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토 _ 2020년

by 이게바라

따뜻한 봄날.



가게 문을 닫고 술을 마시러 나간다. 늘 그렇듯 가을이 깊어갈수록 불안해지는 마음을 부축하며 바를 찾는다.

택시비를 아끼고자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망원동 ‘사는 게 꽃 같네’를 갔다.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아 연남동에 있는 ‘깃털’을 갔다. 두 곳 다 이름이 예쁘고, 혼술 하기 좋은 바. 특히 ‘깃털’ 이란 이름은 참 맘에 든다. 더없이 가벼운 ‘깃털’도 손님으로 꽉 찼다. 돌아 나오려고 했는데, 사장님과 눈이 마주쳐 그대로 눌러앉게 되었다. 사람이 꽉 찬 곳에서 먹으니 술이 절로 들어갔다. 그런 것 같다. 아무리 혼술이라고 해도 손님이 많은 곳이 덜 외롭다.

나는 취했고, 곧 필름이 끊겼다. 나의 술버릇은 필름이 끊기는 것이 그 첫 번째다. 이 문제 때문에 술을 자주 먹지 않는다. 술집을 하게 되면서 술버릇이 그나마 많이 좋아진 편이나 필름 끊기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다.

그 후 내가 기억나는 부분은 이러하다.

자전거를 타는 내가 계속 달린다. 달리고 달려도 그곳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해가 뜨고, 나는 지쳐간다. 도저히 달릴 힘이 없다. 나는 자전거를 버리고, 택시를 잡아탄다. 만취 상태였지만 다음 날이라도 자전거를 찾고자 했던 나는 택시기사님께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물었던 기억이 있다.

“기사님 제가 어디에서 택시를 탔나요? 어디에서요?”

애석하게도 기사님이 대답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 상황이 꿈같기도 하고 내 삶 같기도 하다. 자전거를 타고 가고 가도 집이 나오지 않는 꿈. 그렇게 지쳐만 가는 꿈. 꿈의 엔딩은 자전거까지 내팽개쳐 버리는 거였다. 그럼에도 나는 자전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기사님께 질문했다.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내가 있었던 곳은 어디였나요? 나는 어디 있나요? 나는 누군가요? 내가 누군지 아시냐구요?’

택시기사님은 분명 답변을 했다. 했음이 분명한데 나는 기억 하지 못 한다.


끝끝내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 대답은 내가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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