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다운 눈
요즘은 밤 아홉 시만 되어도 길에 사람이 다니지 않는다.
도로에는 차가 없고, 간간이 다니는 버스 안에는 승객도 몇 명 타고 있지 않다.
이곳은 놀랍게도 서울이다.
이것은 코로나가 가져다준 풍경으로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런 서울에 눈다운 눈이 왔다.
그러고 보니 작년 겨울엔 도통 눈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겨울 내내 봄날이 이어졌으니 당연하다. 근데 올겨울은 다르다. 벌써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빈번했으며 내일모레는 영하 17도까지 떨어진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 겨울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눈이 내렸다. 춥기 때문에 내리는 족족 쌓였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춥고 눈까지 왔는데, 밤 아홉 시가 넘은 시각에도 거리에 사람이 넘쳐났다. 집 앞을 쓰는 어른들. 눈이 반가운 아이들. 그저 눈을 즐기는 젊은이들.
길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 입에서는 연신 입김이 훅훅 나왔다.
마스크를 꼈음에도 워낙 춥다 보니 입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거리에 사람이 많으니 무척 분위기 활기찼다.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긴 코로나 시기가 사람을 더 그립게 한다.
밤거리에 나온 행인이 이리도 반가울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