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모야 독립영화 만들기

2015년 5월 15일 _ 영화사 순례길

by 이게바라

“김수진대표님이십니까?”

‘비단길’ 영화사 건물 앞에 선 나는 외친다. 차를 타러 걸어가는 김수진대표 뒷모습에 대고. 막 그녀를 뒤쫓으려는데 누군가 내 앞을 막는다. 그녀의 이름은 이영선, 비단길 기획실 직원이시다. 나는 이영선님에게 지금 지나가신 분이 김수진대표 맞냐고 묻는다. 맞다고 대답한다.

시간을 불과 몇 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영화사 ‘비단길’ 앞에 선 나는 인터폰으로 시나리오를 가지고 왔으니 들여보내 달라고 말하고 있는데.. 마침 문이 열린다. 짧은 머리에 여자분이 나오며 나에게 묻는다. “어디 찾아오셨어요?” 나는 영화사 비단길을 찾아왔다고 답변한다. 이 건물은 영화사 ‘비단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튼 나는 문이 열린 틈을 이용해 얼른 들어가려는 찰나 나에게 어디 찾아왔다고 물었던 그녀는 내 손에 들린 봉투를 훑어보며 재차 묻는다. “어떻게 오셨어요?” 나는 들어가면서 시나리오 주러요.. 하는 대답을 하다 퍼뜩 그래! 저 분이 바로 김수진대표야~ 그렇다. 듣기로 ‘비단길’ 김수진대표는 상남자 스타일의 영화인이라 했는데 지금 내게 하는 말투나 외모가 그와 딱 매치가 되는 거다. 그래서 나는 큰소리로 “김수진대표님 아니세요?”라 외치며 그녀를 쫓았지만 이영선님에 의해 저지당하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비단길’ 오기 전에 들렸던 영화사 ‘집’에서는 그야말로 문전박대당했다. 역시 건물 앞 인터폰에서 이유진대표를 만나러 왔다고 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그리고는 한참을 지나서야 문 앞까지 유미정대리가 내려온다. - 그녀의 이름은 확실치가 않다. 왜냐하면 나는 그녀에게 명함을 요구했으나 되돌아오는 답변은 명함을 줄 수 없고 그럴 바에는 시나리오를 도로 가져가라는 것이다. 재무담당이라고 자신을 설명한 그녀는 외부 시나리오는 받지 않으며 놓고 간다 한들 이유진대표는 바빠서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문고리 권력이구나, 하고 말이다.

또 한 곳을 갔었다. 그곳은 ‘봄’영화사다. ‘봄’은 어제 갔었다. ‘봄’을 먼저 간 이유는 그래도 내가 처음 영화를 시작한 곳, ‘신씨네’ 영화사 시절 오정완이사와 안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씬시네’에서 프리미어를 배웠었고, 그 얕은 지식으로 그 당시 <구미호> <은행나무침대>의 컴퓨터그래픽을 했던 ‘신씨네’ 자회사에 취직도 했었다. 그랬기에 이번 기회에 오정완이사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볼 수 없었고. 시나리오를 놓고 나왔을 뿐이다. 어제 오늘 영화사에 택배기사님들보다도 못 한 대접을 받으며 나오는 이런 내 모습에 공허한 맘을 가눌 길이 없음을. 분명 이 방식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역시 공허해지는 맘을 가눌 길이 없음을.

집에 돌아온 나는 <무사>를 함께 했던 김성진피디에게 메일로 시나리오를 보낸다. 김성진피디와 함께 일하고 있는 최선미피디에게도. 이 두 사람은 영화사 ‘사이더스’ 시절에 알게 되었으니 이미 십년 전에 알게 된 분들이시다. 특히 김성진피디는 <무사>가 끝났을 당시 내게 잘 해줬는데, 그 당시 난 그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그 호의를 제대로 받지 못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서로 연락을 하는 사이는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나는 사람은 김성진피디다.

자, 그럼 보자. 나는 우리나라 메이저 중에 으뜸가는 여자 프로듀서를 찾았다. 심재명, 오정완, 이유진, 김수진. 나는 내 영화 <당신과 함께 춤을>을 능력 있는 여자제작자와 작업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들이 나라는 무명감독지망생과는 일할 맘이 없는 것은 봄에 꽃이 피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다. 난 그녀들의 맘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렇게 정당한 방법, 정성을 다해 쓴 시나리오를 직접 제본을 떠서 영화사를 찾아가는 사람을 정중히 예의를 다해 대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공들여 쓴 시나리오를 대하는 영화사 직원의 태도를 보며 다시 한 번 힘없는, 재능 없는 나 스스로를 한탄할 밖에.

잠자리에 들기 전.. 나지막이 되뇌어 본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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