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 스산하다.
2017년 가을, 가게를 시작하면서
쓰레기통에 나를 버리며 생각해낸 복안이 있었다.
가게 계약기간이 끝나는 2022년 늦가을에 보증금으로 독립영화를 찍는다는 거였다.
영화 한 편은 찍고 장렬하게 전사하려고. 그래야 나를 진짜 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내가 허우적대며 해낸 생각이었다.
지금은 그 생각도 쓰레기통에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그 당시 독립영화 일지(日誌)라며 한동안 썼었다.
로드리게즈가 <엘 마리아치> 제작과정을 쓴 ‘독립영화 만들기’처럼 나도 기록을 남기려고 했다.
나의 생각을 들었던 어머니는 아직도 그 결심을 마음에 두고 계셨던 탓에 며칠 전에 그렇게 말씀하셨던 거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감독’의 되고 싶다는 내 말에 나의 부모는 단 한 번도 반대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줄곧 응원해줬다.
그럼에도 줄곧 나는 영화감독이 되지 못했다.
그런 내가 다시 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거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돌연 어머니의 한 마디로 희망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기에 바라는 것이 없다.
바라는 것이 없기에 좌절도 없다.
그러므로
안 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