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게바라 Sep 21. 2018

나의 아저씨   제 7 회

예쁘게 생긴 애, 지안이 웃습니다

​지난 6회에서는
​지안이 나오는 씩이 확실히 줄면서 재미없는 회가 되었습니다.   
7화의 시작도 캠핑장이니 지안이 나올 확률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한 일은
이 모든 상황을 지안은 알고 있습니다.

7화가 시작하고 30분이 지나서야 정말 오랜만에 둘이 만났습니다.
그곳은 지하철 안입니다.


씬. 지하철
거리를 두고 앉은 지안과 동훈.
 
동훈         부모님은 계시나? 할머니 땜에 물어보는 거야.
지안         돌아가셨어요, 두 분 다.
동훈         할머니한테 다른 자식은?
지안         없어요.
동훈         근데 왜 할머니를 니가 모셔? 요양원에 안 모시고.
지안         쫓겨났어요. 돈을 못 내서.
동훈         손녀는 부양의무자 아니야. 자식 없고 장애 있으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데,
​왜 돈을 못 내서 쫓겨나? 아, 혹시 할머니랑 주소지 같이 돼있냐? 주소 지 분리해. 같이 사는데다가 니가 소득이 잡히니까 혜택을 못 받는 거 아냐. 주소지 분리하고, 장기요양 등급 신청해. 그런 거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 냐?
 
씬. 지하철 역 앞 도로
동훈         가라.
지안         밥 좀 사주죠.
동훈         술도 사줄게. 와.

​지안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 동훈.
돌아서 가는 동훈에게 지안이 한 말,
"밥 좀 사주죠."
​이때, 지안의 음성에는 흔들림이 있습니다.
지금껏 건조하게 사달라고 했던 지안의 음성과는 확연하게 틀린 조금은 수줍은 음색이었습니다.
괜히 저도 이제부터 그들의 만남은 심상치 않다는 느낌에 긴장하게 됩니다.
동훈은 흔쾌기 술도 사겠다고 말하며 가지요.
이런 동훈을 쭐래쭐래 쫓아가는 지안의 발걸음도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

  
씬. 술집
동훈         사줄만 하니까 사주는 거야. 먹어. 형 여기 공기밥도 하나 줄래요.
주인         응, 하나면 돼? (갖다 주는) 맛있게 먹어.
 
허겁지겁 밥을 먹은
 
지안         (소주 한 잔 원샷하고는) 같이 밥 먹고 그러는 거 말 돌까봐 겁난다더니
내 가 불쌍해서 맘이 편해지셨나? 막 사주네.
동훈         아이 말 참.
지안         누가 뭐라 그러면 내가 얼마나 불쌍한 앤지 말하면 되니까. 내 인생에 날 도 와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는 생각하지 마요. 많았어요. 도와준 사람들. 반찬도 갖다 주고, 쌀도 갖다 주고.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네 번까지 하고 나면 다 도망가요. 나아질 기미가 없는 인생 경멸하면서. 지들이 진짜 착한 인간들인 줄 알았나 보지.
동훈         착한 거야. 네 번이 어디야? 한 번도 안 한 인간들 쌔고 쌨는데. 무슨 말인 지 알겠는데.
​내 인생이 니 인생보다 낫지 않고, 너 불쌍해서 사주는 거 아 니고, 고맙다고 사주는 거야. 도준영 맞아. 나 자르려고 오천만원 먹인 거. 그 오천 니가 버리지 않았으면 난 아무것도 모르고 회사 짤렸을 거고... 그 래서 밥 사는 거야.
지안         왜 그랬대요? 도준영은.
동훈         내가 싫었나보지 뭐.
지안         그렇다고 막 자르나?
동훈         회사는 그런 데야. 일 못 하는 순으로 짤리지 않아? 거스르면 짤리는 거야.
지안         이제 어떡할 거예요?
동훈         뭐 어떻게 해. 이제 내가 알았으니 그만해라, 그럼 되지.
지안         그럼 그만 한데요?
동훈         그럼. 아무한테도 말 하지마. 도준영이 나 짜르려고 했다는 거. 내가 가서 뭐라 했다는 거. 다.
지안         나 같으면 위에다 꼰질러서 도준영 그 인간 짤라버리겠네.
​그 정도 사안이면 바로 짤리지 않나?
동훈         나쁜 놈 잡아 족치면 속 시원할 거 같지? 살아봐라 그런가?
​어쩔 수 없이 나도 그 오물 뒤집어 써. 그놈만 뒤집어쓰지 않아.
지안         아니면 큰 돈 받아내서 나가서 회사 차리던가. 나한테 누명 씌워 짜르려는 인간하고
어떻게 한 회사에 있어.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지옥 같을 텐데.
동훈         현실이 지옥이야. 여기가 천국인줄 아냐? 지옥에 온 이유가 있겠지.
​벌 다 받고 가면 되겠지, 뭐.
지안         벌은 잘못한 사람이 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 내가 대신 죽여줄까요?
동훈         ..... 마셔...
 
씬. 술집 앞
지안에게 포장음식을 건네는
 
동훈 이거 할머니 갖다드려. 나도 너 한 번 살려줬었다.
 


​"나도 너 한 번 살려줬다."는 말은 동훈이 지안을 삼안이앤씨에 뽑아줬다는 얘기입니다.

​동훈은 캠핑장씬에서 도준영에게 윤희와 헤어지라고 말합니다.
사실 그보다 더 더 중요한 말은,
동훈이 불륜 사실을 알았다는 것을 윤희 모르게 하라는 것이었죠.

​'아무도 모르면 돼. 그럼 아무 것도 아니야.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니 야."
6화에 동훈이 지안에게 했던 대사입니다.

그 후 회사에서 동훈과 도준영이 마주칩니다.
그 자리에서 도준영은 발끈 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
 
씬. 옥상
동훈에 의해 끌려올라온
 
준영         그냥 다 까발려. 누굴 봐주는 척, 드럽고 치사해서. 예감 적중해서 아주 신 났지.
​나쁜놈이다 싶었는데 딱 나쁜 놈 돼주니까 아주 신났지. 선배만 나 알 아봤는 줄 알아요? 나도 이십년 전에 선배 얼굴 보고 딱 알아봤어요. 착한 척 하면서 평생 억울해하며 살 인간. 남자들 사이에서 파이 뻔한데 욕심내면 내쳐지니까 덤벼들어 올라갈 용기는 없고. 정년만 채우자 오십까지만 버티 자. 자기 주제 파악이 빨랐지. 그러면서도 욕심내서 올라가는 인간 경멸하 고. 질투났어요? 자긴 갖고 싶은 거 꾹꾹 참는데 다 뺏기고 다 퍼주는데 나 욕심내면서 쭉쭉 올라가니까 꼴보기 싫어 죽겠었어요? 내가 선배 선배 그러 면서 아양 떨 때 좀 이쁘게 봐주지 그랬어요? 그럼 미안해서라도 이 지경까 지는 안 만들었을 텐데. 조용히 헤어지라고? 됐고. 아니꼬와서 못 해먹겠고. 다 까발려. 다 까발렸을 때 내가 잃는 게 많아, 선배가 잃는 게 많아? 난 또 딴 데 대표이사로 가요. 지가 잃는 게 많아서 나한테 까발리지 말라고 그러 는 거면서 누굴 생각해주는 척.
동훈         그래 가보자. 그래 가보자, 끝까지 가보자.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나 가보 자. 나도 궁금하다.
​내가 완전히 무너지면 무슨 짓을 할지. 어떤 인간이 될 지. 가보자.



​이 대화를 들은 지안은 윤희에게 달려갑니다.
동훈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것이지요.
이 장면을 더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윤희의 차에 치이기까지 하는 지안입니다.
이제 윤희와 도준영의 관계는 종말을 맞이하게 될겁니다.

윤희에게 도준영의 실체를 알려준 지안은 동훈을 향해 달립니다.
 ​


씬. 술집
 
동훈        걔 안 왔어요?
주인        응? 누구?
동훈        왜 춥게 입고 다니는 애. 이쁘게 생겨가지고.
주인        아 저번에 같이 왔던 친구. 안 왔는데.
 
씬. 도로
​동훈이 자신을 찾는다는 것을 안 지안은 달린다.
동훈에게 달려간다.  
 
씬. 술집
술을 비우고 일어나는
 
동훈         계산이요.
 
문이 열리며, 다급하게 들어서는 지안.
 
주인         왔네, 이쁘게 생긴 애.
동훈         어, 왔냐? 난 다 마셨는데.
지안         (자리에 앉는) 한잔만 더 하죠. 더 해요.
 
자리에 앉는 동훈.
 
지안         나 왜 뽑았어요?
동훈         달리기. 내력이 쎄보여서. 백미터 몇 촌데?
지안         몰라요. 기억 안 나요.
동훈         근데 그게 무슨 특기래.
지안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근데 그게 진짜 나 같아요.
동훈           (건배하고는) 행복하자.
 
맥주 마시면서 눈이 마주친 지안과 동훈.
그만 ​픽 웃고마는 두 사람.



지안이 웃습니다.
예쁘게 생긴 애, 지안이 웃습니다.
지안이 웃었다고요.

제 7 화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지안의 웃음을 보여주면서.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