤쫓으며 보여준 그의 모습은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여하튼
<나의 아저씨>의 이야기 판은 이지안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세상 가장 불쌍한 팜므파탈의 모습으로.
이제는 이 상황에 박동훈이 어떻게 대처할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네요.
이점을 주목하면서

3회의 시작은 전회의 엔딩인 지하철 씬에서 어어집니다. ​


씬. 지하철
​거리를 두고 앉아있는 지안과 동훈.

동훈          어떻게 알았어? 나한테 뇌물 들어온 거.
지안          그걸 어떻게 모르지? 나랑 눈도 마주쳤는데.
가만히 앉아서 온 몸으로 책상서랍을 가리키고 있던데.
그걸 어떻게 몰라?
       
씬. 지하철 역 앞 도로

지안          내일 봬요.
동훈          비밀로 했으면 좋겠는데. 니가 버린 그 오천 내가 버린 줄 알아.
지안          한 달간 저녁 사요. 술도.
동훈          아, 그냥... 그냥 돈 줄게. 괜히 말 돌아. 여직원하고 밥 먹고 그러면.
지안          (픽 웃는) 아저씨. 자기가 되게 매력 있는 줄 아나봐.
동훈          말 돌아.
지안          얼마 줄 건데요?
동훈          얼마 줘?
지안          천.
​동훈          ........
지안​          (동훈 보다 돌아서 가는)


​와~ 3회 시작부터 찌질한 모습 발산하는 동훈입니다.
상품권 버린 걸 비밀로 해달라고 하면서,
​천만원을 요구하는 지안에게 싫다, 좋다 선뜻 대답도 못 하는 거 봐요.
​다음 장면은 더 가관입니다.


씬. 동훈 집

윤희         여태 누구랑 마셨어?
동훈         누구랑은....
윤희         누구랑 마셨는데?
동훈         직원들하고 마셨지, 누구랑 마셨겠냐?
윤희         돈은?
동훈         (냉장고 여는) 찾았어.
윤희         그걸 어디서 찾았어?
동훈         그냥 찾았어.
윤희         그냥 어디서? 그냥 어디서?
동훈         청소부가 갖고 왔더라고. 쓰레기통에서 찾았다고.
 
냉장고에서 소주와 대구포를 꺼내는 동훈.
 
윤희         근데 왜 당신이 버렸데?
동훈         누가 그래? 내가 버렸다고 누가 그래?
윤희         준영이한테 전화해 봤어.
동훈         그 자식한테 뭐하러 전화해?
윤희         당신 전화 안 되고, 내가 물어볼 데가 준영이 밖에 더 있어?
동훈         그 자식은 눈에 욕심이 다글다글 해가지고, 대표랍시고 성인군자처럼 웃고 다니는데...
​누굴 속여?
 
대구포가 쌓인 비닐이 안 풀어지자 뜯어내는 동훈.  
 
윤희         그렇게 찢어발기지 좀 말라고 좀. 그렇게 찢고 그대로 넣어둘 거지.
​그러면 말라비틀어진다고 내가 몇 번을 말해?
동훈          돈 찾았다고. 다 해결 됐다고.
 
일어나 들어가는 윤희.
대구포를 비닐에 잘 넣어서 냉장고에 넣은 동훈, 윤희 방을 여는.  
 
동훈         미안해. 다신 이런 일 없어. (나가려다) 준영이한테 전화하고 그러지 마.
 

​이씬은 제가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대구포 하나 놓고 오고가는 동훈과 윤희의 대화는 대구포 못지 않게 쫄깃쫄깃합니다. ​
장면 연출이 정말 잘 되어있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도 동훈은 멋지지 않아요.
변호사인 아내에게 어딘가 모르게 눌려있으면서,
도준영에게는 뒤쳐져 열등감에 쩔은 듯한.  ​
분명 윤희와 준영의 관계가 의심스럽지만 애써 외면하는 모습,
혹은 둔해 빠져서 알지 못 하는 모습이거든요. ​
엄밀히는 알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라 답답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이렇게 박동훈을 평범에서 약간 찌질한 지극히 보통의 남자로 만들어놓고. ​
그야말로 멋진 히어로 이상으로 만들어 나갑니다.
앞으로의 박동훈은 떼거리로 나오는 어벤져스 보다 훨씬 멋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의 박동훈은 조금 참고 보자고요.

아, 바로 다음 장면이 박동훈이 조금 살아나는 장면인데요.
장회장의 식사 프로포즈를 마다하고 지안과의 식사약속을 지키는 장면입니다.
아주 쪼금 멋져집니다.
하지만 그 둘이 하는 대화는 영....
  ​
 
씬. 술집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지안.
 
동훈         어디에 사냐?
지안         안암초등학교 뒤요. 맞아요, 엄청 후진 동네.
동훈         아버지는 뭐하시고?
지안         아저씨 아버지는 뭐하세요? 난 아저씨 아버지 뭐하시나 하나도 안 궁금한 데,
​왜 우리 아버지가 궁금할까?
동훈         그냥 물어봤어.
지안         그런 걸 왜 그냥 물어봐요.
동훈         어른들은 애들 보면 그냥 물어봐.
지안         잘 사는 집구석인지 못 사는 집구석인지 아버지 직업으로 간 보려고?
동훈         미안하다.
지안         실례에요. 그런 질문.
동훈         그래 실례했다. (자신의 잔에 맥주를 가득 붓는) 나 여태 뇌물 같은 거 받아 본 적 없어.
​가지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고, 그냥 잠깐 고민한 것뿐이야. 그 오천 덫이었어.
​뇌물 받았다고 치고 나 자르려고.
지안         누가 그런 건데요?
동훈         누가 그런 거 같냐?
지안         도준영 대표?
동훈         왜?
지안         박상무랑은 친한 거 같으니까 그쪽 사람은 아닐 거고. 반대편이란 건데,
​그렇다고 윤상무 혼자 오천씩 움직였을 리는 없고. 도준영 대표밖에 없지 않 나?
동훈         도준영이 나 왜?
지안         모르죠. 왜 그런 거 같은데요?
동훈         몰라.
지안         짐작 가는 것도 없어요?
동훈         아나보지 뭐 내가 자기 싫어하는 거.
지안         왜 싫어하는데요.
동훈         사람 싫은 데 뭐 이유 있나. 그냥 싫어.
지안         이유 있던 데, 잘 생각해 보면.
동훈         왜 싫은 지 이유도 생각하기 싫은 사람이 있어.
지안         정말 싫어하는 구나. 괴롭겠다, 그런 사람이 잘 나가서.
동훈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은 다 잘 돼.
지안         나 좀 싫어해줄래요. 엄청나게. 끝 간 데 없이. 아주아주 열심히.
동훈         (맥주 마시는)
지안         나도 아저씨 싫어해줄게요. 아주아주 열심히.
 

​이후, 지안은 동훈의 핸드폰에 고성능 도청장치를 해놓습니다.
(앞으로 보여질 핸드폰 속 도청장치의 성능은 실로 놀랍습니다) ​

아, 여기서 지안과 동훈의 인연의 고리가 하나 나오는데,
그것은 지안을 동훈이 뽑았다는 대목입니다.
이력서에 적힌 특기를 보고 말이죠.  ​


관리         좀 일찍 오시지. 몇 명 안 남았는데. ​
동훈         이 친구로 할게요.
관리         이 친구? 얘는 돌려보낼 생각하고 복수로 잡았는데, 이 친구 정말 괜찮겠어요?
동훈         (이력서 보며) 달리기. 심플하고 좋잖아요.
관리         뭐라고 하기 없기에요. 얘 부장님이 직접 뽑았어요. ​

     

특기 란에 '달리기'라 적어 뽑힌 파견직 지안은 회사 상층부 권력다툼의 핵심이 되어,
​급기야 박동운 상무를 좌천시켜 버립니다.
이제 다음 타킷은 박동훈 부장입니다.
​<나와요. 밥사요.> 란 문자를 받은 동훈은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 나갑니다.

 
씬. 술집

동훈         (돈 봉투 테이블에 놓는) 백이야. 한 번에 천은 못 줘. 다달이 백씩 줄게.
​​그러니까 밥은 그만 먹자.
지안          왜? 말 돌까봐 겁나나?
동훈          응. 불편해. 몰래 숨어서 밥 먹고 그러는 거.
지안          재밌어 할 줄 알았더니. 혹시 좋아질까봐 그래요?
동훈          (준 돈봉투 다시 주머니에 넣는) 그냥 그 오천 니가 버렸다고 말해. 그게 낫겠다. ​
나이 먹어서 너 같이 어린 애한테 질질 끌려다니느니 그냥 다 말해. 니가 버 렸다고.
​나도 내가 가질 생각은 없었다고 말할 테니까. (나가는)
    
씬. 골목길
동훈을 뒤쫓아 온 지안.
 
동훈        너 뭐하자는 거야? 왜 따라와?
지안        (보는)
동훈        뭐? 뭐?
 
지안, 동훈에게 매달려 키스하려는데.
 
동훈        (지안을 붙잡아 저지하는) 하지마. 하지 말라고. 말귀 못 알아들어? 어?
 
동훈의 손을 뿌리치고 가는 지안.
 

이 장면을 지안의 친구, 기범이 사진을 찍습니다.
이것으로 박동훈을 짜르려고 하는데.
​이후
박동훈이 초슈퍼 울트라 히어로(?)로 거듭나는 상황을 연이어 보여줍니다. ​
​박동훈이 곧 변모된 모습을 보일 거라는 예고 처럼,
3화 엔딩에 형, 상훈과의 대화가 보여지며 끝이 납니다. ​

플래쉬백.
동훈이 상훈과 하는 대화.
 
상훈         아, 니가 사고 안 칠줄은 알았어. 넌 유혹에 강한 놈이잖아. ​
동훈         내가 유혹에 강한 인간이라 여태 사고 안 친 거 같애? 유혹이 없었던 거야.
​그러니까 모르는 거야. 내가 유혹에 강한 인간인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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