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일 _ 2020년

part1

by 이게바라

날이 풀리고 하늘은 파란



오늘은 열흘 전인 8일 날 온 ‘아직은 덜 알려진 감독’의 ‘북트레일러’ 촬영 날.

비록 짧은 단편이긴 하나 촬영현장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촬영현장에서 반가운 배우를 만났다. 처음엔 누군지 전혀 몰랐다. 뵌 적이 한 번도 없는 할아버지 배우 한 분이 앉아계셨다. 하지만 마스크를 벗고 목소리를 듣는 순간 기억이 났다. 다 떠나서 이 배우를 설명하기 위해 예시를 하나만 들겠다.

; 지금은 꽤나 옛날 영화라는 소리를 듣겠는데, 그 영화는 바로 이명세 감독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다. 조정석, 신민아 배우가 나온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아닌 고 최진실, 박중훈 배우가 나온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말이다. 그 영화에서 꽤나 유명한 장면이 있다. 박중훈이 분한 ‘영민’이 신혼여행 첫날 콘돔을 사러 약국에 간다. 007작전을 방불케 한 느낌으로 약국에 들어간 영민은 콘돔을 사려고 쭈뼛쭈뼛 댄다. 헌데 뿔테안경의 약사는 독특한 저음으로 ‘어디가 아프냐? 배가 아프냐?’ 등의 질문을 한다. (이 목소리 때문에 오늘도 알게 된 것이다.) 쭈뼛대던 영민은 용기를 내서 ‘콘돔’의 ‘콘’을 얘기한다. 그랬더니 약사는 “아! 콘텍600 이요.” 하면서 콘텍600을 건네주는 장면이 이다. 영민이 마지 못 해 약을 받아나가자 약사는 읽던 책을 펼쳐보는데, 그 책 제목이 ‘독심술’ 이였다.

앞의 상황도 재밌지만, - 20세기니까 통용되었던 상황이다. – 이 약사가 ‘독심술’ 책을 읽고 있던 것이 참으로 유쾌했던 장면이었다.

그렇다.

바로 그 약사를 오늘 만난 것이다. 이제는 고전이 된, 심지어 리메이크까지 된 영화. 정말이지 까마득한 옛날 영화의 원작에 나왔던 독심술 책을 읽던 그 약사를 오늘 만난 것이다.

나올 때마다 그는 늘 신스틸러였다. 독특한 말투와 잘 생기지도 못 생기지 않았으며 일제 강점기의 순사와 독립투사에 모두 어울릴만한 개성 강한 배우. 그분은 권병길 배우님이다.

참! 반가웠습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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