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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게바라 Jul 24. 2022

7월 2일  토 _ 2022년

> 13화 오늘 어떤 일이 벌어지면 좋겠다뭐 그런 거 없어?     



13화가 시작하면 구씨의 서울일상이 펼쳐집니다. 

여기저기 수금하러 다니고, ‘쌔비’가 부산에 갔다고 하자 외상을 직접 받으러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구씨가 ‘삼식이’를 아무 이름으로나 부른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웨이터가 삼식에서 묻는 장면입니다.      


웨이터  

대표님 왜 형님 이름을 아무렇게나 부르세요춘자야말자야     


삼식  

내가 개명했잖냐근데 그 이름이 마음에 안 드시나 봐     


웨이터  

뭐라고 개명하셨는데요설마 (키득? (키득뭐 이런 거 들어가는 건   아니잖아요그렇죠? (키득키득     


삼식  

(정색     


웨이터  

(당황     


삼식  

이 새끼가     


웨이터  

(꾸벅죄송합니다.       


업소에 어떤 미친놈이 술 마시려고 갓난아이까지 데리고 옵니다. 그 아기와 마주 앉은 구씨.

일을 끝낸 구씨 단골 바에 갑니다.      


구씨  

애기 본 적 있어요애기     


마담  

애기본지 오래된 거 같네요갑자기 애기는 왜요     


구씨  

가게 애기가 왔었어요어떤 미친놈이 애를 데리고 와서     


마담  

새가 날아들어 온 것 같았겠네요. (간결하게 차린 식탁을 내려놓는드세요     


반찬에 ‘고구마 줄기’가 있네요.

미정이 가져다준 ‘고구마 줄기’가 생각 안 나면 이상하죠. 

다음날 출근한 구씨가 소리칩니다.

 

구씨  

염미정!     


그 소리에 삼식이 들어오네요. (이거 하려고 앞에서 밑밥 깐 겁니다.)     


구씨  

미정아너 뭐 하고 싶냐?     


삼식  

?     


구씨  

내가 기분이 기깔나게 좋아지고 싶은데 뭘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니가 원하는 거 해줄게

너 뭐하고 싶어?     


삼식  

.......     


구씨  

오늘 어떤 일이 벌어지면 좋겠다뭐 그런 거 없어?     


미정에게도 직장 동료인 지희도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오늘 어떤 일이 벌어졌으면 좋겠다그런 거 없어?”

이 장면 잘 기억해 놓으세요. 

 

구씨  

말해 봐     


삼식  

집에 가고 싶습니다나주에 있는 집에 가고 싶습니다     


삼식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다음 컷트는,      


삼식  

(구씨가 준 오만 원권을 꼭 쥐고나 집에 간다     


구씨도 갑니다, 산포로. 

산포로 가는 길 어김없이 미정이 사진 찍어 보내줬던 광고판 글귀를 봅니다. 

오늘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      

시간은 과거로 흘러, 과거 장면이 보여집니다. (겨울에서 가을로)

그러니까 구씨가 산포를 떠나고 난 직후로.

그때의 미정은 직장 내 빌런 최팀장에게 쫑크를 먹고 있습니다.

실컷 쫑크 먹고 퇴근하는 미정에게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계약직 보람이 말합니다.      


보람  

최팀장 바람피운대     


미정  

그래     


보람  

우리 회사 여직원이랑     


이 얘기를 들은 미정이 엘리베이터와 함께 추락하는 커트가 인상적입니다.

집에 돌아온 미정에게 엄마는 구씨와 연락이 되냐고 묻습니다. 

심드렁하게 모른다고 대답한 미정은 야밤에 홀로 산으로 향합니다.      


(미정)  

답답할 땐 오늘 죽자죽어도 된다그런 심정으로 밤길을 나가요불빛 하나 없는 산을 걸어요사내놈 하나 떠난 게 뭐 대수라고 행복한 게 무서워 도망친 새끼     


돌연, 들개 한마리가 미정에게 다가옵니다. 아직 잡히지 않은 들개 한 마리가 있었나봐요. 

이 들개는 미정이 사귄 개새끼, 개새끼, 개새끼 중 하나일지, 혹은 구씨일지 모르겠네요. 

쫄지 않는 미정은 튼튼해 보이는 나뭇가지 하나 주워듭니다. 

“ 무서울 게 없는 오늘 밤난 무사가 된다. ”      


미정  

붙어개새끼야배은망덕한 새끼너한테 갖다 바친 소시지만 몇 개인 줄 알아

시원하게 피를 철철 흘리고 싶다     


미정의 눈을 보던 들개는 온순한 표정을 짓고는 숲속 어딘가로 사라집니다.      


(미정)  

엉뚱한 곳에 나를 던져놓으면 아주 잠깐 어떤 틈새가 보여요

내 머릿속에 이런 게 있었구나버려진 느낌     


다음 장면은 창희가 혁수의 머리를 말려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머리도 감겨준 모양입니다. 이 둘의 관계는 저의 이해도 인계점을 넘어가는 도저히 이해 안 되는 부분입니다. 

롤스로이스를 범퍼를 우그러진 후 도망친 곳이 암이 재발해서 죽고 있는 본적도 없는 현아의 남친, 그것도 현 남친도 아닌 전 남친이라니.... 

다들 구씨에게 한 눈이 팔려 창희를 간과하고 있는데요. ‘창희’ 역의 이민기는 무려 이 드라마의 첫 번째 주인공입니다. 드라마가 시작하고 처음 나오는 이름이 바로 ‘이민기’ 배우죠. 

지금까지는 전혀 그럴 감이 아닌데요. 이제부터 그는 초울트라사이언으로 거듭납니다.

창희는 좋은 차를 타고 싶었습니다. 그 차에서 애인이랑 키스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니던 그 시절에도 창희의 삶은 별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자, 어디에 부딪혔는지도 모를 롤스로이스의 범퍼 우그러짐 사건이 창희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끝까지 지켜보기로 하겠습니다. 

그새 창희와 혁수는 엄청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남자가 남자 머리를 말려주는 그 이상의 장면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혁수  

처음에 암이라고 그랬을 땐 아그래 내가 너무 막살았지정신 차려야지재발됐다고 했을 땐 바로 딱 현아 잡아야 된다이번엔 힘들 건데잡아야 된다지옥에 떨어져도 거기에 현아랑 너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을 거 같애     


창희  

이래서 순장이 생긴 거구나     


혁수  

천하를 호령하던 황제도 무서웠던 거야다 같이 가자     


창희  

내가 왜 형을 따라가요우리가 연애를 했어요뭘 했어요     


혁수  

혁아랑 연애하는 내내 우리 셋이 연애하는 거 같았다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놈하고 셋이맨날 창희창희 하는데야 어떤 놈이 여자 입에서 딴 남자 얘기 듣는 게 좋아죽었다 깨나도 그런 사이 아니라고 박박 우겨대는데넌 아니어도 그놈은 아닌 게 아닐 거다     


창희  

이 형 왜 이렇게 쌩쌩해     


혁수  

다 같이 간다고 생각하니까 신나     


창희  

나 안 간다고요나 형따라 안 가미쳤어요     


혁수  

상상도 못 하냐상상은 나의 힘우린 지옥에서도 재밌을 거야     


창희  

사람 진짜 잘 엮는다왜 이렇게 밀고 들어와우리가 무슨 사이라고     


혁수  

나한테 엮였다고 생각해너 현아한테 엮인 거야

(거울 보며약이 좋아져서 다행히 머리는 많이 안 빠져     


창희  

이 와중에 머리 빠지는 게 걱정이에요     


혁수  

그러는 넌암 환자 앞에서 아버지한테 혼날 게 걱정이냐     


창희  

(한숨     


혁수  

큰일 아니다     


쫓아가기 힘들게 진도를 확 뺀 창희와 혁수의 모습에 레이어 하나가 더 깔려있습니다.

창희의 한숨과 이에 혁수가 ‘큰일 아니다.’라고 말한 그 ‘일’은 무엇일까요? 

‘큰일 아닌 이 일’을 가장 ‘큰일’로 받아들일 사람은 바로 아버지와 어머니입니다. 

시청자들은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이 ‘큰일 아닌 일’을 전달받게 됩니다.

미정과 기정, 그리고 어슬렁 뒤늦게 걸어오는 창희의 출근길.

아버지와 어머니가 탄 트럭이 지나갑니다. (싱크대 설치하러 가시는 길이에요.)

그 트럭에 대고 기정이 소리칩니다.

엄마이 새끼 회사 때려쳤대!” 

출근하던 창희 그대로 이불 속으로 들어갑니다.      


창희  

때려치우려고 할 때마다여름휴가까진 챙겨 먹고이왕이면 추석 연휴까지 그러다가 연말엔 쓸쓸하니까 또 봄은 견딜만하니까그렇게 한 바퀴를 돌아요제가 정선배처럼 돈에 깃발 꽂고 죽어라 달리는 욕망덩어리도 아니고 여기까지 달려 봤으면 된 거 같아요제 길 아닌데 계속 떠밀려서 달려갈 필요는 없잖아요     


상사  

나한테 설명할 필요 없다왜 모르냐     


창희  

솔직히 저는 깃발 꽂고 싶은 데가 없어요여자명예 어디에도근데 꼭 깃발을 꽂아야 되나안 꽂고 그냥 살명 안 되나없는 욕망을 억지로 만들어서 굴러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형이 있었으면 좋겠어요그럼 난 그냥 내 맘대로 살아도 되고 태어나지도 않은 형이 그리워요     


창희는 이래서 직장을 관둔 겁니다. 

창희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아버지가 묻네요,

그래서 앞으로 뭐 하려고?”      


창희  

당분간 아무것도 안 하려고요     


아버지  

당분간 얼마나     


창희  

아버지 구씨한테 하던 거 반의반만 저한테 하시면 안 돼요구씨는 안 보이면 어디 아픈가밥은 먹었나그렇게 애지중지 마음 쓰면서 어떻게 저한테는.... (한숨제가 뭐그렇게 썩 잘나진 않았지만요그래도 저 밖에서 욕먹고 다니진 않아요일하다 보면 인간 아니다 싶은 애들 많은데 저 밖에 나가서 아버지 누구냔 소리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어요며칠 전에 회사에서 나온 거라고 집에 갖고 들어왔던 거 그것도 저 그만둔다니까 점주들이 준 거예요제 결혼식에 꼭 오겠다고 축의금 50만 원 예약한 사람도 있어요근데 뭐그 사람들이 전부 인간적으로 다 괜찮았냐아니요저 정말 힘들었어요아버진 하루종일 한마디도 안 하고 기계랑만 일해서 사람이랑 일하는 게 그게 어떤 건지 몰라요근데 그래도 얼굴 붉히지 않고 험한 꼴 안 보고 근데 그래도 얼굴 붉히지 않고 험한 꼴 안 보고 선물 받고 나왔잖아요그럼 된 거잖아요제가 뭐 영원히 논다는 거 아니잖아요그냥그동안 수고했다좀 쉬어라그래 주시면 안 돼요     


창희가 좀 격해졌네요. 

다음날 아버지와의 화해는 이렇게 하게 되네요.  

옆 밭 가족과 경주 장면으로 다소 박진감 넘치게 보여지다가

결국 또랑에 트럭이 박히며 코믹하게 마무리됩니다. 

이러고 돌아온 엄마는 쌀을 씻으시며 넋두리를 하는데요, 이 대사는 나름 중요해서 옮겨놓습니다. 엄마의 대사를 기록하는 건 처음이네요.      


엄마  

아휴염병논두렁에 꼴아박히고 나서도 밥을 안쳐야 되니...

(식탁 의자에 앉아 땀 닦는밭 내놔요공장에 사람 구하는 거하고 상관없이밭일도 아니야정신없이 자라는 거에 덩달아 정신없이 뿌리고 거두고아이고 더는 못 해내가당신은 밥 먹고 나서 숟가락 딱 놓고 밭으로 가고 공장으로 가면 그만이지나는 공장으로 밭으로 쫓아다니면서 집에 수십 번 들락거리면서 가스 불 켰다 껐다이건 뭐빨간 날이 있길 해 뭐가 있길 해삼백육십오일 매일교회 다닐 때는 그나마 하루라도 쉬었지그거 싫어서 교회도 다 때려치운 양반이나 이제 교회 다닐 거예요

(연신 땀 닦으시며아이고진짜 어디가 고장이 났나왜 이렇게 땀이 나     


자, 여기 기정이와 태훈의 딸 유림이 둘만 있은 적은 첨인 거 같습니다.     


기정  

생각해 봤어내가 너이고아빠한테 여친이 생겼다고 하면.... 싫겠구나그 여자가 어때야 마음에 들까친하게 지내려고 애쓰는 것도 싫을 거고 눈엣가시처럼 쳐다보는 것도 싫을 거고속없이 혼자 잘 사는 여자면 그나마 봐주겠구나그동안 속없이 혼자 잘 사는 여자처럼 보이려고 혼자 떠벌떠벌했는데 오늘 작정하고 내뱉은 내 설정 어린 말들이 하나도 안 먹혀서 좀 우울하다     


유림  

(책에 시선 둔     


기정  

나 운다     


마침 경선이 들어온다.      


경선  

(기정 보고너 왜 맨날 오냐빚쟁이냐?      


이 말에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기정.      


기정  

나 안 가태훈씨 보고 갈 거야.      


기정 쉽지 않네요. 

이런 기정을 엄마가 걱정합니다. 짝인지 아닌지 태훈을 슬쩍 한번 보자 십니다. 

싫다는 기정 결국 ‘낙지 수제비’ 집에서 만납니다. 

태훈을 본 엄마는 흐뭇한 얼굴을 하고는 계산 다 했다며 티를 내며 가십니다. 

태훈을 보고 기분이 좋은 엄마, 시장통을 지나는데, 

상인 아줌마가 잃어버린 개를 찾았냐고 묻습니다.      


엄마  

아이고우리 집에 개가 어디 있다고     


상인  

어어.. 얼마 전에 미정이가 펑펑 울면서 가길래 왜 그러냐니까 

개 잃어버렸다고 그러던데.... 한 달 전쯤인가?     


집으로 가는 엄마, 맘 아픈 미정이를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납니다. 

집에 온 엄마는 늘 그렇듯이 밥을 안쳐놓고 잠깐 눕습니다.      

한편 미정은 디자인 경시대회에서 1등을 합니다. 

좋은 일도 있지만, 더럽게 기분 나쁜 일도 함께 일어납니다. 

최팀장이 내연녀의 이름을 ‘염미정’으로 저장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드러운 기분을 억누르며 퇴근하는 염미정을 직장 동료 지희가 부릅니다. 

염미정오늘 어떤 일이 벌어졌으면 좋겠다그런 거 없어?”

기억하시나요, 이 대사? 구씨가 삼식에게 했던..... 

미정은 지금 이들과 어울릴 기분이 아닙니다.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절대 어울릴 수가 없습니다. 

이 장면, 지희 옆에 누가 생글생글 웃고 있는지 다시 보면 완전 빡칩니다. 

직장 동료들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미정, 마음속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미정)  

와 줘와 줬으면 좋겠어.
 

미정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구씨가 지하철을 타고 산포로 갑니다. 

13화 앞부분과 이어지는 장면입니다. 

산포로 오고 있는 구씨의 모습과 퇴근하는 미정의 모습이 교차로 보여지며, 


 (미정)  

그가 온다그가 왔다그가 날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둘은 시간대가 어긋나 있습니다. 

예전처럼 구씨는 당미역 앞에서 기다리지만, 밤이 늦도록 미정은 오지 않습니다. 

기다리다 못해 구씨는 미정의 집으로 갑니다. 

늦은 밤 구씨는 도착했는데 어딘지 분위기가 이상하네요. 

집에서 나오는 아줌마가 있는데 엄마가 아닙니다. 

누군지 모르는 아줌마가 여보를 부르는데, 

놀랍게도 아버지, 염제호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구씨는 그날 아버지에게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날 일을,

밥을 안쳐놓고 잠깐 쉬듯이 돌아누워 돌아가신 그날 일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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