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게바라 Jul 25. 2022

7월 3일  일 _ 2022년

> 14화 즐거워야 된다      



어머니 화장하는 곳을 바라보는 창희 옆에 현아가 있네요.      


창희  

내가 저기 있을 때 여긴 누가 있을까     


현아  

내가 있겠지     


창희  

우리 결혼하자     


엄말 화장하고 났더니 인공관절이 나왔다고 하네요. 

엄마 고생을 많이 하셨나봐요. 

엄씨 가족은 유골함을 들고 집으로 옵니다. 

시청자는 유골함을 보고서야 엄마의 이름을 알게 되네요. 

故 곽혜숙 1957‘0303~2019‘1025     

집에 온 기정과 미정은 어머니의 흔적을 지워나갑니다.

엄마가 마지막 태워 먹은 밥이며, 신던 장화, 벗어 논 빨래감. 

이것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빨아서 너는 기정은 연신 눈물을 흘립니다. 

미정은 밤에 식구들 몰래 엄마의 유골함을 열어봅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식사를 하는 가족.

반찬이 형편없지만 걔중에 엄마가 해논 반찬이 있습니다. 

’고구마 줄거리‘ 

근데 이마저 쉬어서 버립니다. 

이 드라마가 얼마나 디테일한지를 알 수 있는 장면들입니다.      

이 장면은 박해영작가가 죽음을 얼마나 세심하게 드려다 보는지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보람  

실감 안 나죠     


미정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어그날 119가 왔었는데 심정지 상태에선 119가 옮기지 않는대빨리 병원으로 가 달라고 울고불고 사정하는데도 안 된대경찰이 왔었어안방에엄마가 누워 있는데싸웠었냐보험은 몇 개냐이상한 걸 묻더라     


보람  

참 희한한 경험 했네요     


엄마를 잃은 염씨가족의 생활이 보여집니다.

출근을 하기 위해 마을버스를 기다리면서도 울고, 

밥을 먹으면서도 불쑥 쏟아지려는 눈물을 애써 감추고,

이 와중에 유머를 잃지 않습니다.

집안일을 하던 기정이 툭 내뱉습니다. 

엄마과로사한 거야이거.”

식사 도중 엄씨 집안이 전사가 나오는데요, 고모 보증을 서줬다가 빚을 지게 된 모양입니다. 

그때 집이 어려워지면서 그 빚을 갚기까지 꽤나 고생을 한 모양입니다. 

거기에 기정의 화가 폭발하는데, 놀랍게도 유골함에서 소리가 나 대화를 멈추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은 ’죽음‘을 얘기하며 웃는 창희와 두환 정훈의 대화 장면입니다. 

이 장면 대사 참 좋습니다.     


두환  

봉투 받는데이렇게 보니까 박진우인 거야

헉 순간 ?’ 하고 이렇게 보니까 염기정 팀장님이 제 욕 많이 했죠?’      


창희정훈 

(소리 내 웃는)     


두환  

맨날 이름만 듣던 사람이 다 모이니까 원래 알던 사이처럼 막 반가워 가지고 실수하는데

장례식장이 이런 맛이 있구나     


정훈  

내가 그랬지이빨 하나에도 못됐음못됐음이라고 쓰여 있다는 여자 이쁘다고나 기정 누나 회사 사람들 무리에서 딱 집었어저 여자다내가 누나한테 이빨 하나하나에도 못됐음못됐음저 여자죠맞죠그러니까 .’ 걸린 거지     


창희두환 

(소리 내 웃는)     


정훈  

여태 날조를 했다는 거     


셋 함께 웃는다.      


두환  

우리 엄마 돌아가셨을 때보다도 아주머니 돌아가신 게 더 황당한 거 같아

전혀 예상을 못 했어서 그런가     


정훈  

났으니 가는 거 당연한 건데 다들 적당한 때에 가면은 얼마나 좋을까     


창희  

적당한 때가 언젠데     


정훈  

팔십     


창희  

팔십 돼 봐라옛날에 우리 할아버지 맨날 꼬부랑 노인네들 보면서 저렇게까지 오래 사는 건 아닌 거 같다고 자긴 팔십까지만 살 거라고근데 팔십 되던 해에 할아버지 올해 돌아가셔야 되는데?’ 그랬더니 하시는데 

(웃는그렇게 오년씩 연장해서 90까지 가시더니 뭐그때도 아직 아닌 거 같으시다고....      


정훈  

쓰읍시스템적으로 모든 인간이 다 같이 백세 찍고다 같이 아웃하는 거면은....      


창희  

그럼 난 99세 때 동맹군 만들어 시스템을 파괴하라!’      


두환  

난 시스템 피해서 도망쳐산으로!     


함께 웃는다.      


창희  

없다적당한 때가     


두환  

그래도 어머니 날은 잘 고르셨다덕분에 우리도 삼일 연짱 기정이 누나 남친도 삼일 연짱     


정훈  

아무리 봐도 누나가 노난 패 같다이게 어머니 돌아가시고 정신없이 남자 찾으면 진짜 염치없는 거다근데 곧 뭐가 닥칠 거를 알고 있는 것처럼미친 사람처럼 말이 되냐고백했다가 까이면은 기억상실증인 척한다는 게?     


창희두환 

(웃는)     


정훈  

그렇게 막급하게 잡더니딱 어머니 돌아가시고이제 누나는 어이 집에서 언제 나가도 그렇게 염치없는 인간은 아니다아무래도 누나 금방 나간다그 남자 삼일연짱으로 온 거 보면은그래 어     


두환  

(웃는그럼 우리 염창희 군께서는 또 때맞춰서 회사 때려치우시고 (웃는     


창희  

(웃는데 눈물 나는진짜진짜 놀랍지 않냐나의 동물적인 감각내가 그러려고 그렇게 때려치우고 싶었던 거야근데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막 미친 듯이 때려치우고 싶었던 것도 아니야그냥 그만둘 때가 된 거 같아서 그만둔 건데.... 영혼이 안다는 게 이런 거다나 백수 아니었으면 누가 울 아버지 케어하냐셋 다 출근하고 나면 구씨형도 없고 아버지 혼자서진짜 눈물 날 거 같다근데 나 어릴 때도 이랬어고이 때 담임이 앞으로 야자 땡땡이치는 놈들 가만 안 둔다 그랬는데 내가 원래 야자 땡땡이치던 놈도 아니야 근데 이상하게 그날은 집에 가고 싶더라고집에 가서 뭐 특별히 할 게 있었던 것도 아니야그냥 가고 싶었어그래서 갔어할머니 혼자 계셨는데다녀왔습니다그러는데 눈은 뜨고 계시는데 대답도 없으시고느낌이 이상해그래서 이제 손을 잡아 드려야 될 거 같애서 잡아드렸는데조금 있으니까 느낌이 쎄한 게 가셨다 싶은 거야갑자기 또 무섭대그래서 손을 쓱 뺐는데이건 아니다그래 다시 손을 꼭 잡아 드렸는데 한 오분 지났나아버지 들어오시는데할머니 혼자 두고 어디 갔었냐고 내가내가 진짜 태어나서 아버지를 그렇게 쥐잡듯 잡아 본 게 처음이다우리 아버지 끽소리도 못하고 다 듣고 있는데 그때의 희열? (다들 웃는그때 나 땡땡이 안 쳤으면 울 할머니 혼자 돌아가셨다이렇게 영혼이 먼저 알아그래서 그냥 몸이 가내가 염기정 언제 들어오나 기다리게 될 줄은 몰랐다아버지랑 하루 종일 둘이 있다가 누나랑 미정이 들어오면 그래도 좀 들 쓸쓸해     


창희는 두환과 정훈이 바라보는 앞에서 엄마의 인공관절을 잘 묻어 드립니다. 

엄마를 보내고 첫눈이 내립니다. 

그리고 미정에게는 본격적인 시련이 닥치는데요, 

미정은 최팀장 와이프의 전화를 받습니다. 

미정은 현아를 찾아갑니다.      


미정  

팀장 새끼가 여직원이랑 바람을 피우는데 그 여자 번호를 내 이름으로 저장해 놨어     


현아  

     


미정  

나 싫어하는 거 다들 아니까 내 이름으로 저장해 두면 안전하다 싶었던 거지알고 있었어바람피우는 거누구랑 피우는지도     


현아  

누군데     


미정  

옛날에 둘 다 회의에 늦어서 내가 두 사람한테 전화한 적이 있었는데 아무 소리도 없는 게 소름 끼치게 똑같았어일상 소음이 하나도 없었어진공 상태처럼둘이 똑같이     


현아  

모텔이네     


미정  

그 뒤로 착착 꿰지더라옛날에 걔 소지품에서 샴푸를 보고 무슨 샴푸까지 들고 다니나 했는데샴푸 냄새 똑같은 걸로 걸리지 않으려고 한 거지     


돌연 생기는 미스테리. 

미정만 알고 시청자는 모르는, 미정이가 덤덤하게 반응해서 더 빡치는 미스테리.

그년이 누군지는 잠시 미뤄두고 여기 기정이 다시 유림과 독대하는 시간이 생깁니다.     

기정  

아줌마가 일이 좀 있었어들었지

(유림이 반응이 없자맥주 오랜만이다안다마시면 더 힘들다는 거마실 땐 쭉쭉 마셔야지이렇게 마시다 말면 집 가는 내내 더 힘들어아줌마 집이 좀 멀거든힘들 거 뻔히 아는데 힘을 내고 싶지가 않아그냥 넉다운 되고 싶어. (눈물 훌쩍아줌마가 주기적으로 좀 이래근데 내일이면 또 금방 괜찮아져     


유림  

어른들도 슬퍼요엄마가 없어지면?     


기정  

.....!      


유림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기정  

내가 네 엄마 해주면 안 돼해줄게     


유림  

(일어나 나가는)     


기정  

내가 니 엄마 해주면 안 돼아니다 싶으면 잘라     


마침, 들어온 태훈에게 기정은 다짜고짜 청혼합니다. 

앞으로 기정과 유림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다시 미정에게 장면이 전환되면 곧바로 미스테리가 밝혀집니다. 

미정이 엘베 앞에 있는데 수진이 와 함께 기다립니다.      


수진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해아무도 오해 안 해미쳤니둘이 바람피운다고 생각하게

근데 누군지 알아최팀장이랑 바람 피는 여자?     


미정  

     


수진  

누군데     


미정, 수진을 똑바로 응시합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수진의 표정이 굳어있습니다. 

미스테리가 밝혀지는 순간이지요. 

다음 장면에서의 수진은 더더욱 가관입니다.      


수진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구박댕이 케어해 줬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네.      


돌아서 가는 수진을 쫓아가 핸드백으로 후려친 미정이 자기가 본 사실을 말해줍니다. 

     

미정  

그래도 남의 장례식장에 와서 그러는 건 아니지

상 밑에서 발가락으로 꼬물꼬물낄낄낄그러는 건 아니지     


부끄러워해야 할 수진이 되려 미정에게 핸드백을 날립니다. 

늘 구씨가 술먹던 평상에 앉은 미정. 얼굴은 멍투성이입니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미정은 깽값을 물어줘야 해서 대출까지 받습니다. 그러니 수진은 지금 이 시각 곤죽이 되어 병실에 누워 있을 것입니다.      


미정  

나 이제 친구 하나도 없을래없어도 돼     


막 담배를 입에 무는 미정의 머리 위로 밤송이 하나 떨어집니다. !”

미정이 머리 맞고 토로록 굴러간 밤송이를 보는 미정이 생각합니다.      


미정  

이게 왜 당신 같을까요엉뚱한 데서 엉뚱한 것들이

나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창희는 시장을 지나다가 미정이 개 잃어버렸다며 펑펑 울었던 사실을 상인 아줌마에게 듣게 되는데, 그때 나오는 현아와의 대화입니다.      


현아  

언니랑 미정인 어떻게 지내     


창희  

누난 맨날 질질 짜고미정인 똑같지     


현아  

미정인 우는 데도 용기가 필요한 아이니까     


맞아요, 출근길 기정이 울고 있으면 버스 와.”라며 덤덤히 진정시키던 미정이였죠. 

이런 미정이 시장을 가로지르며 엉엉 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창희는 구씨를 찾으러 갑니다. 

롤스로이스가 주차되어있던 곳에서 한참을 기다려 보기도 하는 창희입니다. 

집에서 요리하는 창희에게 현아가 전화가 옵니다.      


현아  

너 왜 청혼하고 씹어전화도 안 받고.       


창희  

바빴어     


혁수  

(현아에게 핸드폰 건네받고나 아직 안 죽었다내가 이럴 줄 알았어이것들이     


창희  

신경 쓰지 마요어차피 현아는 안 받을 건데요     


혁수  

얘가 받으면? (현아 보고니가 안 받을 거래     


현아  

받아     


혁수  

받는데     


창희  

나 밥해야 돼요     


혁수  

내가 링크 걸어 준 거 봤냐납골당내가 다 뒤져 봤는데 거기가 제일 좋아깔끔하고어머니 그리 모시자나도 그리 들어가게나 니네 엄마 모시는 데로 간다     


창희  

형네 엄마랑 들어가     


혁수  

우리 엄마 오래 사신다나 찾아올 사람도 없고니네 엄마랑 있어야 엄마 보러온 김에 나도 보러 올 거 아니야현아하고 니 것도 내가 예약해 줄게     


창희  

진짜 순장이야     


혁수  

니들은 천천히 와우리 웬만하면 죽어서도 한곳에 몰려 있자심심하지 않게     


현아  

(핸드폰 가져가미정인     


창희  

미정이 뭐     


현아  

별일 없나 해서     


창희  

네가 물어봐너 미정이랑 친하잖아나보다     


혁수  

(핸드폰 건네받고창희야난 즐거운 사람이 필요해

창희야즐거워야 된다     


창희  

내가 형 때문에 산다     


혁수의 마지막 대사, “즐거워야 된다” 이 말이 신선하게 와 닿습니다. 

‘행복해야 된다’ 같은 말보다는 구체적인 느낌이어서인 거 같아요. 

다음 장면에서 창희는 아버지에게 차를 사야 된다고 말합니다. 예전에는 차 안에서 키스를 하기 위해서였다면 지금은 우리 가족이 화목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네요. 

곧바로 

염씨 가족은 창희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바닷가로 갑니다. 

이렇게 지난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다시 시간대는 아버지 앞에 앉은 구씨로 돌아옵니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는 구씨에게 미정의 핸번을 적어줍니다. 

서울에 들어온 구씨는 단골 바를 찾아가 술을 마십니다.      


구씨  

하나도 슬프지 않은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요     


다음날 구씨는 핸드폰을 들고 있네요.      


구씨  

오랜만이다나 구씨     


미정  

오랜만이네     


구씨  

어떻게 지내시나그동안 해방은 되셨나     


미정  

그럴 리가     


구씨  

추앙해 주는 남자는 만나셨나     


미정  

그럴 리가     


구씨  

보자     


미정  

안 되는데     


구씨  

     


미정  

살쪄서살빼야 되는데     


구씨  

한 시간 내로 살 빼고 나와     


둘이 만났어요. 

미정의 머리는 조금 짧아졌고요, 살은.....     


구씨  

많이 안 쪘는데     


멋쩍게 웃는 두 사람.      


미정  

머리 길었네     


구씨  

잘 생기지 않았냐     


미정이 수줍은 여고생처럼 웃네요.      


구씨  

넌 잘랐네     


미정  

조금     


구씨  

전화번호 바꿨더라겁도 없이.     


둘은 걷습니다. 

 

미정  

열 뻗쳐서전화 기다리다가우리 집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연락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하겠지엣날 번호로 전화한 적 없잖아있나     


구씨  

보고 싶었다무진장. (웃는말하고 나니까 진짜 같다진짜 무지 보고 싶었던 거 같다     


구씨, 걸어가는 미정을 마주 보려고 앞서 걷네요.      


구씨  

주물러 터트려서 그냥 한입에 먹어버리고 싶었다.     


미정  

(밝게 웃는)     


구씨  

나 이제 추앙 잘하지 않냐?     


미정  

(헛기침으로 목을 풀고는이름이 뭐에요?     


구씨  

구자경이라고 합니다.     


14회 엔딩을 보고 딱 여기서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스러운 엔딩은 감히 박해영 작가가 깊이를 채울 수 없었습니다. 

박해영 작가가 남은 2회 동안 얼마나 더 꽉꽉 채워가는지 

우리(시청자)들은 이제 추앙할 일만 남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7월 2일  토 _ 2022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