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날씨.
코로나가 지구를 뒤덮은 지 어언 1년.... 영화판도 뒤엎어 놨다.
이제 극장은 영상매체를 전달하는 주류의 플랫폼이 아니다.
극장은 그저 플랫폼 중에 하나, 그것도 점유율이 낮은 플랫폼으로 전락해버렸다.
나에게 극장이란 어떤 곳이었나?
어둠 속에서 나온 빛줄기 하나가 스크린에 투영되면서 우주가 펼쳐졌고, 전쟁이 일어났으며 아름다운 여인이 옷을 벗었다.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그곳은 나의 궁전이 되었다.
나의 궁전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견고해졌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던 나의 궁전에 금이 가고 있다.
궁전의 균열은 막을 수 없어 보인다.
나의 궁전은 급기야 무너질 테고, 유물로만 남아 놀이동산처럼 일 년에 한 번 정도 가는 곳이 될 때가 오고 있다.
나는 이 광경을 궁전 밖에서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다행이다.
지금 저 붕괴 직전의 궁전 안에서 호의호식하고 있지 않아서.
무너져라 궁전.
더 튼튼하게 지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