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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게바라 Jul 26. 2022

7월 4일  월 _ 2022년

오늘은 ‘해방일지’ 기록을 멈추고 극장으로 향합니다. 

20년 2월 <남산의 부장> 21년 8월 <인질> 이후 11개월 만입니다. 

엄밀히는 2년 반만에 처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인질’은 아는 지인이 참여한 영화로 응원의 의미로 봤기에) 

처음 극장을 찾은 이래 이렇게 장기간 극장에 발을 끊은 적은 없었습니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제 극장에 가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그렇게 그렇게 현실에 적응하며 삽니다. 

여튼 이런 나를 ‘마침내’ 극장으로 이끈 영화가 있습니다.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의 영화입니다. 

늘 그의 신작을 기대하지만, 전작 <아가씨>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음.... 돌이켜 이유를 생각해보니,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등 무척 보고 싶은 배우들이 즐비하게 나오지만 정작 ‘박찬욱’ 밖에 보이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희한하게 그만 도드라져 보이는 영화. 

저는 이상하게 김민희와 김태리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그녀들을 마리오네트처럼 명징하게 직조해서 손끝 하나까지 맘대로 다루고 있는 감독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이 영화는 탕웨이와 박해일이 주연입니다. 

딱 두 배우만 따라는 가는 영화라  전작에 대한 우려는 없을 거라 여겼습니다. 

보고 나니 저따위의 예측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오랜만에 접한 스크린의 질감이 너무 섬세하고 낯설어서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곧 스크린을 부둥켜안고 하나 된 저를 느낍니다.

반갑다. 너무 반갑다. 눈물 나도록 반갑다. 

스. 크. 린.      

그동안 <나의 해방일지>에 빠져있었는데요, 

<헤어질 결심>과 비교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 그러니까 진짜 ‘사랑’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헤어질 결심>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유일하게 누가 하는지 보면 박용우 배우가 분했던 이호신이 자신의 몸을 유리에 비춰보며 탕웨이(송서래)에게 이빨 사이로 침을 찍 뱉듯 “사랑해”라고 말합니다. - 이호신은 방송에도 나오는 애널리스트로 틈만 나면 자신의 몸을 가꾸는 자기애가 가득한 남자입니다. 이 역으로 분한 ‘박용우’ 배우 잠깐 나오지만 눈부십니다. 몸이 아닌 그의 연기가 참 멋집니다. - 그렇습니다. ‘사랑해’라는 말 믿을 수 없어요. 요즘은 그냥 찍찍 소모되는 단어 나부랭이일 뿐인 듯싶어요.

그래서인지 <나의 해방일지>에서는 ‘추앙’ 이란 단어로 대치됩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구씨(손석구)가 했던 행동은 검색입니다. 무척 생경한 단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헤어질 결심>에서는 ‘사랑’은 ‘붕괴’입니다. ‘깨지고, 무더짐’이 사랑입니다. 

서래는 해준이 ‘나는 당신 때문에 붕괴되었다’ 는 말을 듣고 ‘붕괴’라는 단어를 검색합니다. 

한국말이 서툴다고 말하는 서래는 해준이나 호신보다 문자를 더 빨리 보내고 오타도 없습니다. 그렇게 한글에 섬세하고 정확하게 반응하는 서래는 해준이 말한 ‘붕괴’란 말의 의미를 해준보다도 깊이 이해했습니다. 

그녀는 해준과 ‘헤어질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 깨지고 무너져 바닷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녀의 헤어질 결심이 곧 해준의 붕괴이자 영원히 그와 함께 하는 사랑입니다. 

그녀는 해준이 잠도 못 자고 살아있는 한 영원히 미결사건으로 벽면을 가득 채울 것입니다. 

희한한 해피엔딩이자 마침내 박찬욱감독의 품위와 자부심을 지키는 엔딩입니다.      

<헤어질 결심>의 자잘한 해석은 생략하겠습니다. 

‘사랑’ 영화인 이 영화에서 박찬욱은 마리오네트 탕웨이의 줄을 끊어 살아 움직이게 했습니다.

그 말로 이 영화의 이야기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참, 사람 맘이... <나의 해방일지>가 그렇게 좋았는데, 

스크린에 이렇게 매료되어 버립니다. 

스크린은 바다입니다. 

더운 여름밤,

그 바다에 온몸을 던져 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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