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모야 독립영화 만들기

2015년 5월 7일 _ <당신과 함께 춤을> 미술감독을 만나다

by 이게바라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이**씨가 묻는다. 나는 알려주지 않는다. ‘곧 내 글 - <당신과 함께 춤을>의 제작일지 - 을 블로그에 올릴 거니까 그 글을 보아라. 그러면 나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나이를 묻는 질문을 대충 뭉갰다. 왜냐하면 내 나이가 부끄럽기 때문이다. 나이는 내가 지내온 시간임에 그렇다. 흔히들 말한다. ‘그 나이 동안 뭘 했는가?’ 내가 친애하는 <명필름> 심재명대표는 그녀가 제작한 영화가 그녀의 나이를 대변한다. 최근 '명'에서 제작한 <화장>이라는 영화를 보면서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임권택감독님은 물론이고 그 영화에 참여한 김형구촬영감독님, 이병하 동시녹음기사님, 조영민조명기사님, 박순덕편집기사님, 김수철음악감독님 등... 자막에서 확인하는 반가운 이름 석자. 이들은 충무로에서 오랜 기간 일한 장인들이고. 이분들과 함께 작업을 한 적도 있는 나로서는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을 통해 만나게 되는 느낌은 반가움을 넘어 가슴까지 뜨거워진다.

나이 얘기를 하다가 말이 옆으로 샌 것 같지만 아니다. 다 같은 얘기다.

나는 기억한다. <태양은 없다>는 김현편집기사님이 편집을 했는데, 나는 편집실에 자주 가 있고는 했다. <태양은 없다> 작업 이전에 16mm로 찍은 <추격쌍졸>이라는 단편영화 편집을 부탁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영화편집이 흥미롭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태양은 없다> 편집을 하시는 김현편집기사님께서 <로버트 태권V>를 편집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그 환희라니! 그때 난 정말 영화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열광하던 영화의 스텝과 자막으로만 이름을 알고 있던 영화장인과 이렇게 함께 일할 수 있다니 말이다. 그런 거 같다. 사람은 그가 한 행위로 설명될 수밖에 없다. <화장>의 임권택감독 이하 스텝들처럼. <화장>의 현장을 생각하면 안성기배우님, 임권택감독님 그리고 앞에 나열했던 그 쟁쟁한 장인스텝들의 이름만으로도 눈시울이 뜨거워질 지경이니 말이다.

그런데 난 그게 없다. 나를 설명할. 그것. 내 영화 말이다.

나는 내 나이를 밝힐 수 없다. 이제 내 나이를 만들 것이다. 나무의 나이를 나이테가 말해주고 그것은 곧 나무의 두께가 되듯이 나도 내 나이테를 만들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당신과 함께 춤을> 이다.

자, 이제 내 나이를 물은 이**씨가 누구인지 설명하겠다. 나는 지금도 ‘b2프로젝트’라는 대학로에 있는 카페에서 주 1회 일을 한다. 이곳에서 일을 한지도 꽤 되었다. 이곳 카페 사장은 변**누나로. 인테리어를 하고 지금은 엔틱가구도 판매한다. 이 누나를 알게 된 것도 영화를 하면서였다. 아주 오래된 영화사 이름이 나올 것이다. 바로 삼영필름. 그 영화사에 연출부로 있을 당시 변**누나는 미술부로 한 삼 개월 일을 했었다. 그 인연으로 그 누나가 하는 카페에서 알바한지가 벌써 횟수로 수년이 흘렀다. 그로 인해 커피를 전혀 먹지 못 하던 내가 이제는 에스프레소를 먹을 정도가 되었다. 물론 뛰어난 각성효과 때문에 위급할 때만 에스프레소를 복용한다.

이**씨는 ‘b2프로젝트’의 손님이었다. 이**씨와 함께 언급할 사람은 서**씨다. 이 두 사람이 늘 함께 짝을 지어 오는 손님이었다.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문 닫을 때까지 앉아있던 손님. 그녀들이 가야만 내가 갈 수 있는 그런 손님. 한 마디로 나에게 있어 진상손님. 그래서 기억을 안 할 수 없는 손님. 그러던 그녀들 중 서**씨를 우연치 않게 보게 된다. 그날은 올해 1월 20일, <지슬>을 스크린을 통해 다시 보려고 영상자료원을 찾았던 나는 낯익은 여자를 보게 된다. 바로 진상 손님 서**씨다. 그녀도 <지슬>을 보러 왔단다. 그렇다. 시네마테크를 찾다 보면 관객과의 어떤 공감대. 영화관에서 영화를 봐야 더 재밌는 이유는 스크린이 커서만도 사운도가 빵빵해서만도 아닌 여러 명이 함께 보기 때문인. 그래서 매력적인. 바로 그것 아닌가! <지슬>을 보러 온 관객 서**씨는 자신의 아이패드를 꺼내놓고는 ‘b2 프로젝트’에서 작업한 거라며 이**씨와 함께 작업한 것을 보여준다. ‘이거 하려고 그렇게 죽치고 앉아있던 거니? 그런 거니?’ 나는 감동했다. 미안했다. - 그녀들의 작품에 감동했고, 그렇게 열심히 작업하던 그녀들에게 눈치 주며 빨리 가라고 했던 것이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그 순간 맘먹었다. <당신과 함께 춤을>의 미술감독으로 제안하겠다고 말이다. 그 후 나는 서**씨와 트위터 친구가 되어 간혹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트위터 멘션을 통해 드러난 서**씨의 드로잉 능력에 감탄하면서 <당신과 함께 춤을>에 미술을 맡겨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 5월 5일 서** 씨에게 메일로 시나리오를 보냈고, 바로 오늘 만난 것이다. 그녀들은 나의 미술감독 제의에 흔쾌히 좋다고 했다. <당신과 함께 춤을>이 독립영화 방식으로 진행될 시 인건비를 안 받고라도 하겠다고 이야기되었다. 또한 <당신과 함께 춤을>이 상업영화 시스템에 들어가게 되면 제작자나 투자자에서 그녀들을 반대할 수도 있다는 상황까지 말해주었다. 대략 얘기가 된 것 같지만, 나는 아직 그녀들에게 믿음이 없다. 그녀들의 재능은 믿는다. 하지만 그녀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앞에 언급했던 <화장>의 스텝이나 김현편집기사 같은 분들은 늘 그곳에 있어왔던 분들이다. 하여 내가 믿고 자시고 할 분들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나와 그녀들은 아직은 서로에게 믿음을 줄 근거가 부족하다. 그녀들과 <당신과 함께 춤을>을 함께 작업함에 있어 신중해야 된다. 그리고 서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충분한 조율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당신과 함께 춤을>의 첫 스텝미팅이 끝났다. 무엇보다 미술감독들이 <당신과 함께 춤을>을 좋아한다. 재밌다고 한다. 내 편을 얻은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이게모야 독립영화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