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춥다 보니 별로 춥다는 생각이 안 드는
정말,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작년 이맘때 <남산의 부장들>을 극장에서 본 이래 1년 만이다.
극장을 처음으로 찾은 이래 이리도 극장을 가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아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극장은 나에게는..... 나에게는........ 허참. 적확한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극장은 나에게 있어서는 긴 세월 함께 해온 ( )이다. 이 괄호 안에는 딱 극장 외에는 그 어떤 단어도 들어갈 수가 없을 것 같다.
극장은 늘 내게 두 시간 남짓의 행복을 선물했던 공간이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보다 더 오랫동안 극장을 찾지 않을지 모르겠다. 또 그런다 한들 이제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싶다.
오늘 어떤 영화를 봤는지 말하지 못하겠다. 왜인고 하니 영화 보는 중간에 나왔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영화 보다가 탈출을 했다고 해야 맞는 표현일 듯싶다.
영화가 재미가 없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한 자리씩 띄워진 자리에 더 듬성듬성 유령처럼 앉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앉은 나는 돌연 바이러스가 겁이 났다. 영화관에 간 내가 재난영화 속 첫 번째 희생자라도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공포심이 가중될수록 마스크 올려 쓰기를 반복했다. 곧 스크린에 투영되는 빛에 극장 안에 떠다니는 무수히 많은 바이러스가 보이는 착각이 들었다.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먹을 수도 없는 음료와 팝콘을 들고 서둘러 영화관을 나오는데 – 선물로 받은 패키지 표라 어쩔 수 없이 먹을 수도 없는 팝콘을 들고 들어갔던 거다.
나오는 길에 이상한 광경도 목격했다. 관객 중에 뒤에 앉은 한 사람은 노트북을 펼쳐놓고 농구를 보고 있는 거였다. 영화관이 무서워 뛰쳐나가고 있는 나도 나지만, 노트북을 펼쳐놓고 농구와 영화를 함께 보고 있는 모습도 참으로 기괴하게 느껴졌다.
극장에서 나오는 순간 하늘이 두 쪽이 나면서 행성이 지구를 들이박고 있다고 한들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