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따뜻한 일요일
코로나 때문에 가게를 열지 않는다.
예약 손님이 있을 때만 가게를 열고, 오로지 한 테이블만 손님을 받는다.
어제는 여친이 절친을 데리고 가게에 왔다.
오직 그녀들만을 위해 가게를 오픈하였다.
그녀들과 이야기하던 중 ‘추미애와 윤석렬’ 이야기가 나왔다.
여친의 절친이 ‘추미애’를 비난하였다.
추미애가 너무 무리하게 검찰총장을 몰아붙여서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법무부장관을 갈아치워야 한다는 것이 비난의 요지였다.
나는 무식하기 그지없는 나의 언어로 여친의 절친을 설득했다.
추미애, 지금 그녀는 링에 오른 복서다. 그녀가 지금 무리하게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내지르고 있다. 그 주먹에 상대가 저항은 물론이려니와 더 강력하게 반격을 가하고 있다. 경기 흐름이 이러다 보니 같은 편 관중에게도 지지를 얻지 못하고 야유를 받고 있다.
먼저 이 경기의 타이틀을 알아야 한다. 지금 이 싸움의 타이틀은 ‘검찰개혁’이다.
이 싸움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은 법무부장관이란 벨트를 맨 추미애의 상대가 얼마나 힘이 센지 증명되었다. 힘이 센 것도 센 거지만 그들의 전략도 밝혀진 듯하다. 여기서 적의 전략이 드러나는 것은 전적으로 추미애의 공이다. 그녀의 무리해 보이는 공격으로 인해 적의 본체가 드러난 것이다. 여기서 적의 본체라 하면 검찰조직의 시스템, 더 나아가 그들의 정신까지 말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의 꼬봉들도 추억의 오락 뽕망치로 두드리는 두더지 대가리처럼 쏙 하니 얼굴을 드러냈다. 맞다 언론이다. 검찰이란 거구 복서의 사생팬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언론 말이다.
자, 추미애의 (무리하다고 하는) 공격이 아니었다면 검찰의 기질과 더불어 그들의 사생팬의 정체가 묻힐 뻔했다.
일단 나는 여기서 추미애를 칭찬하고 싶다.
더군다나 이런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는 깨끗한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공룡 검찰이 총동원돼서 털고 털어도 먼지가 안 나온 거다. 기껏 털고 턴 것이 아들 군대에 갔을 때 휴가를 연장하려 전화 한 통 건 것이다. 이것을 약점으로 몰아붙이려 했지만 설득력이 약했다. 그래서 그나마 추미애는 여태껏 링에 서 있을 수 있었던 거다.
생각해 보라. 바로 전에 링에 오르려 했던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 말이다. 링에 오르는 그의 흠결을 굳이 잡아 링밖으로 끌어내 처절하게 다구리를 놓지 않았는가. 사생팬 언론의 선동에 같은 편 관중까지 함께 발길질을 하지 않았던가.
여친의 절친의 두 번째 쟁점은 이런 추미애를 대통령은 왜 바꾸지 않는 가다. 그도 그럴 것이 추미애로 인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민주당 편이라고 다음 대선을 걱정하는 여친의 절친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전성기 때의 타이슨과 맞붙으며 기량으로 안 되면 귀라도 물어뜯을 기세로 버티고 서 있는 추미애를 검찰의 팬덤이 조장한 야유로 –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링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이 맞느냐고. ‘검찰개혁’의 링위에서 사력을 다해 싸우는 그녀를 이렇게 같은 편에서 끄집어 내린다면 추미애를 대신해 올라가 싸울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당신이라면 그 싸움에 뛰어들 수 있겠냐고? 저렇게 강한 적을 앞에 두고 자신의 편조차 언제 내 뒷덜미를 잡아챌지 모르는데 링에 오를 수 있겠냐고?!
우리 편에서 보내는 야유에 신경 쓰다가 잠깐 링 안의 적을 잊고 있었다.
검찰이란 조직이 어떠한 조직인가?
강한 권력 앞에서는 찰싹 한 편이 되고, 자신의 권력에 도전이라도 할라치면 그 상대가 누구든 없는 증거 만들어 낭떠러지로 몰아붙이는 재주를 갖고 있는 조직 아니던가. 제아무리 대통령에게도 이쯤 된다 싶으면 막하는 조직 아니냔 말이다. 무서운 조직이다. 너무너무 무서운 조직이다.
그들 무서워 유시민은 지금 이런 정치적 사안들에는 입 다물고 책 얘기나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너무 당연하다. 그들에게 저항했다가는 없는 일도 있다고 몰아붙이고 언론이 받아쓰면 되니까. 누군들 견디겠는가.
나는 여친의 절친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 무섭고 강한 검찰이란 거대 바위를 향해 들이박는 추미애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그래야 그녀가 힘없이 깨져버리는 계란이 되지 않는다고.
길 한가운데를 막고 있는 검찰이란 바위부터 깨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거 아니냐고.
지금 검찰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여태껏 파 논 바위 안에 갇히고 말게 될 거라고.
그러면 앞서 깔린 ‘그분’의 한은 언제 파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