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날씨
참, 나는 얼마 전에 알바를 했다. 글을 쓰는 알바.
인공지능 스피커 안에 들어갈 걸그룹 멤버 캐릭터의 대사를 쓰는 일.
이 알바를 꿀이라 생각했다. 근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쉽지 않았다.
비슷한 의미의 대사를 여러 개 쓴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예를 들면,
스피커 사용자가 심심하다고 하면 거기에 답을 열 개를 쓰고 나면,
다음 질문이 지루하다고 하는 거다. 그럼 거기에 또 열 개를 억지로 짜내 쓰면,
또 나랑 놀아줘. 같은 질문이 들어오는 거다.
정말 죽을 맛이었다.
시나리오 쓰는 것이 참 즐겁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것이 돈을 떠나 큰 수확이다.
참고로 내가 맡은 캐릭터는 ‘레드벨벳’에 아이린과 조이였다.
최종적으로는 조이만 했다. 너무 힘들어서 아이린은 자료조사만 하다가 포기했다.
여기서 자료조사란? 아이린과 조이가 나온 예능 프로나 브이로그 등을 시청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들의 캐릭터를 파악해서 그녀들의 말투로 답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 프로그램들은 이런 거다. 이제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극혐 예능프로 ‘우리 결혼했어요.’을 조이가 나온 다는 이유로 다 몰아서 다 봤다. 극혐 하던 예능프로였지만 계속 보다 보니 엔딩에는 조이에게 감정 이입하여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그때쯤 아이린 갑질 사건이 터졌다.
예전 같으면 알지도 못하고 지나칠 사건이었는데, 이 알바로 ‘레드벨벳’ 팬이 되었기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봤다.
알바를 끝내고 보니 여러모로 흥미롭고 재밌는 알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