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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게바라 Sep 19. 2018

나의 아저씨   제 4 회

꿈틀대는 박동훈 부장

​4화는,
박동훈 그가 지안의 '아저씨' 가 될 자격이 있는 지를 보여주는 화입니다.  

출근길의 동훈은 전날 달려들던 지안을 재차 뿌리칩니다.
그래요.
이 모습은 실로 영웅적인 태도입니다.
실은 오천만원의 상품권 보다 더 큰 유혹이 바로 아이유의 저돌적 키스입니다.
(적어도 전 그래요. ㅎㅎ)
동훈은 이 영웅적 태토에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습니다.


씬. 사무실
출근하지 마자 지안의 자리 앞에 선
 
동훈        이지안씨 오늘까지만 근무해요. 내일부터 안 나와도 돼.
    
씬. 사무실
윤상무실에서 나온 동훈, 지안 자리 앞으로,  
​    
동훈       이지안씨. 회의실로 와요.
 
씬. 회의실
회의실이 훤히 보이도록 커튼을 걷어내는,  
 
동훈          만만해 보이냐? 뇌물 받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거 보니까 한 번 구해주면 강 아지처럼
꼬랑지 착 내리고 따라 붙을 줄 알았어? 니가 들이대면 성은이 망 극하옵니다.
​그러고 감지덕지 할 줄 알았어? 재밌냐? 나이 든 남자 갖고 노 니까 재밌어?
지안          재미는.... 그냥 남자랑 입술 닿아본지가 하도 오래 돼서 그냥 대봤어요.
​나 만큼 지겨워 보이길래. 어떻게 하면 월 오육백을 벌어도 저렇게 지겨워 보일 수 있을까. 대학후배 아래서 그 후배가 자기 자르려고 한다는 거 뻔히 알면 서 모른 척 성실한 무기 징역수처럼 꾸역꾸역. (창밖 직원을 휘 둘러보고는) 여기서 제일 지겹고 불행해 보이는 사람, 나만큼 인생 그지 같은 거 같애서. 입술 대보면 그래도 좀 덜 지겨울까 잠깐이라도 좀 재밌을까 그래서 그냥 대봤어요. 그래도 여전히 지겹고 재미없고 똑같던데. 아저씨는 어땠어요?
동훈         부모님은 아시냐? 너 이러고 다니는 거?
지안         아저씨 부모님은 아세요. 아저씨 이렇게 사는 거?
동훈        말조심해. 한 번만 더 그런 짓 하면 그때 사유 다 얘기하고 짜를 거니까 그렇게 알어.


​이 장면은 박동훈이 유혹에 강한 인간임을 보여줌과 동시에
동훈과 지안과의 첫 교감 장면입니다.
상황, 장소 다 적절치 않아 보이지만 말입니다.
​이제부터 박동훈의 모든 말과 행동은 지안이 듣습니다.
다음 장면은 동훈이 지안을 생각하는 맘이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

  
씬. 술집
동훈         너희들은 걔 안 불쌍하냐?
김대리      뭐가 불쌍해요? 그런 싸가지가.
동훈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을 말해주잖아.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그게 보여. 그래서 불쌍해. 걔 지난날들을 알기가 겁난다.
    
씬. 지안 집
도청 음성이 나오는 스피커 코드를 확 뽑아 버리는
 
지안        개새끼.
 
 
​저는 이 장면의 지안도 참 좋습니다.
회의실 장면에서 지안과 동훈은 서로를 조금씩 알아차리게 됩니다.
하지만 지안은 누군가 자신을 알아채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 경계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무엇보다 욕을 찰지게 하는 지안의 모습이 매력적이네요. ​
이어지는 장면도 참 좋은 장면입니다. ​
 
    
씬. 낡은 건물 앞 거리
가게에 나오는 직원들.
동훈은 먼저 나와 건물을 올려보고 있는.
 
송과장        (동훈 옆으로 가 같이 올려보는) 아이 우리 부장님 이 건물 진짜 좋아해.
  ​이렇게 낡은 걸 왜 그렇게 좋아하세요?
동훈           나랑 같애.
송과장       예? 요즘 몸 안 좋으세요?
김대리       뭐 같애?
동훈           (턱짓으로 초석 가리키는) 74년 생.
김대리       오우 동갑이네.
송과장       건물도 부장급이네.
동훈          이 건물 밑이 원래 하천이야.
김대리      어디가 하천이야? 시멘트 바닥이구만.
동훈          자 봐봐. 물길 따라 이렇게 휘었잖아.
직원들      아, 그러네.
동훈         복개천에 지어서 재개축도 못 하고 그냥 이렇게 있다가 수명 다 하면 없어 지는 거야.
​터를 잘 못 잡았어. 것도 나랑 같애. 나도 터를 잘 못 잡았어. 지구에 태어나는 게 아닌데.
김대리      아니 우리 부장 이렇게 센티해. 경직된 인간이 불쌍하고 어쩌네.
​뭐, 그래서 어디에 태어나고 싶은데요?
동훈         안 태어날 거다, 새꺄.



물길따라 지어진 낡은 건물을 걸어가는 동훈과 직원들 모습이 참 이쁩니다.
​그리고, 터를 잘 못 잡았다고 말하는 대목은 곧 지안과 연결되는 고리가 됩니다.
(더불어 지구가 고향이 아니라고 말하는 동훈은 어벤져스의 일원이 분명해 보이기도 하네요)
나이차이는 24살이나 나지만 둘 다 서로 터를 잘 못 잡은 종족이라는 거지요.
(지안은 98년생. 동훈은 74년생이니 말입니다)​
이들의 24살의 나이 차이는 이제 곧 아무 의미도 없어집니다.
나이 얘기는 그때 또 하기로 하고.    
잠깐 드는 의문을 하나 풀고 가겠습니다.
지안은 광일이한테 많이 맞습니다.
지안은 자신의 지은 죄를 이런 식으로 속죄하고 있습니다.
기범의 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는데요,

기범         니가 맞고만 있을 애가 아닌데, 왜 맨날 맞아죠?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미 지안이 어떤 아이인 줄 압니다.
광일이 한테 맞고만 있을 아이는 절대 아니죠.
그러니 맞아준다고 하면... 지안은 착한 아이입니다. ​
자신이 지은 죄를 그런 식으로라도 속죄하는 여린 아이입니다.  ​

다음은 동훈의 재발견 장면입니다.
이 장면으로 지안을 한 번 울리는데요.
어떤 장면인지 보겠습니다. ​


씬. 호프집 앞
상훈이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동훈과 기훈에게 얘기한다. ​

상훈          기훈이 잠깐 다른 데 청소하러 가고 나 혼자 청소하는데, 어떤 사람이 계단 올라오다가
자기한테 먼지 떨어지게 했다고 지랄지랄. 가뜩이나 되는 일 없어가지구 사우나 갔다가 집에 자러 들어오고 있는데 먼지 다 뒤집어 쓰게 했다고. 빌라 짓는 사람이래. 그 빌라도 지가 지은 거래. 그 동네 빌라 반을 다 지가 지었단다. 청소업체 싹 다 바꾸겠다고. 제대로 사과하라고. 술을 마셨는지 술 냄새가 풀풀 나는데 뭐 어떡해. 무릎 꿇었지. 그 사라한테 한 십분을 훈계를 듣고 내려오는데 일층 계단 끝에 도시락이 있더라구. 못 봤겠지, 못 본 거겠지. 그냥 도시락만 두고 간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집에 갔는데. 노인네가 날 보고 웃어. (우는) 다 본 거야.


​이 말을 들은 기훈은 당장 분개해 쫓아가고,
동훈이 기훈을 말립니다.
이 장면도 인상적인 게 기찻길 위에서 벌어집니다.
​이 기찻길을 끼고 있는 길. 후계라는 동네를 대표하는 이 길.
희한하게도 기찻길을 끼고 있는 이 길이 이 드라마를 특유의 분위기에 젖어들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곧 나올 '정희네' 와 가게 앞 삼거리도 그러하고요.
얘기가 잠시 옆길로 샜는데요,
동훈이 상훈을 모욕한 건축업자(콧수염)을 찾아갑니다.  ​

 
씬. 콧수염 사무실
​건출사무실로 쳐들어간 동훈, 콧수염에게 명함을 건넨다.
<형제 청소방> 명함이다. ​

콧수염      누구누구 시냐고?
동훈         내 동생이랑 내 형. (과일 바구니를 놓는)
콧수염      뭐야? 또 이건.
동훈         시간 좀 있나?
콧수염      왜? 어디 나가 한 딱갈이라도 하게?
동훈         얘기 좀 하게.
콧수염      무슨 얘기? ​
​동훈         나도 무릎 꿇은 적 있어. 뺨도 맞고, 욕도 먹고. 그 와중에도 다행이다 싶은 건 우리가족은
​아무도 모른다는 거. 아무렇지 않은 척 먹을 거 사들고 집에 갔어. 아무렇지 않게 저녁을 먹고, 그래, 아무 일도 아니야. 내가 무슨 일을 당해도 우리 식구가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니야. 근데 어떤 일이 있어도 식구가 보는데서 그러면 안 돼. 식구가 보는데서 그러면 그땐 죽여도 이상할 게 없어.
 
씬. 지안 집
자인이 벌인 과거의 장면을 생각하는 지안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
 
씬. 콧수염 사무실
콧수염       에이 씨발 말 드럽게 많네. 그래서 뭐? 뭐 어쩌라고?
동훈          우리 엄마가 봤다고. 이제부터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해도 된다고.



​이 다음 장면에서
바로 콧수염이 동훈이 가지고 온 과일바구니를 들고 엄마 집에 찾아와 사과를 합니다.
이 사건으로 그간 찌질하게 보였던 박동훈의 위상이 바로 섰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훈과 지안은 서로에 대해 조금씩 눈치채고 말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이어집니다.
태국에서 '정희네'의 사장 정희가 돌아오면서. ​

 
씬. 정희네
​정희가 돌아와 다시 문을 연 '정희네'.
그곳에서 후계조기 축구회가 모여 술판이 벌어졌다.
술이 취한 동훈이 기훈에게, ​

동훈         누가 날 알아. 나도 걔를 좀 알 것 같고.
기훈         좋아?
동훈         슬퍼.
기훈         왜?
동훈         나를 아는 게 슬퍼.
 
씬. 지안 방
이를 듣고 있는 지안이 고개를 돌리는데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다.


아, 고개를 쓱 돌리는 지안의 옆얼굴 너무 사랑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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