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6일 _ 접어둔 반도네온
어제 나는 홍대 밤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상상마당 공연 마지막 날인 고상지씨를 다시 찾을까 말까를 고민하면서.
그러다 문득 지금의 나의 행동은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신데렐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복신앙에 빠진 종교인처럼 특별한 행운을 기대하지 말자.
독립영화를 낭만적인 화폭에 담을 생각은 하지 말자.
그리하면 상처받는다. 그리하면 왜 내 맘을 몰라주나 투정 부리게 된다.
고상지씨가 덜렁 시나리오만 갖고 나의 요구를 받아줄리가 없다.
그러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낭만 타령은 신데렐라가 하는 것이다.
신데렐라, 그 얼마나 구차한가. 허울 좋은 마음씨로 요행이나 바라는 허영 가득한 아가씨.
적어도 나는 그런 자세로 독립영화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말이다. 난 낭만을 버릴 수가 없다.
신데렐라, 잃을 것이 없는 그녀는 그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저 밝게 웃으며 왕자를 봐도 쫄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새 세상이 열릴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나는 지금도 고상지의 반도네온 소리를 간절히 원한다.
그렇지만. 언제고 다시 만나게 되겠지. 그때 꽃다발을 그녀의 길고 가는 손가락에 쥐어주면 된다.
(그때 <당신과 함께 춤을>를 그녀에게 제대로 인사시켜야지. 그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