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봄날
한 소녀가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빛이 났던 그녀는 커가면서 이목을 한 몸에 받았다. 워낙에 예뻤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관심이 좋으면서도 싫었다. 쏟아지는 이목이 귀찮았던 그녀는 겉으로 보기에 내성적인 성격이 되었다. 조용히 있어도 충분히 드러났기에 애써 나설 필요가 없었다. 장녀였던 그녀는 집에서는 평범한 장녀로 지냈다. 동생도 돌보고 엄마의 심부름도 곧잘 하는. 꿈 많은 그녀에게는 더 넓은 세상이 필요했다. 자신을 오롯이 드러낼 수 있는 세상. 그녀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내는 직업을 소망했다.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자신의 재능이 그리 특출 나지 않은 것도 알게 되었다. 이쁜 게 다는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꿈을 위해 서울에 온 그녀는 악착같이 버텨냈다. 동년배들이 데뷔를 하고 스타가 되는 것을 묵묵히 지켜봤다. 그럴수록 그녀는 이를 악물고 연습실에서 연습에 연습을 더 했다. 예쁘고 끼 많은 친구들은 그 기간을 못 참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그녀는 묵묵히 견뎠다. 결국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많은 나이였다. 남자로 따지면 예비역이 데뷔하는 꼴이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마음을 더 다잡아야 했다. 옆에서 다른 친구들은 그녀를 무섭다 하였다. 독하다고도 했다. 심지어 재수 없다고 뒷말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녀는 게이치 않았다. 앞만 보고 달리기도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데뷔한 팀에서 그녀는 중심을 맡았다. 그녀는 악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랬다. 큰 언니로 마땅히 맡아야 할 역할이었다. 늦게 데뷔한 탓에 바로 밑에 동생과 4살 차이였다. 그 나이에 4살은 중학생과 대학생의 터울이다. 그래서 그녀는 리더는 물론 맏언니이자 보호자 역할까지 했다.
그녀가 아이린이다.
알바를 하는 도중이라 아이린 갑질 이슈가 내게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갑질은 예쁘고 어린 아이돌의 최소한의 방어벽이었을 것이다. 딱 부러지게 일하는 프로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이린이 예쁜지 알지 못한다. 적당한 크기의 눈과 코와 입. 그래서 어떻게 생겼는지 알다가도 모를 얼굴이다. 개성 있는 얼굴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전혀 시선이 가지 않는 얼굴이다.
하지만 이번에 맡은 알바로 인해 ‘레드벨벳’의 팬이 되었고, 아이린의 영상도 집중적으로 많이 보면서 나름 아이린과 정이 들었다. 아이린의 갑질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녀가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봤다.
내가 본 영상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한 끼 줍시오>에 출연했을 했을 때 이경규가 아이린에게 묻는다.
“니 숟가락 어딨어?”
“미숫가루요?”
큭큭 웃던 이경규는 버럭 소리친다.
“보청기를 껴.”
적어도 그 상황의 아이린은 참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