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봄
그저 영화 얘기만 하려고 했는데,
영화를 볼 수 없네요.
영화를 눈에 붙이고 살았고,
어두운 극장이 늘 포근했는데,
영화를 볼 수가 없네요.
대신 노래 한 곡을 듣습니다.
그 노래 가사는 이러합니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이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그는 이 노랫말을 묘비명에 쓰고 싶다고 했지만,
묘비명엔 다른 노랫말이 새겨있습니다.
그 이유를 추측건대
이 노랫말은 너무 힘들잖아요.
삶이 그대로 덕지덕지 묻어 있는 노랫말이기에,
해철이 형 쉬시는 자리에 적당치 않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저는 아직 쉴 때가 아니기에
중2병에 걸린 소년처럼 이 노래를 부를 때입니다.
뭍에 나온 민물장어처럼 몸부림쳐 부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