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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게바라 Jun 25. 2022

6월 1일  수 _ 2022년

지방선거일. 


이미 사전투표를 끝내고, 

선거결과는 철저하게 외면한 채. 

넷플에서 공개된 다큐 한 편을 봤습니다.      

<사이버 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 2022>      

워낙 불쾌한 사건이라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는데, 

이 다큐로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되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박사’ 조주빈의 검거 장면이었는데요, 

조주빈은 아버지와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가 검거됩니다. 

그는 심지어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지 못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스무 살이 넘어 아버지의 보호 아래 자전거를 탄 후 검거되었다는 겁니다. 

거기다 

N번방을 처음 만든 ‘갓갓’ 문형욱은 조주빈의 ‘갓갓이 만든 영상의 질이 낮다’는 말 한마디 때문에 스스로 존재를 드러내 잡히고 맙니다. 

사이버상에서는 제왕처럼 군림한 그들의 실제 모습은 찌질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나치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고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얘기했다고 하는데, 

저는 조주빈과 문형욱을 보면서 ‘악의 찌질함’을 봅니다. 

현실에서 조와 문은 항상 눈을 내리깔고 다녔을 겁니다. 혹여 또래의 사내아이들과 눈이라도 마주칠까 봐..... 그들이 맘 놓고 눈을 제대로 뜨는 순간은 골방에서 앉아 모니터를 바라볼 때뿐이었을 겁니다. 

조주빈과 문형욱은 자신들이 만든 사이버 공간 안에서라도 강자로 살고 싶었을 겁니다. 

그들이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찾은 대상은 여중생들.

그녀들을 ‘노예’라 칭함으로 자신은 강자가 됩니다. 

‘노예’를 협박할 때조차 혼자 버거우면 찌질이들을 불러들입니다. 

겁쟁이 찌질이들이 이곳에서만큼은 연대하며 ‘노예’를 향해 맘껏 스트레스를 배설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은 현실에서는 겁쟁이 찌질이들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조주빈과 문형욱은 자신의 의사 표명도 제대로 못 하는 말수가 적은, 착하다 못해 어딘가 주눅 들어 보이는 아이였을 겁니다. 제 또래 여자애들은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찌질이 말입니다. 

‘아이히만’이 나치 시스템의 명령에 복종하는 성실한 군인이었다면, 

‘조주빈’과 ‘문형욱’은 시스템에 맞물리지 못하고 겉도는 찌질이, 루저. 

악이 평범하고 찔질하다고 해서 그들이 행한 악에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절대!!     

아이히만까지 갈 것도 없이, ‘조주빈’과 ‘문형욱’은 자신들보다 약한 이들을 골라 악랄하게 괴롭혔습니다. 그 애들을 ‘노예’라고 부르며 맘대로 악랄한 짓을 시켰습니다. 말이라도 안 들을라치면 온갖 찌질이들함께 떼를 지어 힘을 과시했습니다. 

현실에서는 항상 눈을 내리깔고 사는 찌질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이빨을 드러내니 그 어떤 강자보다 잔인해집니다.      

어떤 의미로 ‘조주빈’과 ‘문형욱’은 아이히만보다 더 사악합니다. 

더 무섭고 섬뜩합니다. 

아이히만이 시스템에 순응했다면, 

‘조주빈’과 ‘문형욱’은 시스템을 이용했습니다. 

특히 ‘조주빈’은 자신을 취재하는 기자를 협박하고 수사를 조롱하기까지 했습니다. 

메타버스 안의 강자 코스프레에 무척 심취했던 모양입니다. 

그들은 40여 년의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정상적인 사회 시스템에서는 퇴출당한 셈이지요.      

아, 무엇보다 기분이 더러운 이유는 

피의자, 피해자 모두 사회적으로 시스템에 적응 못 하는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으로 약자가(저 포함) 할 수 있는 꿈틀거림은 오늘 같은 선거가 대표적인데요,

차암 제 맘 같지 않네요.      

더더욱 무기력해지는 6월의 첫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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