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7일 _ 매일 발이 크는 신데렐라
어제 알바하는 대학로 카페로 김**피디가 나를 찾아왔다.
이유는 나의 블로그를 그녀가 봤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피디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다큐멘터리에 감독이기도 하다. - 조만간 좋은 소식이 오면 다시 그녀에 대해 언급하겠다.)
그녀가 내 블로그를 봤다는 말에 내심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소리라도 치는 심정으로 블로그에 외친 고함을 누군가가 들은 것이다.
이 블로그에 대한 첫 리액션인 것이다.
근데,
결과는 참담했다.
실명을 언급한 것에 그녀는 불쾌해했다. 그러고 보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으로 사과했고, 그녀의 실명은 **으로 대체했다.
누군가의 실명을 거론할 때는 조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되도록 실명을 그대로 쓰려고 한다)
나의 살려달라는 고함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시끄러운 소음일 뿐임을 알았다.
나는 신데렐라. 매일 발이 커 맞는 구두가 없는 신데렐라.
왕자가 들고 있는 유리구두는 바람이 통하지 않아 무좀균이 득시글댈 뿐.
심지어 왕자도 밤마다 무도회장을 기웃거리는 골 빈 발 성애자일 뿐이다.
김**피디는 (현재는 다큐멘터리 감독님인 그녀는) 참 고마운 사람이다.
내가 일하는 공간까지 바쁜 와중에도 찾아와 줬으니...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오후 늦게 갔다.
그녀는 기분이 나빴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찾아 준 것이 너무 고맙다.
그것이 내 고함에 대한 그녀의 따뜻한 응답임을 알겠다.
김**피디와 나는 영화를 행위하고 싶은 연대감을 공유하고 헤어졌다.
영화에서 모은 전 재산 5,000만 원을 털어 다큐를 찍은 그녀는 나에게 있어 앞서 걷고 있는 선배 도반임을.
앞서 걷는 그녀의 뒷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저번 주 금요일(8월 31일) 나는 하,최피디와 식사를 했다.
이유는 투자사에 까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파이팅 하자는 의미에서.
(그동안 이미 두 군데의 투자자에게 까였다)
내가 피디님들을 다독이려 식사자리를 마련했는데,
결국 그 자리에서 나는 조바심을 냈고,
나를 다독인 것은 하피디였다.
"안 되면 다른 곳에 내면 되죠."
창피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하피디님이 믿음직스러워서 말이다.
하피디가 믿음직스럽다 하더라도,
아~
투자사에서 까이는 건 까이는 거다.
투자사 기대하지 않는다.
적은 예산이라고 투자받기 쉬운 것은 결코 아니다.
돈 없어 영화를 찍을 수 없으니,
못 생기고 발 큰 신데렐라가 될 수밖에 없다.
골 빈 왕자 꼬시려고 무도회장에 들어가려 해도 수질관리 때문에 들어갈 수 조차 없는
나는 못 생기고 발이 큰 신데렐라.
이 블로그에 대고 소리를 지를 때 나는 맨발의 신데렐라가 되고자 했다.
매일 발이 커 맞는 구두가 없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자라는 그 큰 발로 반듯하게 지면을 내딛고 서 있는 굳은살 박힌 맨발의 신데렐라가 되려고 말이다.
나는 내년 봄에 영화를 찍을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을 내게 증명할 것이다.
고함을 치다 보니 또 내 기분에 취해 마구 떠드는 듯하다.
진정하고.
그래서 말이다.
<당신과 함께 춤을>은 하,최피디와 함께 만드는 영화다.
그러니 나는 내년 봄에 찍을 수 있는 영화를 또 준비할 것이다.
곧 쓸 시나리오는 이런 거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사랑받지 못 한다는 것은 죽음이다."
이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