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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게바라 Jun 24. 2022

5월 21일  토 _ 2022년

아직은 봄     


그저 영화 얘기만 하려고 했는데, 

영화를 볼 수 없네요. 

영화를 눈에 붙이고 살았고, 

어두운 극장이 늘 포근했는데, 

영화를 볼 수가 없네요.      


대신 노래 한 곡을 듣습니다.      

그 노래 가사는 이러합니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이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그는 이 노랫말을 묘비명에 쓰고 싶다고 했지만, 

묘비명엔 다른 노랫말이 새겨있습니다. 

그 이유를 추측건대

이 노랫말은 너무 힘들잖아요. 

삶이 그대로 덕지덕지 묻어 있는 노랫말이기에, 

해철이 형 쉬시는 자리에 적당치 않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저는 아직 쉴 때가 아니기에 

중2병에 걸린 소년처럼 이 노래를 부를 때입니다. 

뭍에 나온 민물장어처럼 몸부림쳐 부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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