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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게바라 Sep 20. 2018

나의 아저씨   제 5 회

착하다

씬. 정희네
​기훈          내가 아무리 돈이 없어도 팬티는 오만원에서 몇 백 원 빠지는 거 사 입어. 내가 오늘 죽어도, ​
뭐 교통사고 당해 죽던 강도 당해 죽던 병원에 실려가 빨 개 벗겨놔도 절대로 기죽지 않게 비싼 팬티 사 입어. 형은 얼마짜리 사 입 어? 이거는 되게 중요한 거야. 죽어서는 쪽팔린 거 대책이 없어. 죽어서는 팬티 못 갈아입어.

동훈         수의 입힐 건데 뭔 걱정이야? 임마.
기훈         마지막은 팬티야. 어? 수의는 다 똑같이 입는 거고 내 마지막은... 내 팬티..... 와야~~~
 
축구 중계를 보는 사람들과 함께 소리지르는 기훈.
 
기훈          내 말은 내가 막 사는 것 같아도 오늘 죽어도 쪽팔리지 않게 매일매일 비싼 팬티 입고 그렇게
​비장하게 산다는 거야.



서로를 눈치 챈 지안과 동훈은 서로에게 벽을 세워둡니다.
하지만 그 벽은 둥근 달이 이쁘게 뜬 날 산산히 무너지고 맙니다.
​둥근 달이 뜬 밤.
달을 보고 싶다는 할머니를 마트 카트에 태운 지안이 골목 계단을 위태롭게 내려옵니다.
마트부터 홍시를 들고 쫓아 온 동훈이 이 광경을 보고 도와줍니다. ​
동훈에게 도움을 받고도 무시하고  카트를 밀고 가버리는 지안입니다.   ​


​씬. 높은 지대 도로
​달을 보는 할머니.

할머니       (수화) ​예쁘다.
아까 그 사람 누구야?
지안          (수화) 회사 사람
할머니       (수화) 좋은 사람이지? 좋은 사람같애.
지안          (수화) 잘 사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 되기 쉬어. ​

​씬. 지안 집 앞 골목
할머니와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동훈이 기다리고 있다.
할머니를 엎어서 집으로 올라가는 동훈. ​
씬. 지안 집 앞
할머니를 집 안까지 모셔다드린 동훈이 갑니다.
지안이 대문까지 나와줍니다.

동훈       (지안을 물끄러미 보다) 착하다.  .....간다.

돌아서 가는 동훈의 뒷모습을 보는 지안.


​"착하다."
스캔들 사건 이후 도준영 뒤를 캐는 문건과 녹음파일로 동훈을 끌어내리려는 지안에게 한 말입니다. ​
지안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을 말입니다.
아니,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많이 들어봤을 그런 말이었을 겁니다.
'착하다'는 말을 놓고 돌아서 가는 동훈의 뒷모습을 보는 지안의 기분은 어떠했을까요?
둥근 달이 뜬 그날 밤 이후
사무실에서 나눈 대화입니다.
이름을 물어보는. 서로에게 관심을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씬. 탕비실
서류 정리하는 지안.
동훈         나와 있으면 할머니는 누가 봐.
지안         친구가 둘러봐요.
동훈         무슨 지짜야? 우리 아들 이름이 지석인데.
지안         이를 지요.
동훈         안은?
지안         편안할 안이요.
동훈         좋다. 이름 잘 지었다.


동훈의 따뜻한 관심은 계속 됩니다.
회식을 하러 가는 자리에 동훈은 지안과 같이 가자 합니다. ​
그가 지안에게 한 대사는 평범하지만 따뜻합니다. ​

동훈       이지안씨 회식 같이 가지. 같이 가. 고기 먹어.


​그렇게 해서 간 자리는 그야말로 동훈에게 지옥이 됩니다.
송과장이 회식자리에 온 도준영에게 동훈을 사석에서는 선배대접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항변하고,
거기에 윤상무가 송과장에게 폭력을 휘두르하고, 이를 말리는 동훈이 대신 나자빠지고 마는.
한마디로 난장판이 되버린 거죠. ​
다음 장면은 그 이후의 상황인데요, 지안의 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라 중요합니다. ​


​씬. 회식자리
김대리      (카악 가래침 뱉는) 아아.. 씨.. 아, 부장님도 그래, 밑에 있는 우리 생각해서 좀 기어주면
안 돼? 아니면 깔끔하게 나가주던가. 구박받는 상사 옆에서 보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괴롭겠냐.. 이러지도 못 하고 저러지도 못 하고 ​야, 진짜 솔직히 말해서 이게 누구 잘못이냐? 저기 잘난 도준영 잘못이냐? 못난 우리 부장님 잘못이냐? 남자는 무조건 잘나고 봐야 돼. 카악...

철썩!
김대리 따귀를 세차게 올려붙이는
 
지안          드러운 새끼.
 
씬. 눈 오는 기찻길
힘겹게 걷던 동훈이 눈 오는 거리에 자빠진다.
 
동훈         내가 오늘은 못 죽어. 비싼 팬티가 아냐.


5회 도입부에 기훈이 했던 팬티 허세 대사가 이 대목에서 동훈의 대사를 빛나게 합니다.
그보다 지안의 도청은 이제 그의 약점을 잡기 위함이 아닌 그에 대한 관심과 걱정으로 바뀌었습니다.
동훈이 쓰러진 소리만 듣고도 그를 향해 뛰어가니 말입니다.
거기다 지안은 동훈에게 도준영이 통화했던 번호가 공중전화임을 알려줍니다.
공중전화 박스에서 윤희를 마주치는 장면.
이때 윤희를 바라보는 동훈의 표정이 절묘합니다.
이 모든 장면 또한 지안이 보고 있으면서 5화가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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