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숙의 양수겸장
1967년 디트로이트에서 폭동이 일어났대.
물론 폭동의 주체는 흑인이었어.
그 일로 디트로이트엔 탱크를 앞세운 군대까지 들어와.
이 영화는 그 난리 통에 한 모텔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뤘어.
사실이야 어찌되었든 그 모텔에서 세 명의 흑인이 죽었고,
재판과정에서의 피해자의 증언이 사실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거야.
지금 뉴스에서는 사법농단이라는 말이 연일 거론되잖아.
사법부의 수장이었던 양승태가 박근혜 정권의 똘마니 역을 자처해서 재판 판결을 좌지우지 했다는 거.
심지어 위안부 할머니들 소송까지 관여했다고 하잖아.
답답한 것은 이 사실이 확연히 드러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거 같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먹먹하기 보다
고구마를 물 없이 삼킨 것처럼 답답해
그 이유는 무엇보다,
1967년 디트로이트 재판이 백인이자 경찰인 피고에게 무죄가 판결되었기 때문이야.
모텔에서 경찰들이 흑인과 백인 여자에게 가한 행위를 관객은 보상받지 못하고 영화가 끝난 거야.
쉣!!!!!!!!!
뼈속까지 깊게 박히는 빡침의 여운이랄까.
이런 영화는 감독이 기획, 제작까지 관여해야 가능한 영화야.
허리우드 시스템 안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잖아.
이제는 반백년 전의 사건에.
그것도 이미 판결마저 끝난 때늦은 인종주의 사건에 누가 관심을 가지겠어?
실은,
감독은 판결의 결과가,
무죄로 나왔기 때문에 다시 꺼낼 필요가 있다고 믿었을 거야.
이 사건을 다시 끄집어낸 감독은
캐서린 비글로우야.
제임스 카메론의 아내였던 걸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만
감독으로 절대 카메론에 밀리지 않아.
그녀 나이 이제 70살을 바라봐.
근데 이런 연출을 보여준다는 건 정말 경외로운 일이야.
우리나라 감독으로 따지면
<적도의 꽃> <고래 사냥> <기쁜 우리 젊은 날>의 배창호 감독 보다도 누나인데 말이야.
근데 이런 영화를 찍어내.
이 영화 연출에는 정말 모든 것이 다 있어.
전에 <미스백> 의 이지원 감독에게 양수겸장이라 칭찬했는데,
<미스백>의 이지원 감독에겐 그렇게 될 것 같은 가능성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였다면
캐서린이야 말로 양수겸장의 완성을 떠나 완숙이야.
집요하면서 힘이 있고, 그러면서 인물 하나하나 놓치지 않아.
윌 폴터가 맡은 필립까지 섬세하게 끌고가.
정말 대단한 연출이었어.
이 영화가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압박감 때문에
연출력이 조금은 가리워진 경향이 있어.
하지만 양수겸장.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똘똘 단단하게 뭉쳐있어.
캐서린 비글로우이기에 가능한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