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cut of the Dead _ b급 영화 탈을 쓴 걸작
나 영화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았어.
재밌는 영화가 없잖아. (<보헤미안 랩소디>는 예외적인 면이 있어)
졸라 후진 영화만 가득해.
근데 말야.
예전에 난 후진 영화를 특히 좋아했어.
심오하거나 아트 영화 뭐 이런 거 딱 질색이었지.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그저 머리를 텅텅 비워주는 영화였어.
그래서 b급 영화가 특히 좋았던 거 같아.
그 대표적인 영화가 좀비영화야.
그런데....
나이 먹어 그런가?
언제부턴가 b급 영화에 한계가 있더라구.
그러니까 다 그게 그거 같은 거야.
새롭지 않다는 거지.
싫증나더라구.
여전히 이 영화 저 영화 기웃기웃거리지만 예전만큼 흥미진진한 영화 찾기가 힘들어.
그럼에도 영화가 나를 매료시키는 건
결국 '이거' 때문이야.
그 '이거'는
지금 얘기하려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말미에 얘기할게.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는 좀비영화래.
근데 재밌대.
딱 거기까지만 듣고 보러 갔어.
영화가 시작되고,
당황하기 시작했지.
뭐야, 이거.... 별로인데.
라고 생각하며 봤어.
그래도 재밌더라구.
영화가 사정없이 거칠어.
와! 용감하네. 그래, 뭐 이렇게 막 찍어대는 패기도 시원한 면이 있지.
헉, 근데 일찍 끝나.
시계를 보니 시작한지 30분 정도 지났을 뿐이야.
옴니버스인가?
자,
이제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해.
앞서 선보였던 30분짜리 영화를 어떻게 찍게 되었는지를 보여줘.
새로운 플롯이지. 본 적이 없는.
그저 플롯이 새로운 것만은 아니야.
어쩌면 이 영화는 새로운 것에 대해 조소가 담겨있어.
뭐 새롭다고 하면 새로운 기법이나 형식을 취하려고 하잖아.
촬영을 끊지 않고 한다든지, 생방송으로 영화를 상영한다든지. 이 영화에서 처럼.
근데 그게 뭐?
그게 영화야?
그게 재밌는 영화를 만드는 방법이야?
이 영화가 위대한 점은 이런 새로운 형식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거야.
거기서 끝났다면 이렇게 장광설을 늘어놓지도 않았을 거야.
자, 이제 내가 처음에 언급했던 '이거'에 대해 얘기할게.
내가 여전히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말이야.
'이거'는 결국 사람이야.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야.
그것만 잘 파면 더 없이 재밌고, 좋은 영화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거기다 영화 하는 사람들의 꿈과 노고까지 함께 이야기하고 있어.
허접한 b급 영화의 탈을 쓰고 있어서 더 맘에 와 닿아.
b급 영화 탈속에 땀흘리는 사람들을 보여주니 그도 참 감동적이야.
그러고 보면 영화 찍는 현장을 보여준 영화들이 몇 있었던 거 같아.
하지만 그저 그랬어.
관객은 스크린 뒤를 궁금해 하지만 정작 보여주면 흥미를 잃어버리거든.
그래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가 훌륭하다는 거야.
특히 이 영화를 걸작의 반열에 올리는 장면이 있어.
폭소가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맘이 짠해지는.
지미집이 없어서 인간 탑을 쌓는 대목에서는 정말이지!!
거기에 아빠가 딸을 목마 태워 일어나는 대목.
감동과 아빠의 꿈, 가족간의 관계, 거기다 폭소.
그리고 스텝과 배우가 힘을 합치는 장면을 단번에 함축적으로 보여줘.
좀비조차 이 장면을 본다면 따뜻한 심장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어.
덧붙여.
영화가 끝나면 이 영화를 진짜 만드는 스텝을 보여주는데,
그 대목도 참 좋아.
이 영화 여러모로.
정말 다방면으로 좋은 영화야.
근래에 보기드문 역작이야.
이 영화의 감독 이름은 기억해야겠어.
우에도 신이치로.
이 영화를 입봉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