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모야 독립영화 만들기

2015년 5월 6일 _ <당신과 함께 춤을>을 들고 명필름을 찾다

by 이게바라

동대후문 옆, 제본하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춤을> 2부를 제본한다.

한부는 김혜성팀장에게, 또 한부는 심재명대표에게 줄 것이다.

얼마 전 <명필름>은 파주로 이전했다. 명필름아트센터와 명필름영화학교도 개설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사가 다른 일을 벌이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갖는 ‘명’에 대한 신뢰는 사뭇 남다르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쓰자마자 다시금 ‘명필름’을 처음으로 찾는 것이다.

여기 ‘명필름’과 ‘나’와의 인연을 - 어디까지나 나의 기준에서 - 내가 ‘명필름’ 심재명대표께 보낸 편지글로 대신하고자 한다. (이 편지는 2013년 5월 18일 토요일에 쓴 글이다.)




명필름을 찾은 세 번의 방문기록을 되짚으면 저라는 사람의 윤곽이 대략 설명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소 지루할 수 있겠지만 끝까지 들어주세요.

때는 2003년... 전 대학로에 새 사옥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명필름을 찾아 갑니다. 가방 속엔 제가 난생처음 쓴 시나리오가 넣어져 있었죠. 그 시나리오는 저의 에이리언 3부작 중 두 번째 챕터에 해당하는 영화였습니다. 제목은 <사춘기>. 잠시 그 시나리오를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소담한 도시 춘천을 배경으로 사춘기의 한 고등학생이 서서히 신체의 변화를 겪으며 외계인으로 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시나리오로 처음 명필름의 문을 두드린 것입니다.

사실 전 그때 명필름을 처음 방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명필름을 처음 찾은 것은 1996년 혹은 1997년으로 기억됩니다. 대학로 고즈넉한 한옥주택에 명필름이 위치할 때였습니다. 그때는 당당히 명필름에 프러포즈를 받고 찾아갔던 것이죠.

바로 영화 <접속>에 연출부로 말입니다.

당시 <접속>의 조감독이셨던 김상우감독을 (이분은 <미스터 로빈 꼬시기>의 감독이 되셨다) 광고영상 알바 일을 하면서 만났더랬습니다. 그 작업에서 김상우감독은 조감독, 저는 제작부를 맡았거든요. 잘은 알 수 없으나 김상우감독은 최종학력이 고졸이 전부인 저를 우직하고 성실한 놈으로 봐주셨던 거 같습니다.

당시 저는 제 소원이 영화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습니다. 그랬기에 김상우감독도 저에게 그런 제안을 해주셨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꿈을 이룰 수 있는 제안을 단칼에 거절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미 <태양은 없다>에 연출부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충무로와 명필름의 문지방을 동시에 넘을 수 있는 기회를 잃고 <태양은 없다>라는 영화로 충무로 문지방을 넘게 됩니다.

제가 <태양은 없다>라는 영화를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저는 제가 만든 동영상 - 그러니까 단편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많이 미흡한 영상으로 저 혼자 찍고 주연하고 안 되면 여동생 출연시키고 해서 찍은 동영상을 들고 김성수 감독님을 찾아가서 연출부가 된 것입니다. 처음부터 김성수 감독님을 만날 수는 없었고, 우노필름 제작부장, 임희철씨에게 제 동영상이 담긴 VHS테이프를 전달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얼마 후 김성수감독님이 직접 제게 전화를 하셨죠. 그래서 저는 스크린 자막에 제 이름을 확인하는 꿈을 이루게 됩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서울극장 개봉 첫 날 제 옆에는 이정재씨 동생으로 나온 당시엔 중3소녀인 여배우 류현경씨가 앉아있었죠. 촬영하면서 친해진 터라 같이 앉았습니다. 비록 중3소녀이긴 하지만 여배우와 나란히 앉은 저는 드디어 엔딩크레딧에 제 이름을 확인하는 복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야기가 꽤나 지루하게 리와인드 되었습니다. 다시 플레이 시키면 저는 다시 대학로 명필름에 와 있습니다. 제 앞에는 몇 주 전 시나리오를 맡겼던 제작부장 김현철씨가 앉아 있습니다. 김현철씨는 제게 말합니다. ‘시나리오는 읽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아키라’ 같은 느낌을 받았다. 흥미롭지만 영화화 하기는 힘들지 않겠나..?’ 저는 조용히 시나리오를 가방에 넣고 명필름을 나오게 됩니다.

그렇다면 저는 왜 생전 처음 쓴 시나리오를 들고 명필름을 찾았던 걸까요? 그것은 아마 <접속> 연출부 제의 때 가보았던 명필름의 한옥집 분위기가 참 좋았던 거 같습니다. 또 하나는 김성수감독님이 심재명 대표님에 관해 얘기해줬던 일화가 하나 있어서입니다. 그것은 과거에 당신이 영화를 준비할 당시 자신의 시나리오를 무차별하게 씹어댔던 기획실 여자 하나가 있었는데, 그녀가 바로 심재명이었다, 라고 말입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심대표님의 이름을 은연중에 맘속에 새겨두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명필름을 찾았던 시나리오를 김성수감독님도 보시게 됩니다. 김성수감독님은 그 시나리오를 좋게 보셨는지 저는 김성수감독님의 차기작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영화는 제가 소화할 수 있는 그릇의 시나리오가 아니었죠. 아니! 저는 시나리오 작가가 될 소양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죠. 심지어 그 당시 김성수감독님이 준비하던 시나리오는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얘기를 ‘낙랑’을 중심으로 푸는 사극으로 저에게는 가당 치도 않는 작업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제가 그때 무슨 얘기를 자판 앞에서 두드렸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저는 그 후 김성수감독님이 만든 영화사에서 입봉 준비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때 저는 영화는 둘째 치고 사람에 무지하고 관계에 미숙하여 그만 영화사를 나오게 되었죠.

그 시기에 저는 <사랑을 놓치다>라는 영화에 현장 편집을 하게 됩니다.

<사랑을 놓치다>를 한 후 2006년 혹은 2007년 저는 명필름을 다시 찾게 됩니다.

두 번째 방문인 거죠.

그때 명필름은 고속터미널 뒤편, MK라는 이름으로 널찍한 사무실을 쓰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명의 첫 느낌인 한옥주택 분위기는 온 데 간 데 없는 딱 사무실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저는 시나리오를 여러 편 들고 갔습니다. 그때 가져갔던 시나리오를 생각나는 대로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장만옥이 나왔던 <신용문객잔>에서 모티브를 얻은 <원나잇 스탠드 월매주막> ‘춘향전’의 프리퀄쯤 되는 얘기로 월매주막의 주모 월매가 춘향이를 임신하게 되는 하룻밤에 벌어지는 무협액션.

<당산대형>이라 하여 ‘당산’동의 이‘대형’씨의 이야기로 학창시절 도망만 다녀 몸이 날래진 어눌한 히어로 얘기.

<그 여름의 순이>라 하여 일제 강점기의 9살 순이가 19살이 되어 ‘그 여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이하는 이야기로 <그린파파야 향기>처럼 집 안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또 <모두 다 그녀를 좋아해>라고 허리우드 영화 <경찰서를 털어라>에서 따온 얘기로, 성격이 지랄 맞으나 외모만큼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도둑이 자신이 숨긴 보석을 찾아 한적한 마을에 들어가는 얘기로, 온 마을 남자들 이 못 된 여도둑을 사랑하게 되는 휴먼 코미디입니다.

마지막으로 <과연 이 토끼는 인간이 될 수 있는가?>라 하여 영화 <물랑루즈>와 <헤드윅>을 보고 생각한 뮤지컬로 달에 사는 토끼가 인간이 되려고 지구에 내려와 카바레 웨이터로 일하며 밤무대 여가수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까지.

근데 문제는 이 시나리오가 다 초고 수준이었다는 것입니다. ㅜㅜ

얼마 전 <구미호 가족>으로 피디로 입봉을 했다고 자신의 근황을 소개한 김현철피디께서 이 잡스럽게 많은 시나리오를 받아 들고, 예전 박찬욱감독님도 이렇게 시나리오를 여러 편 가방에 넣고 다녔다는 얘기를 해주며 격려해주셨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영화화하기 곤란하다며 고맙게도 이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집까지 배송해주셨습니다.

이렇게 두 번째 명필름 방문이 허무하게 끝난 뒤,

저는 ‘아이비전’이라는 영화사에서 시나리오를 한 편 받게 됩니다. 광고회사를 배경으로 자신의 경쟁자와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경쟁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얘기가 해 볼만 하겠다 싶어 뛰어들었다가 영화사 대표가 아이템을 포기하는 것을 목격하는 수모를 겪게 됩니다.

그 후 저는 EBS에서 방영하는 시트콤 연출을 맡게 됩니다. 처음엔 총 26부작으로 기획되었지만, EBS 방송국이 생긴 이래 최초로 조기종용이라는 굴욕을 경험하게 됩니다. 결국 최종 16부작으로 끝을 맺게 되었지요.

그런 다음 저는 종편 드라마 준비 작업을 잠깐 하다가 손을 털고 해가 지는 서해안 펜션에서 생활하며 <당신과 함께 춤을>를 작업하게 됩니다.

이때 작업한 <당신과 함께 춤을>를 가지고 세 번째 명필름을 방문하게 된 겁니다.

그 사이 저는 ‘명’에 대한 신뢰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무엇보다 <마당을 나온 암탉>과 <건축학개론>이 너무 좋습니다. 제가 영화 처음 시작할 때 제가 원하는 감독님을 찾아다녔듯! 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프로듀서를 간절히 원합니다.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심대표님은 절대 신인감독과 일하지 않는다. 또한 잔인한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뭐 이런 얘기를 귀동냥을 통해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저는 심대표님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이렇게 무작정 들이댄 것입니다.

험....

이쯤에서 제 야욕을 드러내겠습니다.

흠....

심대표님은 저를 정중히 거절하셨지만 저는 아직 심대표님을 놓지 못하겠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편지를 쓰는 것은 심대표님의 치맛단에 다시 한 번 매달리는 것입니다.

심대표님은 <추격자>도 온전히 봐내지 못하셨다고 하셨는데요...

<당신과 함께 춤을>은 <추격자>와는 다른 영화입니다.

연쇄살인마의 영화가 아니라, 수연이라는 평범한 주부에서 시작된 영화라는 얘기입니다.

<당신과 함께 춤을>의 태생은 <불신지옥>에서 시작됩니다. 그 영화를 보고 저는 공포영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인공은 무조건 여자다. 주부다. 뭐 이렇게 발전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잉그리드 버그만의 <가스등>과 로만 폴란스키의 아파트 3부작 등이 <당신과 함께 춤을>의 레퍼런스가 되었죠. 그러면서 늘 놓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뽀송뽀송한 정서.. 이와이 슈운지의 <러브레터> <사월이야기>에서 보여줬던 그 분위기입니다. 앞서 말한 영화와 상반된 분위기 같지만 동시에 공존한다면 새로운 공기를 연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당신과 함께 춤을>은 세상을 향해 뻗어나가는 영화가 아니라 수연이라는 한 여성이 감내하고 감싸 안는 영화입니다.

저는 마초적 남성성이 지배하는 ‘영화판’과 ‘영화’에 거부감이 있습니다. 그것은 크게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 작게는 아버지 중심의 가정에 갖는 불만이자 거부감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란 남자는 그 영향권에 절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지금도 복싱을 꾸준히 하며 제 안의 남성성을 단련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끊임없이 여성성을 갈망합니다.

제가 의도치 않았는데 돌이켜 보면 두 번째 명을 찾았을 때 썼던 시나리오들이 모두 여자가 주인공이었습니다.

<그 여름의 순이>의 순이, <월매주막>의 월매, <모두가 다 그녀를 좋아해>의 다정, <당산대형>은 대형이 주인공이지만 ‘잔디’라는 염력을 가진 진정한 초능력자를 만나면서 히어로로 재탄생이 됩니다. <과연 이 토끼는 인간이 될 수 있는가?>에서도 다혜라는 밤무대 가수가 실질적인 주인공입니다.

심대표님!

밑그림을 크게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좀 더 신중해지시기 바랍니다. 감독이라는 악기도 가늠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직 연주를 한 적이 없는 악기라고 해서 그저 외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심대표님이 그리시는 큰 밑그림에도 <사월이야기>가 걸리지 않는다면 그때 버리셔도 늦지 않습니다. 저는 심대표님의 결정을 기다리겠습니다.

왜냐하면 연쇄살인마가 나온다고 하여 본인의 취향과 맞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시고 바로 이 프로젝트를 버리는 것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시겠거든 저와 상의해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제가 다 알지 못 합니다. 저도 심대표님을 통해 길을 찾고자 하겠기에 그러합니다.

<당신과 함께 춤을> 작업 하면서 미소를 죽일 수 없어 작업이 상당기간 진척되지 못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어떻게든 살리려고... 하지만 미소를 죽이면서 시나리오를 쉽게 끝맺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잔인한 장면, 즉 살해 장면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을 겁니다. 단 명호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최대한 사실적으로 보여줄 생각입니다. 라스트 삽으로 명호의 머리 내리치는 장면이 그것입니다. 그 외의 장면은 절대로 피 한 방울 보여주지 않을 겁니다.

고된 여행 중 시장터에서 먹은 이름 모를 음식이 입에 맞는 것처럼, 어쩌면 <당신과 함께 춤을>도 연쇄살인마라는 낯선 포장에 덮였을 뿐 심대표님 미각에 맞는 맛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의심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도 거절하시면 세 번은 매달리지 않겠습니다.

그래야 다음 번에 명필름을 가벼운 맘으로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많이 질척댔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너무나도 절실한 일이기에 쿨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 다시 한 번 트윗으로 답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토요일 비온 뒤 흐린 일요일...




위의 편지를 읽어보니 명과의 인연뿐 아니라 그간 내 영화편력, <당신과 함께 춤을>의 의도까지 깡그리 나열되어 있다. 잘 됐다. 이 편지글로 ‘명’과의 인연뿐만 아니라 내 소개까지 간략하게 끝이 났으리라 본다.

그렇다. 이 글은 공개 글이다. 로드리게즈가 <엘마리아치>를 만드는 과정을 일기형식으로 적은 <독립영화 만들기>라는 책이 있다. 나도 그처럼 <당신과 함께 춤을>이 과연 영화로 만들어질지 이렇게 기록해 나갈 것이다.

그 첫 장이 바로 또 다시 ‘명필름’을 찾은 날이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명필름 김혜성팀장께서 <당신과 함께 춤을>이 <사월이야기>였던 시절 시나리오를 좋게 보았다. 2013년 5월 어느 날 배화여고 부근에 있던 ‘명필름’을 오늘 같이 무작정 찾았었다. 그때는 거의 문전박대를 당했었다. ‘<명>은 외부 시나리오는 받지 않으니 두고 간들 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놓고 가려면 놓고 가라.’ 는 것이 김혜성팀장의 얘기. 나는 내가 충무로 조감독 출신임을, 심지어 아동용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EBS에서 16부작 드라마 연출경력이 있음을 피력하며 시나리오를 읽어달라 사정하고 돌아서 나왔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김혜성팀장에게 연락이 왔다.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었다. 시나리오를 팔 생각이 있냐?’ 는 말에 난 쾌재를 불렀다. 그렇구나, 내 시나리오가 재미있구나. 하지만 첫 끝발이 개끝발. 그 후 꽤 여러 명에게 시나리오를 보여 봤으나 오로지 김혜성팀장만 <당신과 함께 춤을>를 재밌게 본 것이었다.

맞다. 그 후 내게 있어 사람들의 관계는 두 부류로 나뉘게 된다. <당신과 함께 춤을>를 좋게 본 사람과 안 좋게 본 사람. 이렇게 두 부류로. 좋게 본 사람은 이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돈독한 관계가 될 것이고, 안 좋게 본 사람은 이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김혜성팀장은 내게 있어 절친이요. 죽마고우 이상이다. (물론 그녀가 이런 내 맘을 알게 된다면 기겁을 할 것임이 분명하다 _ 하지만 이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 연고로 오늘은 김혜성팀장께 아이스 카페라떼까지 대접받으며 <당신과 함께 춤을>를 맡기고 왔다. 그렇다고 기대는 없다. 다만 난 ‘명필름’이란 영화사, 심재명이라는 프로듀서. 거기에 김혜성팀장이 좋다. 이들과 일하고 싶어 프러포즈 하는 것이다. 좋아한다고, 같이 <당신과 함께 춤을> 키워보자고 말이다. 내가 좋아하고 같이 일하고픈 맘이 있는 것처럼 ‘명필름’에서도 나를 선택하지 않을 권한이 있다. 대한민국 최고 영화사가 보기에 난 그렇게 매력적인 ‘감독’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의 내 주제를 잘 안다.

그래서 이렇게 일지도 기록하는 것이다. 아주 힘겨운 여정이 될 것이다. 힘겨울수록 행복할 것이다. 또한 이 기록이 내가 영화를 만들어 감에 있어 반석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매거진의 이전글이게모야 독립영화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