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어하는 손님이 있어. 그리고 여기 너무 좋은 영화가 있어
나 술장사한다고 했잖아.
근데말야,
내가 싫어하는 손님이 있어.
아, 그 전에 난 와인과 맥주를 주로 팔아.
소주나 막걸리는 아예 없지.
근데,
내가 싫어하는 이 손님은 막걸리만 마셔.
이 막걸리 손님은 한 때 자주 오시더라고.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막거리를 한 잔, 두 잔 많이도 마시셨지.
내가 와인과 맥주만 파는 이유는
안주를 만들줄 몰라서이기도 하고.
더 현실적인 이유는,
적게 팔고 많이 남기고 싶은 심산에서야.
그러니까
이 막걸리 손님은 나의 심산, 마음속 계산에 들어맞지 않는 손님이야.
그러니 장사꾼인 나로서는 싫어할밖에.
이제부터
'손님'을 싫어할수밖에 없었던 배은망덕한 '장사꾼'을 변론해볼게.
그래, 난 이래서 이 손님이 싫었던 거야.
그 첫째가 막걸리만 마신다는 거.
그잖아, 막거리를 마시고 싶으면 막걸리 파는 곳을 가야지.
그잖아?
막걸리 가격조차도 이 손님이 정해줬어.
그렇다고 안주를 시키지도 않아.
한결같이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드시지.
생각해봐.
와인 파는 곳에서 막걸리에 멸치가 왠말이야.
그뿐인줄알아?
도통 가시지를 않으시지.
체력도 좋으셔서 막걸리에 멸치만으로 해뜰 때까지 드시지.
그런데 말야.
오늘 말이지.
내가 싫어하는 그 손님이 만든 영화를 봤어.
내가 싫어하는 그 손님은 영화감독이거든.
<헝거 ; 유관순 이야기>
바로 이 영화야.
이 영화가 끝나고 일어날 수 없었어.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으니까.
아.....
어떠한 말로 이 영화를 얘기할 수 있을까?
어떠한 말로도 이 영화를 평가할 수 없을 거야.
이 영화......
너무 좋은 영화야.
이 영화에 대해 어떠한 평가도 할 수 없지만
이렇게 봤다고, 봤노라고,
보았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었어.
맘이 아파서 이 영화를 다시 보지는 못 하겠지만
기억에 남은 영화가 될 거야.
<항거 ; 유관순 이야기>를
안 본 관객에게 한 마디 하자면
'국제시장' 처럼 눈물이나 짜내는 영화가 아니야.
영화자체로도 너무 아름다운 영화야.
이 영화
너무 좋은 영화야.
달리 할 말이 없어.
난 여전히 이 감독님이 손님으로는 싫어.
하지만
<항거 ; 유관순 이야기>의 감독으로는
존경해.
감독님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